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계 수장 불러 보고받은 국회의원 당선자의 非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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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7   |  발행일 2016-05-27 제23면   |  수정 2016-05-27

구미을 새누리당 장석춘 국회의원 당선자의 비교육적 행위가 도마에 올랐다. 그는 최근 구미교육장을 포함한 실무 과·계장 등을 당협사무실로 불러 구미교육현황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국회의원 당선자 입장에서 지역의 화급한 현안에 대해 미리 알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설명회는 바람직하고 권장할 만하다.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남다른 의욕과 열정 역시 높이 살 만하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취지와 목적을 지향했다 하더라도 예의를 잃게 되면 그 빛이 바래게 되고 사회적 지탄을 받게 돼 있다. 장 당선자는 잘못을 시인하고 이 나라의 교사들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하기 바란다.

현역 국회의원이든 당선자 신분이든 교원(스승)을 오라가라 해선 안 된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고루한 예의범절을 앞세우지 않더라도 최소한 교육장이 허리를 깊숙하게 꺾고 인사를 하는 모습은 결코 교육적이지 못하다. 장 당선자 사무소 측이 배포한 ‘구미교육지원청 이동걸 교육장 현황 설명’이란 보도자료는 이러한 무신경과 무개념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설령 보도자료대로 구미교육장이 구미국가산업단지 확장단지 내 학교신설과 관련해 ‘유기적이고 긴밀한 업무협조’를 요청했다고 하더라도 장 당선자가 교육청을 방문하는 게 백번 옳았다. 더욱이 상명하복식 구태의연한 문구가 담긴 자료와 사진을 기자들에게 버젓이 내놓은 것은 장 당선자와 당협 관계자의 양식과 상식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당시 설명회 자리는 다수의 시·도의원들까지 참석한 연석회의 성격이어서 국회의원 당선자는 물론 기초·광역의원들의 고압적 자세에 대한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장 당선자 측은 협의된 설명회 장소가 당협사무실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이지만, 의전과 형식은 내용 못지않게 중요하다. 누가 보더라도 이번 설명회의 경우 국회의원은 지역의원들을 줄세우고, 지역의원들은 피감기관들에 군림하는 고질적인 병폐가 그대로 드러난 행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장 당선자는 국회의원 당선자이기 이전에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노동자의 평등과 권익을 대변해 와 행보가 남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화두가 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도 읽지 못한다면 어떻게 주민의 대표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장 당선자와 설명회에 참석한 시·도의원들은 구미교육계의 수장인 교육장에게 허리 꺾어 사과하고, 구미 전체 교원과 지역민들에게도 적절한 해명을 하길 바란다. 아울러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지역 정치인들이 몸을 낮추는 국회의원 상을 새로이 정립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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