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막힘 없는 하늘’ vs 가덕도 ‘혼잡한 하늘’

  • 최수경
  • |
  • 입력 2016-05-26 07:19  |  수정 2016-05-26 09:36  |  발행일 2016-05-26 제3면
[쟁점으로 본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2] 안전성
20160526
20160526

영남권 신공항 입지결정의 중요 평가항목 중 하나는 바로 ‘안전성’이다. 용역기관은 밀양(내륙공항), 가덕도(해안공항) 중 어떤 형태의 공항이 비행기 운항에 안전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안전성과 연계돼 고민해야 할 사항은 공역(空域)의 중첩 정도, 공항 용량, 주변 장애물 현황 등이다.

밀양을 신공항 입지후보지로 밀고 있는 대구·경북·경남·울산은 이 부분에서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부산은 가덕도 주변에는 밀양 후보지처럼 산과 민가가 없어 이착륙에 안전하다는 논리를 계속 펴고 있다.

밀양, 항공기 충돌사고 방지 가능
가덕도는 김해공항 등과 공역 중첩

부산 ‘밀양 山’트집 잡고 맹공세
국제 추세 항공학적 검토 반영땐
12개 아닌 3개만 절개해도 안전

해상공항은 대형사고 위험 높고
태풍·해일 등 자연재해에 취약

■안전한 공역확보

대구·경북·경남·울산이 손꼽고 있는 밀양의 강점은 비행 중인 항공기의 충돌을 막을 수 있는 공역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밀양은 부산이 현재 존치를 주장하는 김해공항과 26.5㎞(관제공역 기준) 이격돼 있어 비행절차(이착륙 경로) 분리가 가능하다. 이는 운항의 안전성 및 활주로에서의 항공기 이착륙처리 능력을 의미하는 공항용량 확보로 귀결된다. 덧붙여 24시간 충분한 슬롯(Slot: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공급 역량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가덕도는 김해공항과 이격거리가 21㎞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밀양보다 안전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공역중첩도가 높다는 말이다. 이럴 경우,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서면 김해공항과 너무 가까워 비행기가 이착륙하려 해도 김해공항에서 먼저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까지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여기에 가덕도는 진해공항과 일본의 공역과도 인접해 있다. 이 역시 공역이 중첩될 소지가 있다. 부산시는 최근 공역중첩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활주로(1본)를 기존 남북 방향이 아닌 동서방향으로 틀기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활주로 설계 방향수정이 외국전문용역기관의 입지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부산은 김해공항 존치를 고수하며 가덕도 신공항유치 전략을 펴는 것은 소위 ‘허브’와 ‘서브’ 공항 둘 다 독차지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면서 서울의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도쿄의 나리타 공항, 하네다 공항을 예로 든다. 이는 영남권 4개 시·도가 국가균형발전 및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수도권인 인천공항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영남권과 남부권(영호남)을 아우를 수 있는 제2관문공항을 갈망하는 것과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부산이 공항을 2개씩 보유하겠다는 것은 지역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항공학적 검토 반영될까

현재 밀양과 가덕도의 신공항 유치전선은 또 다른 의미에서는 ‘산’과 ‘바다’의 대결구도이기도 하다.

부산은 2002년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 민항기 추락사건(탑승자 129명 사망) 이후 산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통상 산지 주변에 남풍이 불 때 비행기가 맞바람을 안고 착륙을 시도하면 위험해져 북쪽으로 우회해서 착륙해야 한다. 이때 돗대산(해발 380m)을 넘어서 착륙을 시도해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 당시 사고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신공항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자 부산은 작심한 듯 ‘바다(가덕도)’카드를 빼들었다. 해안공항을 건설하면 주변에 산이 없어 운항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부산은 산지를 끼고 있는 밀양에 신공항을 지으려면 주변 산봉우리를 12개나 깎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기술적 검토과정에서 어느 정도 증명된 것이라는 명분도 내세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대구 등은 최근 국제적 추세인 항공학적 검토가 반영되면 산봉우리 3개만 일부 절개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산지 절개는 사업의 경제성 측면과 맞물려 있어 밀양을 지지하는 영남권 4개 시·도는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대구 등은 항공학적 검토를 반영해 사업비 4조6천억원(가덕도 5조9천900억원 추산)이 소요된다는 의견을 이미 외국용역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전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항공학적 검토의 평가항목 반영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아울러, 대구 등 4개 시·도는 자연재해 등과 관련해 해상공항인 샌프란시스코(2013년)와 간사이공항(2011년)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는 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주열 남부권신공항추진위원장은 “가덕도는 태풍과 해일 등 각종 자연재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최수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