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임진강 뱀장어낚시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6-05-27   |  발행일 2016-05-27 제39면   |  수정 2016-05-27
“그럼 그렇지, 자연산 장어 먹기가 쉬울까…”
20160527
서봉수씨가 유속이 느려지는 홈통에 던진 채비로 뱀장어 한 마리를 뽑아내고 있다.

포인트 비룡대교 인근 낚싯대 12대
오후 7∼11시 입질시간대 3마리뿐
그마저도 100g 채 안되는 새끼들
비로 깊어진 수심과 세진 물살 탓

“혹시 오늘 밤 장어낚시 취재 가능하겠어요?”

뜬금없는 전화다. 이현성 다이와 원투낚시 스태프는 나에게 원고마감이 한창이던 지난 9일 오후 뱀장어 낚시를 가자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포인트가 임진강 비룡대교 부근이라는 것. 월간낚시21 편집부 사무실이 있는 파주에서 30~40분 거리다.

◆뱀장어 냉장고 포인트가 있다고?

오후 5시. 나는 학곡리 마을회관(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앞에서 마중 나온 이현성씨를 만났다. 그를 따라갔다. 비룡대교를 건너 좌회전, 임진강변을 따라 하류 쪽으로 가던 이씨 차가 오른쪽 비포장 길로 내려간다. 강변에 차를 세웠다. 먼저 와 있던 김용태 스태프와 초원투 클럽 회원 서봉수씨는 벌써 채비를 마치고, 삼각대에 장어 원투대를 내려놓고 있었다.

“매년 이맘 때 뱀장어를 낚는 자립니다.”

이씨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표정이 역력하다. 아주 큰 놈은 드물지만 200~300g짜리 ‘먹을 만한’ 씨알로 하루 7~8마리는 보장되는 이른바 ‘냉장고 포인트’란다.

이씨가 6대, 김씨와 서씨가 3대씩. 모두 12대의 뱀장어 원투낚싯대를 폈다. 이제 입질만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물이 많이 불었네요. 유속도 빠르고.”

이씨의 혼잣말에는 걱정이 뚝뚝 떨어진다. 최근 잦은 봄비로 임진강 물이 많이 불었다. 예전 이맘 때 같으면 강심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수위가 낮은데, 지금은 연안 수심도 꽤 깊다. 뱀장어는 물살이 센 곳을 싫어한다. 특히 강에 서식하는 뱀장어는 비가 많이 내려 유속이 빨라지면 움푹 파인 소(沼)나 홈통 부근으로 몸을 피한다.

이씨의 걱정은 이날 현실이 됐다. 오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이른바 입질 시간대에 우리가 낚아낸 뱀장어는 단 세 마리. 그것도 100g이 채 되지 않는 씨알의, 소위 ‘장애(새끼장어)’ 수준이었다.

20160527
“씨알이 맘에 안 들어.” 김용태씨도 어렵사리 받은 입질이지만 원했던 결과물은 아니다.

◆잦은 봄비에 고전의 연속

가장 먼저 입질을 받은 사람은 서씨였다. 물 흐름이 느려지면서 연안으로 움푹 파여 돌아나가는 곳에 채비를 던져 놓은 서씨의 초릿대 끝이 까딱까딱거렸다. 전형적인 장어 입질이다. 씨알이 굵은 놈이라면 여기서 낚싯대가 수면 쪽으로 처박혀야 한다. 그런데 입질은 그걸로 끝이다.

“잔챙이 같은데요.”

“그래도 모르잖아. 한번 채 봐.”

서씨가 낚싯대를 세웠다. 바닥 돌 사이에 박힌 봉돌을 뽑기 위해 힘껏 챔질을 한 후 릴을 감는다. 이윽고 시커멓고 길쭉한 것이 수면 위에서 하늘로 떠오른다. 뱀장어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씨알이 잘다. 그냥 방생.

이때가 오후 7시40분쯤. 어쨌든 약간의 기대를 갖게 하는 조과는 나온 셈이다.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다. 현장 상황이 좋지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두 시간 승부를 보면 200~300g의 씨알로 서너 마리는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이 흘렀고, 기대가 허탈로 바뀌는 순간. 이번에는 김씨의 끝보기 케미컬라이트가 임진강에 인사를 하기 시작한다. 꾸벅꾸벅.

“왔다~!”

한데 모여 이런저런 낚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때우던 김씨가 재빨리 자신의 자리로 뛰어간다. 그리고 힘껏 챔질.

“에이~! 또 그냥 질질 끌려나오네….”

좀 전 서씨가 낚은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때가 밤 10시. 이제는 대를 접어야 할 시각이다. 다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 사람들.

“딱 한 시간만 더 해 봅시다.”

이씨는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대를 접으면, ‘먹을 만한 씨알로 최소 7~8마리’ 운운하며 큰소리 쳐놨던 자신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이현성씨의 말대로 딱 한 시간만 더 버텨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반전 드라마는 없었다.

20160527
지렁이꽂이를 지렁이 환대 아래로 밀어 넣어 그대로 관통시킨 다음 지렁이꽂이 끝에 바늘 끝을 끼우고 목줄까지 지렁이를 밀어 넣는다.

◆원 모어 찬스를 기약하며

아, 아니다. 하나가 더 남았다. 11시 정각, 다섯 대의 낚싯대를 접고 마지막 남은 한 대를 접기 위해 삼각대에 세워둔 다이와 HS서프대를 들던 이씨의 외침.

“어~! 장어다.”

철수를 위해 마지막 대를 접는 순간 입질을 한 놈이 채비에 달려 있었다. 낚싯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밤하늘을 건너온 놈은 그나마, 지금까지 낚인 것 중에서는 가장 씨알이 괜찮아 보인다. 간신히 체면치레를 한 이씨.

“5월이 다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같이 오시죠. 그때는 정말로….”

“아,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날은 제가 미리 삼겹살 두어 근 끊어 올게요.”

이날 우리가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먹은 거라고는 김밥 한 줄이 전부였다. 그 김밥 굵기 만한 뱀장어는 끝내 보지 못했다.

참고로 다이와 HS서프는 다이와에서 2년전쯤 생활낚시를 위한 범용 원투대로 개발한 낚싯대다. 다이와 제품 카탈로그에도 실려 있지 않아서 그런지 다이와 낚싯대 치고는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질기면서도 허리힘이 좋아 뱀장어 낚시용으로 적합하다. 8만원대로 가격이 저렴해 이제 막 뱀장어 낚시에 입문하려는 꾼이라면 부담 없이 권할 만한 제품. 여기에 5만~6만원대의 다이와 크로스 캐스트 5000번 릴의 조합이면 누구나 쉽게 뱀장어 원투낚시를 즐길 수 있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