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옷가게 운영하는 박일란씨 “힘들게 골라 재생시킨 옷, 새로운 주인 만나면 기뻐”

  • 채임이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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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5   |  발행일 2016-05-25 제14면   |  수정 2016-05-25
단골손님 중엔 패션 리더들 많아
친분 쌓고 정 나누니 사람도 구제
구제옷가게 운영하는 박일란씨 “힘들게 골라 재생시킨 옷, 새로운 주인 만나면 기뻐”
대구 관문시장 구제골목에서 박일란씨가 새 생명을 불어넣듯 옷을 정리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저희 가게에서는 3천원에서 몇만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옷을 구입할 수 있어요. 입지 않는 옷을 나눠줄 수도 있어 옷으로 정을 나누고 판매하는 곳이랍니다.”

대구 관문시장 구제골목 옷가게 ‘베니스’에서 만난 박일란씨(여·44). 연극이나 뮤지컬 등의 분야에서 메이크업을 하던 박씨는 구제골목 쇼핑을 하다 구제옷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래서 메이크업일을 과감하게 그만두고 아예 구제가게를 열었다. 새벽 5시에 출발해 김해공장에서 밤 10시까지 좋은 옷을 고르려고 힘든 노동의 시간을 거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2~3t 되는 옷더미 속에서 팔 만한 옷가지들을 빼고 뒷정리와 청소까지 깨끗하게 하고 나와야 하는 것이 힘들고 서글펐다. 하지만 재생과정을 거쳐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순간을 떠올리면 수고는 금세 아무렇지도 않게 잊혔다.

예전에는 주로 나이 드신 분이 많았지만 지금은 젊은 쇼핑객이 부쩍 늘고 있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여기선 마음에 드는 옷을 찾으려고 허리를 굽혀 옷더미를 파고드는 사람, 상태가 좋은지 꼼꼼하게 살피면서 입어보는 사람, 몇 푼이라도 아끼려고 흥정하는 사람 등 다양한 고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젊은이 가운데는 직접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구제가게를 여는 경우도 제법 많이 생겨나고 있다.

구제패션은 친환경 트렌드와 맞물려 ‘착한 패션’으로도 불린다. 잠깐 입고 버리는 옷이 늘어나면 아무래도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만, 조금 손질해서 누군가에게 필요한 옷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만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박씨의 생각이다.

박씨는 “여기 오는 단골손님 중에는 유행에 민감한 패션 리더들이 많이 있다. 구제가게 손님들과도 친분이 쌓여 서로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누다보니 구제가게 사람도 구제가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물론 관문시장 내 구제골목의 가게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지금도 활기차게 옷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글·사진=채임이 시민기자 chaeime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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