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다섯살 그녀는 아이들 논어 선생님”…스무살부터 봉사활동 강도율씨

  • 최지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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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5   |  발행일 2016-05-25 제14면   |  수정 2016-05-25
이지성 작가 책 읽고 인연 맺어
‘인문학=사랑’실천하기로 결심
마음 열어주는 아이들 보면 행복
“스물 다섯살 그녀는 아이들 논어 선생님”…스무살부터 봉사활동 강도율씨
인문학 교육봉사자로 활동 중인 강도율씨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고전을 가르치고 있다.

“학교 공부보다 천 배, 만 배 쉬워요. 학교에서도 이런 수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지난 12일 경산시 하양읍 금락지역아동센터. 인문고전 ‘논어’ 수업을 받는 초등학생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어른들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고전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주인공은 생기발랄한 20대 강도율씨(여·25·경산시 중산동)다.

강씨가 인문학 교육봉사를 시작한 것은 한 작가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10대 때 방황을 많이 했고 스무 살무렵이 되어서도 무의미한 삶의 연속이었죠. 그러던 중 우연히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책을 운명처럼 접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작가(이지성)에게 호기심이 생겼어요.”

한때 아이돌 열성팬이었던 그녀는 그 후 이 작가의 콘서트와 팬 사인회를 빠짐없이 다녔고, 어느 정도 친해지면서 ‘인문학=사랑’을 강조하며 교육봉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이 작가를 보게 됐다. 세월이 조금 흐른 뒤 이 작가는 그녀에게 “인문학 교육봉사는 언제 할 거냐”고 물었다. ‘교육’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터라, 차일피일 미루다가 스무 살부터 하기 시작한 봉사가 벌써 올해로 5년이 됐다.

매주 한 시간 수업을 위해 그녀가 논어 관련 책을 열 권 이상 찾아보는 것은 기본이다. 이틀을 꼬박 걸려 자료조사를 하고 교구를 만든다. 아이들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 정서와 관련된 교육서적과 육아서까지 섭렵했다. 그녀는 “나태주의 시 ‘풀꽃’에서 말한 것처럼 자세히 보아야 아이들을 알겠더라”면서 아이들의 입장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매 순간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했다. 이날 수업 때는 ‘서(恕)’와 관련된 시를 읽고 자작시 쓰기 도전에 이어 과자파티가 열렸다. 과자를 제 입에 가져가기 바쁠 나이지만 아이들은 선생님들을 한 분 한 분 먼저 챙겼다. 그녀는 “예전에 논어를 통해 ‘예(禮)’를 배우면서 웃어른을 먼저 챙기기 시작했던 게 지금은 습관이 된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처음에는 봉사를 토요일에 했는데, 친구들과 ‘불금’을 보내고 봉사를 갔더니 몸도 마음도 힘들어서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를 내기에도 빠듯했던 제가 언젠가부터 아이들에게 줄 책과 간식을 아낌없이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어요.”

첫 봉사를 나갔던 지역아동센터는 정부의 토요지원금이 중단되면서 쫓겨나다시피 했고 이후 다시 봉사할 곳을 알아보고 거절당하기를 수십 차례. 3년 전부터 다시 봉사를 시작한 그녀는 “예전에는 아이들이 지식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행복했는데, 지금은 저에게 마음을 열어줄 때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강씨는 현재 이지성 작가가 설립한 교육기관 ‘차이에듀케이션’에 근무하면서 논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재를 연구, 제작하며 서울과 대구를 오가고 있다. 그녀는 “진정한 교육은 같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며, 저도 아이들과 함께 배우면서 배움의 여정을 함께한다고 보면 된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글·사진=최지혜 시민기자 jihye79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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