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근로자에 무 재배 지시… 한동대 16년간 ‘갑질’ 논란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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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6 07:52  |  수정 2016-05-26 07:52  |  발행일 2016-05-26 제13면
학교 후원자 1천400명에 선물로
근로시간도 줄여 예산 편법축소
대학“대가 지불해 문제없어”해명

[포항] 한동대가 청소근로자에게 십수년 동안 교내에서 무 재배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은 무 재배를 과업지시서에 포함했고 소정의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청소근로자가 키운 무를 교직원과 학생이 재배한 무라며 학교 후원자 1천400명에게 선물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한동대는 청소근로자에게 무 재배까지 시키면서 근로시간을 통상적인 근로시간인 8시간보다 한 시간 적은 7시간으로 책정한 것으로 드러나 예산을 줄이기 위해 편법을 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북지역일반노동조합 포항지부는 25일 오후 한동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6명의 청소근로자들은 쥐꼬리 월급을 받으면서도 16년 동안 3천평 규모의 무밭에서 무를 재배했다. 뿐만 아니라 정해진 업무를 7시간 만에 처리해야 되기 때문에 다른 학교보다 노동강도가 훨씬 세지만 한동대는 108만원 정액 월급만 주고 있다”며 “한동대는 당장 갑질을 중단하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근로자는 △하루 8시간 및 주 5일제 근무 △청소 외 업무 지시 금지 △식대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북노조 송무근 포항지부장은 “법적 문제는 없지만 일부가 아닌 전체 근로자를 단시간 근로자로 만든 것은 편법”이라며 “수차례의 대화 요구에도 학교는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대 학생들도 청소근로자 편에 섰다. 학생 100여명으로 구성된 ‘청소노동자를 지지하는 한동인 모임’은 SNS를 통해 이들이 처한 상황을 학교 밖으로 알리는 한편, 청소근로자들의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재학생 4천여명 중 1천600여명이 청소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서명했다.

논란이 일자 한동대는 해명자료를 내고 “근로자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7월 신규 계약 때 주 4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조정하고, 급양비와 토요일 휴무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무 재배는 학교에서 직접 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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