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의 그대 돌아오지 않을수 없으리”…20년째 특별한 마을축제

  • 김점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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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5   |  발행일 2016-05-25 제14면   |  수정 2016-05-25
성주군 수륜면 작은마을 화제
선후배 한자리 모여 情 나눠
“객지의 그대 돌아오지 않을수 없으리”…20년째 특별한 마을축제
지난 22일 성주군 수륜면의 한 시골마을에서 출향 인사들이 모처럼 모여 흥겨운 시간을 갖고 있다.

“반갑습니다. 깃발 댁의 큰아들입니다.” 마을 초입에는 ‘20회 내 고향 한마음 축제’라는 현수막이 나부낀다. 승용차들이 속속 도착하고 행사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무대로 올랐다. 이름 대신 아무개 댁 아들 혹은 딸이라고 자기를 소개한다.

지난 22일 성주군 수륜면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이날 행사는 매년 가정의 달인 오월을 맞아 고향 선후배가 한자리에 모여 옛 추억을 회상하며 정을 나누는 자리다. 서울·부산·대구·대전 등 각지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이 먼 길을 마다않고 고향으로 달려온 것이다. 여기에선 시간이 멈춰 있다. 모인 사람 대부분이 어릴 적 모습 그대로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행사의 시작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녀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마을 인구가 크게 줄었다. 일 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어릴 적 뛰놀던 친구들과 아련한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보고 싶은 마음에 몇몇 사람들이 뜻을 모았고,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다는 제상규씨(60)는 “지난해 참석자가 올해는 보이지 않을 때 마음이 아프다. 고향을 생각하는 마지막 세대가 우리들이 아니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왔다는 이명술씨(여·60)는 “아들과 같이 동네를 한 바퀴 둘러봤는데, 골목마다 왁자지껄 몰려다니던 소리며 어머니가 부르던 소리는 아직 귀에 쟁쟁하건만 어머니는 고인이 된 지 오래고, 골목을 누비던 소녀는 예순의 할머니가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고가는 대화도 독특하다. “떨어진 모과를 많이 주우려고 잠도 안 잤지” “호호 12남매 중 둘째다” “돈이 필요하면 10원, 20원 빌리는 깃발 양반네가 우리 동네 금고였다” “줄줄이 딸만 낳다 아들 낳아 동네가 떠들썩했던 유산 댁 아들이네” 고향에서만 들을 수 있는 대화와 향수. 바로 고향의 맛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100명 정도가 참석한 이날 행사는 추억과 인정만큼 푸짐한 음식과 함께 고향의 쌀과 엿기름이 답례품으로 전달됐으며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내년에도 꼭 다시 만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자”는 인사로 마무리됐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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