[스토리텔링 2016] 청송 국가지질공원 Geo-tourism <6> 안덕면 고와리 ‘백석탄’과 지소리 ‘만안자암 단애’

  • 류혜숙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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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4   |  발행일 2016-05-24 제13면   |  수정 2021-06-17 16:49
백석탄, 하얀 돌이 흐르는 여울…영겁의 세월 仙界를 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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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드론으로 촬영한 백석탄 전경. 하늘에서 본 백석탄의 풍경이 마치 신선들이 유하던 선계(仙界)의 호정처럼 눈부시다. 무엇보다 푸른 광채처럼 뿜어져 나오는 물과 백석의 바위골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이런 길을 달리면, 길의 목적지가 하늘인 것 같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한데, 하늘은 세상 가장 먼 곳에서 조급해하지도 서두르지도 말라고 조근조근 말한다. 푸른 산들은 함께 이어달리며 생명을 더해주고, 푸른 물은 구불구불한 만곡으로 리듬을 더해준다. 그러자 곧 저 앞에 붉은 단애가 성벽처럼 서있고, 그 너머 더욱 깊은 곳에 눈부시게 흰 선계(仙界)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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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얀 돌 반짝이는 내, 백석탄


하얀 계곡이다. 정수로부터 푸르스름한 광채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백색의 바윗골’이다. 만년 설산으로 이루어진 지하세계가 땅을 뚫고 솟아오른 것 같고, 신선들이 유하던 선계의 호정 같다. 물은 그 중에서도 가장 투명하고 푸른빛만을 취해 도도하게 흘러간다. 백석탄(白石灘), ‘하얀 돌이 반짝거리는 내’다.

임진왜란 때인 1593년, 부하를 잃은 장수 고두곡(高斗谷)은 이곳을 지나며 상처를 달래어 씻고는 ‘고와동’이라 불렀다 한다. 이후 인조반정에 가담했다는 경주사람 송탄(松灘) 김한룡(金漢龍)이 이 계곡에 반해 마을을 만들고 ‘고계(高溪)’라 했다 전한다. 슬픔을 달랠 만한 지극한 아름다움과 속세를 잊을 만한 선경의 땅, 그곳이 지금의 청송 안덕면 고와리(高臥里)다. 한자의 뜻보다는 순정한 호명에서 정착한 이름이라 믿어진다. 고와서, 고와리. 북쪽의 노래산과 남쪽의 연점산이 길게 팔 뻗어 손깍지를 낀 골짜기가 고와리의 백석탄 계곡이다.

수천, 수만 년의 시간이 깎고 다듬은 흰 바위계곡, 백석탄은 개울 바닥의 회백색 바위들이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을 거치는 동안 파이고 깎이면서 만들어 낸 장관이다. 구르고 질주하던 물은 바위에 수많은 구멍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신들의 명경 같다. 이 구멍을 포트 홀(pot hole)이라 한다. ‘유수의 침식에 의해 암반 상에 발달한 원형 혹은 타원형의 구멍’이다.

긴 시간 동안 이 바위를 휩쓸고 지나간 물줄기가 바위에 상처를 냈고, 상처의 오목한 틈으로 들어간 모래와 자갈들이 급류를 타고 춤을 추듯 빙글빙글 소용돌이치면서 만들어낸 것들이다. 그래서 ‘돌개구멍’ 또는 ‘구혈(穴)’이라 부르기도 한다. 서로 이웃한 구멍들은 각자가 점점 커지다가 마침내 서로 만나 하나가 되기도 한다.

백석탄의 돌개구멍은 밝은 사암층과 역암층으로 이루어진 퇴적암에 발달하고 있다. 돌들이 하얀색을 띠는 것은 풍화에 강한 백색 광물인 석영과 장석이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생채기처럼 그어진 절리는 태양과 바람과 물이 만든 지구의 틈이다. 산화되어 붉은빛을 띠는 절리가 흰 피부를 도드라지게 한다. 물은 흐르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자갈들은 춤을 추고, 약 1억2천만 년 전부터 오늘까지, 포트 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2. 다양한 퇴적 구조들

백석탄은 중생대 백악기 초 경상분지에서 형성된 퇴적암으로 역암과 사암, 이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부는 역암층으로 자갈을 운반하던 강한 물줄기가 바닥의 퇴적물을 침식시키고 그 위에 퇴적층을 쌓아 그 경계면이 뚜렷하다. 그 위는 회색 또는 암회색의 사암층으로 하류 방향으로 기울어진 사층리를 볼 수 있다. 특히 오목하게 굴곡을 나타내는 곡사층리가 발달해 있다.

사암층의 상부는 이암층이다. 암회색 또는 흑색의 이암층은 상부층과 침식경계를 이루고 있다. 이암층에서는 퇴적물이 완전히 굳기 전에 그곳에 살았던 생명체의 흔적도 볼 수 있다. 그것을 생흔화석, 생물교란구조라 부르는데, 백석탄에서는 지렁이와 같은 저생물들이 아래로 파고 들어간 굴착구조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주로 세립의 암회색 사암층의 층리면을 따라 아래를 향한 형태인데, 원통 모양의 관이나 파인 모습으로, 길이도 1㎝에서 7㎝까지 다양하다. 강한 물살에 떨어져 나온 이암의 조각이 사암층에 얼룩처럼 퇴적된 모습도 보인다. 강하게 흘렀던 물도, 느리게 흘렀던 물도, 모두 자신의 흔적을 이곳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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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소리 ‘만안자암 단애’

백석탄의 퇴적층은 남동쪽의 지소리로 이어진다. 성벽처럼 서 있는 붉은 단애, 자암(紫巖)의 땅이 그곳이다. 사람들은 ‘적벽(赤壁)’ ‘붉은 병풍바위’ ‘붉은덤’ 등으로 부른다.

자암을 구성하는 암석은 사암이다. 그러나 자암의 내부에는 퇴적구조가 남아 있지 않아 어떤 환경에서 퇴적되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의 퇴적층에 기초해 판단해봤을 때 같은 하천환경에서 퇴적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퇴적된 후, 지각이 아래로 서서히 침강하면서 그 위로 두꺼운 퇴적층이 쌓였고, 지하 깊이 묻힌 퇴적물은 딱딱한 암석이 되었다. 이후 다시 지각이 위로 융기해 지하 깊은 곳의 암석이 지표면 위로 올라왔다. 이후 오랫동안 절리를 따라 쪼개지고 강물에 의해 깎여 지금의 아름다운 단애로 서있다.

자암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층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절리가 발달해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수직에 가까운 고각도의 절리가 가장 뚜렷하게 발달한다. 수많은 절리가 수천의 시선처럼 보인다. 압도적인 자암, 거침없이 육박해오는 단애. 그것은 결코 잠드는 일 없는 아르고스처럼 선계(仙界)를 파수하고 있다.

글=류혜숙<여행칼럼니스트·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초빙연구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드론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참고=△한국지명유래집 △청송의 향기 △청송국가지질공원 홈페이지 △황상구, 2015, 청송국가지질공원 추가지질명소 개발 및 인증조건 보완, 청송군
공동 기획:청송군


■ 청송 제1경 신성계곡…백석탄 구간은 ‘백미’

청송에서 가장 경치가 빼어난 곳 중 하나가 신성계곡이다. 안덕면 신성리에서 백석탄이 있는 고와리까지 길게 뻗어 있다. 청송 8경 가운데 제1경으로 꼽힐 만큼 눈 닿는 곳마다 선경이다. 그중 백석탄 구간은 백미로 꼽힌다.

특히 백석탄 계곡에는 마을을 개척한 송탄 선생이 부친인 대양 김몽화(金夢和) 장수의 갑옷과 투구를 묻었다는 장군대가 있고, 다섯 신선이 낚시를 했다는 조어대(釣魚臺)가 있다. 조어대 아래에는 고기를 낚다 보면 저절로 시상(詩想)이 떠오른다는 가사연(歌詞淵)이라 부르는 소(沼)가 있다.

신성계곡의 하천은 환경부가 발행한 ‘건강한 하천, 아름다운 하천 50선’에 소개되어 있는 길안천이다. 낙동강의 지류 가운데 생태환경이 가장 잘 보전된 곳이다. 우리나라 고유 어종이 많이 서식해 ‘어류도감’ 하천으로 연구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참다슬기’가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어, 매년 여름이면 ‘백석 다슬기 축제’가 열린다. 지소리의 새마을교 일원에서 열리는 축제에는 다슬기 줍기 체험, 다슬기 빨리 까먹기 대회, 피라미 낚시, 메기낚시, 지역 농산물 맛보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 여행정보
청송읍에서 영천방향 31번 국도로 내려가다 부남면사무소 지나 안동 길안면 방향 930번 지방도로 가면 된다. 

지소리 만안삼거리 다리에서 만안자암 단애를 볼 수 있고 조금 더 가면 고와리 버스정류장 가기 전 왼쪽에 백석탄 안내판이 있다. 

백석탄 입구에 ‘송탄경주김공조기백석탄 입구’란 비석이 서 있다. 

영천쪽에서는 908번 지방도로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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