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88%가 ‘혼합판매’…아시나요?

  • 박주희
  • |
  • 입력 2016-05-24 07:44  |  수정 2016-05-24 07:44  |  발행일 2016-05-24 제16면
합법 시행 불구 소비자 잘 몰라
20160524

유통구조 개선, 가격인하 유도
4대 정유사 20∼30% 섞어 판매
품질·차량 성능에 영향 없어
‘모아 주유소’로 양성화 의견


특정 정유사 소속 간판을 내걸고 있는 주유소 대부분이 실시하고 있는 혼합판매를 양성화해 소비자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12년 9월부터 국내 석유시장의 유통구조를 개선해 가격인하를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혼합판매제를 시행하고 있다. 혼합판매(복수상표 석유제품 자율판매제도)는 특정 정유사 폴사인 주유소(SK에너지·S-OIL·현대오일뱅크·GS 등 상표주유소) 간에 서로의 석유제품 또는 수입품을 수평거래를 통해 혼합해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SK에너지주유소에서는 당연히 SK에너지 기름을 넣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100% SK에너지의 기름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혼합판매가 도입된 이후 4대 정유사의 상표를 달고 있는 주유소의 88.4%가 취급물량의 20~30%를 다른 정유사 제품을 섞어 판매하고 있다.

이는 물류비 절감을 위해 합법적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이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는 것.

공식적으로 혼합판매를 하고 있는 주유소도 전무한 상황이다. 혼합판매를 시행하는 주유소에서는 외부 1곳과 내부 1곳에 그 사실을 표시해야 하지만 소비자가 부정적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며 대부분 이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서로 다른 정유사 기름이 섞이면 품질에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점을 우려하지만, 석유관리원은 혼합판매 시 품질은 물론 차량 성능에도 전혀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혼합판매가 정유사의 상표권 침해에다 가짜·불법 석유 판매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유사와 주유소의 가격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석유 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사>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소비자에게 혼합판매에 대해 보다 널리 알리고 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혼합판매 주유소에 ‘모아주유소’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모아주유소는 지난 3~4월 명칭을 공모해서 만든 이름으로, 기름을 모아(혼합) 판매한다는 뜻과 소비자에게 더(more) 큰 가격 혜택을 제공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또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의 역할을 맡고 있는 대구경북소비자연맹은 혼합판매 현황을 효율적으로 알리기 위해 25일 중구 2·28민주운동 기념회관 회의실에서 ‘주유소 혼합판매(모아주유소)’ 세미나를 갖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윤원철 교수(한양대 경제금융학부)와 김동철 한국거래소 수석조사역이 주제발표를 한 뒤 패널들의 토론이 이어진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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