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스토리] 2016 S/S 핑크의 재탄생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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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7   |  발행일 2016-05-27 제36면   |  수정 2016-05-27
핑크는 남자의 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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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로맨즈의 핑크

19세기까지 男兒는 분홍·女兒는 파랑
당시 핑크가 남성스러움·부유함 상징
2차대전後 남녀노소 공유‘중성 컬러’로
21세기엔 바비인형·여성 대표색 입지

올시즌 패션하우스 다양한 핑크룩 선사
性 허무는 컬러로 핫 트렌드 키워드 부상

촌스럽다고 여겨지던 핑크가 이번 시즌 기품있고 세련된 컬러로 거듭난다.

믿기지 않겠지만 19세기까지만 해도 핑크는 남성들의 컬러로 통했다. 의상의 디테일이 화려했던 빅토리아 시대, 가족 초상화 등을 보면 남자 아이들이 핑크색 의상을, 여자 아이들이 블루 계열의 의상을 입고 있다. 당시 핑크는 남성스러움을, 반대로 블루는 부드러움을 상징하는 컬러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염색 기술 자체가 발달하지 않아 농도 짙은 원색보다 파스텔 계열의 컬러를 제작하는 것이 더 어려웠던 시절인지라, 핑크 컬러의 옷을 입는다는 것은 부유함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러한 인식은 완전히 바뀌었고 핑크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중성적인 컬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핑크’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비인형이 되었다. 혹은 금발에 발그레한 볼, 혹은 갓 피어난 꽃, 아니면 유아기 여자아이에게 옷을 입힐 때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손이 제일 많이 가는 컬러 등 여러가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흥미롭고 감각적인 컬러다.

핑크는 채도에 따라 느낌이 다른 컬러이기도 하다. 귀엽고 앙증맞은 소녀 이미지를 선사하는 파스텔 핑크, 차분하고 이지적인 인디언 핑크, 경쾌하고 섹시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핫 핑크까지 팔색조 매력을 갖추고 있다.

핑크 컬러가 특히 여성들에게 좀 더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피부 톤을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핑크는 환자들을 차분하게 안심시키는 컬러로 알려져 있다. 유방암 캠페인에 핑크 리본을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6 S/S 수많은 패션하우스들은 서로 경합이라도 벌이듯 가지각색의 핑크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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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맨즈의 핑크

과거의 달콤함과 로맨틱함만이 아닌, 디테일을 더하고 다채로운 레이어링을 통해 더욱 새롭고 스타일리시한 핑크룩을 선사했다.

구찌는 세련미를 더한 트로피컬 핑크 프린트를 선보였다. 캐롤리나 헤레나는 발랄하고 순수한 소녀 느낌의 베이비 핑크 미니 드레스를 위트감이 있는 핫 핑크의 선글라스와 함께 선보였다. 그런가 하면 도회적인 느낌을 잘 살려 매 시즌 전 세계 패션 미디어들의 주목을 받는 이탈리아의 상징적인 브랜드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컬렉션에서 크기가 작은 플라워 프린트가 가미된 올 핑크 슈트를 내놓았으며 미쏘니도 다양한 컬러와 믹스해 재미있는 체크 핑크를 선보여 인상적이다.

이렇듯 다양한 뉘앙스의 팔레트를 보여준 이번 시즌 핑크는 여성복뿐만 아니라 남성복 컬렉션에서도 인기몰이를 하는, 성을 허무는 젠더리스 컬러로 자리 잡은 듯하다.

핑크 컬러가 믹스된 밀리터리 프린트 룩을 선보인 코치와 클래식한 셔츠 위에 핑크 재킷을 걸친 에르메네질도 제냐, 파스텔 핑크의 팬츠와 화이트 샌들의 매치로 딱딱한 룩을 부드럽게 중화시킨 구찌, 그리고 잔잔한 도트 무늬가 들어간 인디언 핑크 슈트로 눈길을 끈 에트로까지 댄디하면서도 로맨틱한 핑크의 면모를 멋지게 보여주었다.

촌스럽고 유치한 컬러로만 인식되어 왔던 핑크, 이번 시즌은 예외다.

보는 것만으로도 화사하고 사랑스러운 기운을 느낄 수 있는 핑크 컬러는 단연 이번 시즌 핫 트렌드 키워드로 떠오를 듯하다.

평소 공식석상에서 다채로운 톤의 핑크 룩을 선보이며 여성들의 떠오르는 롤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영국의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 핑크홀릭의 여변호사 역으로 톱 배우의 대열에 올랐던 ‘금발이 너무해’의 리즈 위더스푼, 그리고 1960년대의 패션 아이콘 재클린 케네디까지, 핑크는 스타일을 선도하는 다양한 셀러브리티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핑크 컬러가 아무리 유행이라 해도 튀는 것을 꺼리는, 무채색만 즐겨 입던 이들이 핑크 컬러에 손을 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땐 핑크 컬러로 포인트만 주면 된다. 이때 채도가 높은 원색계열의 핑크보다는 파스텔톤 또는 더스티 핑크 정도로 시도해 보는 것이 적당하다. 데님 팬츠 혹은 핑크 셔츠에 미니 백이나 스니커즈로 경쾌함을 더하고 무심하게 드는 클러치 정도로 마무리하면 세련미 넘치는 핑크 룩을 연출할 수 있다.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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