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신간에 커피도 한잔…‘2세대 서점’ 백화점 3곳서 大戰

  • 박주희,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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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5 07:10  |  수정 2016-05-25 08:33  |  발행일 2016-05-25 제2면
대구 대형서점계 ‘삼국시대’ 열리나
20160525
올 하반기부터 대구지역에도 대형서점들이 휴식형 문화공간을 표방하는 ‘2세대 서점’을 잇따라 개점할 것으로 보여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줄 전망이다. 24일 교보문고 대구점에서 시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영풍과 교보, 맞불작전?

대구 대형서점계에선 2000년 9월 동성로에 처음 문을 연 교보문고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우월한 존재라는 의미) 같은 존재다.

현재 대구에 990㎡(300평) 이상 규모의 대형서점은 교보문고 대구점과 영풍문고 대구점 2곳뿐이다. 교보문고 대구점은 디자인문구·리빙·CD 등을 판매하는 ‘핫트랙스’를 강점으로 연매출 450억~500억원을 올리고 있다. 그에 비해 영풍문고 대구점은 지리적 열세 속에 연매출도 90억원 정도로 교보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 2위인 영풍문고는 적지(敵地)의 코앞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구백화점 본점 지하1층 전체를 모두 사용해 오는 9월 2천380㎡(720평) 규모로 복합문화공간형 서점을 개점하기로 한 것. 경쟁사인 교보문고 대구점과 불과 200m도 안 되는 거리에 추가 입점 카드를 꺼내들면서 업계 1·2위 간에 제대로 된 한판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문고는 대구에 2세대 서점을 처음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영풍, 大百 지하 1층 통째 임차
카페·편의점 등 휴식공간 배치
문화휴식형 서점 9월 대구 첫선

교보, 리모델링보다 출점 무게
현대百도 서점 유치 긍정 검토

연말 오픈 신세계百 업계 눈독
6∼7월 경쟁구도 정해질 전망



대형서점계가 책은 파는 ‘1세대 서점’에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며 쉬어가는 ‘2세대 서점’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의 점포로 승부해보겠다는 심산이다. 대백 지하1층에 3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해 서점은 물론 카페·편의점 등을 함께 입점시키고, 서점 내 모든 섹션에 테이블·소파 등 다양한 좌석을 배치해 편하게 눈치보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서관 같은 문화휴식형 서점을 만들 계획이다.

영풍문고측은 기존 삼성금융프라자 지하1층의 매장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김근희 영풍문고 대구점장은 “기존 점포와 대백 점포는 주고객층이 달라 두 점포를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금융프라자 점포의 경우 오는 8월 디자인문구 파트를 확장하는 부분 리모델링도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풍문고는 지난해 3월 새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 점포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백 입점은 교보와 파이 전쟁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서점에 대한 신규 수요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면서 “대백 입점은 대구 대형서점계가 2세대 서점으로 변모하는 계기로 작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풍의 ‘경쟁사 코앞 입점’이라는 허를 찌르는 한 수에 1위 업체인 교보문고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보문고 대구점이 개점한 지 15년이 지나 조만간 리모델링에 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교보문고 대구점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내부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교보 대구점은 리모델링을 사실 오래전부터 본사에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캐시카우(확실한 수익원) 매장이다보니 매출이 줄 수밖에 없는 리모델링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신 교보문고는 신규 출점에 무게를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과 입점을 검토중이다. 교보문고가 타 지역 현대백화점에 다수 입점돼 있는데다 집객 효과에 매출도 좋은 편이어서 입점 협의가 오가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입점이 확정되면 교보문고도 영풍문고 대구점과 200m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 신규 점포를 출점하게 돼,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펼쳐지게 된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최근 대형서점이 문화휴식형 2세대 서점으로 변모하면서 백화점에서 서점 유치에 적극 나서는 추세”라면서 “교보문고 입점 여부는 6~7월쯤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신세계 대구점에 입점 경쟁

오는 12월 개점 예정인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지역 유통가뿐 아니라 대형서점업계에도 초미의 관심사다. 1천650㎡(500평) 규모로 개방형 복합문화공간인 2세대 서점이 입점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백화점을 비롯한 아쿠아리움, 영화관 등과 함께 복합쇼핑단지에 입점하는 데다 동대구복합환승센터로 유동인구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서점 입지 조건으로는 안성맞춤이어서, 대형서점들이 입점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빅3 대형서점인 교보·영풍·반디앤루니스 모두 신세계백화점 입점에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은 대구 유통의 핵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유동인구·지리적 조건 등이 뛰어나 서점 입지로서는 최상”이라면서 “어차피 어느 업체든 입점할 최상급 자리여서 불꽃튀는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점업계 일각에서는 반디앤루니스의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입점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반디앤루니스가 지난 3월 개점한 부산의 신세계센텀시티몰에 입점한 데다, 다른 업체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소문이 나돌고 있다는 것. 여기다 교보문고가 최근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사이가 다소 껄끄러운 상태라는 점도 반디앤루니스 입점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신세계 측은 “아직 입점 업체가 결정되지 않았다. 6월까지 공식제안서를 받은 뒤 6월 말~7월 초에 입점 브랜드를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수익성과 함께 추구하는 색깔이 맞는지를 잘 따져 입점 업체를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디앤루니스가 신세계 대구점에 입성해 대구에 빅3 대형서점의 삼국지가 펼쳐질지, 아니면 교보나 영풍에 자리가 돌아가 대구지역 1·2위 서점 간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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