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환동해시대를 열다 .2] 동해안 마리나 시대를 향해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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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7   |  발행일 2016-05-27 제10면   |  수정 2016-05-27
후포·두호 마리나항 개발…러·日 잇는 크루즈선 기착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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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호 마리나항만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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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포 마리나항만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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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 부촌 중 한 곳인 마리나 구역. 이곳 명물은 특이하게도 해안을 따라 정박돼 있는 요트다. 새하얀 요트와 그 위를 날고 있는 바다새, 그리고 해변의 여유로운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사시사철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건너면 나오는 소살리토에서도 요트 선착장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요트 선착장 덕분에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매력의 소살리토에 고급스러움이 더해진다. 관광객은 요트 선착장 옆을 산책하고, 인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한껏 바다의 낭만을 즐긴다. 또 요트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드넓은 캘리포니아 바다로 나가는 꿈을 꿔본다. ‘마리나(marina)’라는 단어는 ‘해변의 산책길’이라는 의미가 있는 라틴어 ‘Marinate’에서 유래했다. 마리나 항만은 요트와 보트 등 다양한 종류의 레저선박을 위한 계류시설을 갖추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레저시설 또는 복합공간으로 볼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해양레저산업 육성을 주요 국가정책으로 채택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국민소득과 여가시간 증대에 따라 해양레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마리나를 이용한 해양관광, 해양레포츠 등 관련 관광 서비스 산업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선 마리나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체계적인 진흥을 위해 2010년 ‘제1차(2010~2016) 마리나항만 기본계획’과 지난해 수정 계획을 수립, 전국 58곳의 마리나항만 개발 예정지를 선정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제 경북 동해안에도 머지않아 ‘마리나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후포 거점형 마리나항’ 올 착공
사업비 553억…2019년까지 완공
요트·보트 305척 계류장 등 설치
첫 민간 개발 ‘두호 마리나항만’
1825억 투입…리조트형 개발
생산파급·고용유발 효과는 물론
관광산업 관련 시너지도 기대돼


◆골프→승마→요트 “레저는 이동 중”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요트는 극소수의 부자만 즐기는 호화로운 취미다. 하지만 국민소득 2만7천달러를 넘어서며 요트 등 고급 해양 레저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나름 고급에 속하는 레저의 흐름은 골프에서 승마로, 이제 요트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레저 선박 조종면허 취득자 수는 2007년 6만5천758명에서 2013년 14만137명으로 2.1배 증가했다. 지난해엔 15만3천559명으로 급증했다. 레저선박 등록 수도 2007년 3천944척에서 2013년 1만257척으로 5년 만에 약 2.6배 증가했다.

이처럼 해양 레저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고 있지만 국내 해양 레저 인프라나 체계적인 레저 기반시설은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해양수산부와 지자체는 ‘마리나항만’ 개발 등 차세대 레저산업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마리나항만 기본계획(2010~2019년)’에 따르면 경북에선 울진 후포항(거점형 마리나), 포항 두호항(리조트형 마리나)과 양포항(레포츠형 마리나), 경주 감포 마리나, 영덕 강구 마리나 등이 사업 예정지에 포함됐다. 마리나항만에는 해양 계류시설과 육상 보관시설, 수리시설, 급유시설, 클럽하우스, 호텔, 콘도, 문화·교육·체험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경북서도 마리나항만 조성 잇따라

울진군에 조성될 ‘후포 거점형 마리나항만’은 2013년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전국 6곳의 거점형 마리나항만 중 한 곳이다. 거점형 마리나항만은 해양관광의 중심지, 마리나산업 클러스터, CIQ(세관, 출입국 관리, 동식물 검역) 처리기능, 한·중·일 국제 마리나 네트워크 구축 등을 위해 주요 거점지역에 국가지원 대상 마리나항만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4년 8월 기본설계가 완료됐고, 지난해 12월 실시설계가 마무리돼 올해 기반시설 사업이 착공될 예정이다. 기반시설 조성을 위한 기반시설 위주인 1단계 사업을 금년 6월 중 착수하여 2018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클럽하우스, 상업시설, 육상계류시설 등 2단계 사업도 2019년까지 조성 완료할 계획이다.

후포 마리나항만 사업에는 국비 259억6천200여만원을 포함해 총 553억3천400여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개발 면적은 바다 8만7천㎡, 육지 8만3천156㎡ 등 모두 17만433㎡에 달한다. 바다에 155척, 땅에 150척의 요트 및 보트를 정박 및 보관할 수 있는 계류장이 들어선다.

후포 마리나항만 외에도 조성 예정인 주요 마리나항만으로는 포항의 ‘두호 마리나항만’이 있다. 리조트형인 이 항만은 국내 첫 민간 제안 마리나항만 개발 사업으로 지난 3월 실시협약을 체결했으며, 중앙연안관리심의위원회 및 실시계획 승인 등을 거쳐 2017년 착공될 예정이다. 총 사업비 1천825억원이 투입된다.

경북도는 후포와 두호 마리나항만을 국내·국제 크루즈선의 기착지로도 개발할 방침이다. ‘강원(속초·삼척)~경북(후포·두호)~울산·부산’을 오가는 국내 크루즈선의 중간 기착지로 개발한다. 또 ‘울릉도~독도’항로를 ‘후포·두호~울릉도~독도’로 연장해 후포를 독도지킴이의 전진기지화 한다는 복안이다. 국제 크루징 루트로는 ‘러시아~경북(후포·두호)~일본’을 잇는 환동해권 국제 요트 중심 기착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생산·취업 등 경제적 파급효과 커

경북에 마리나항만이 잇따라 조성되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도는 후포 마리나항만의 생산 파급효과를 1천147억원, 취업 파급효과를 745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요트, 보트 등 레저 선박의 보관·수리·부품·대여 등 해양레저 관련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국내는 물론 일본, 러시아 등을 대상으로 한 고부가가치 해양레저 서비스 활성화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호 마리나항만의 경우 생산 파급효과 4천519억원 및 사업기간 중 5만명 이상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 관광산업에도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동서 4축 및 5축 고속도로 준공으로 수도권으로의 접근성이 개선되고 국립해양과학교육관이 건설되면, 해양관광과 관련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후포 마리나항만을 해양레저 교육 중심지로 조성하고, 울진에 들어서는 국립해양과학교육관을 해양과학교육의 중심지로 개발하면 이 일대가 명실공히 해양교육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

경북도는 마리나항만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사계절 휴양형 마리나 개념을 도입해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해양레저·레포츠 활동을 지원하고, 비수기에는 휴식·휴양·쇼핑·교육 등의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인근 백암·덕구온천, 성류굴, 월송정, 바다목장, 해양낚시터 등 관광·휴양지와 대게·홍게 등 유명한 특산물을 마리나항만과 연계해 관광상품화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해외 요트 유치도 경북의 마리나항만 활성화 방안 중 하나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등지에서 월동 보관·계류를 위해 부산 등 남해안 지역으로 이동하는 요트와 보트 등을 거리가 가까운 경북지역 마리나로 유치하겠다는 것. 해외 요트를 유치하면 계류 및 보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조만간 경북 동해안 마리나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요트 등 레저 선박이 대중화되고 저변이 확대되면 경북의 마리나항만들이 국내 및 해외에 경북을 알리고 경제적 파급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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