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엑스맨:아포칼립스·레이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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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7   |  발행일 2016-05-27 제41면   |  수정 2016-05-27

엑스맨:아포칼립스
강한 자들만의 세상 꿈꾸는 ‘최초의 돌연변이’ 깨어나다


20160527

“이 세상에 필요한 건 정화다.”

수천 년간 무덤에 잠들어 있던 최초의 돌연변이 아포칼립스(오스카 아이삭)가 오랜 잠에서 깨어난 후 내뱉은 첫 일성이다.

1983년의 세상을 보고 크게 실망한 그는 인류를 멸망시킨 뒤 강한 자들만의 세계를 건설하기로 마음먹는다. 이를 위해 가족을 잃고 분노에 가득 찬 매그니토(마이클 파스빈더)와 스톰(알렉산드라 십), 샤일록(올리바아 문), 아크엔젤(벤 하디) 등에게 새로운 힘을 부여해 자신의 수하 ‘포 호스맨’으로 삼는다.

한편, 어린 돌연변이들을 위한 영재학교를 설립해 인간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꿈꿨던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미스틱(제니퍼 로랜스)은 아포칼립스의 위험한 계획을 막고자 진 그레이(소피 터너), 사이클롭스(타이 쉐리던), 퀵 실버(에반 피터스), 나이트크롤러(코디 스밋 맥피) 등 젊은 돌연변이들과 힘을 모은다.


1983년 배경으로 ‘엑스맨’ 프리퀄 3부작의 大尾
사상 최강의 敵 막기 위한 엑스맨들 최후전쟁 그려
브라이언 싱어 감독 메가폰…시리즈 최고 걸작 評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엑스맨’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돌연변이 빌런의 등장을 알린다.

고대부터 신으로 숭배받던 아포칼립스는 지구의 창조와 파괴의 힘으로 상징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초인적인 힘과 속도는 물론 텔레파시, 생체 분자 조종, 자가 치유, 그리고 다른 돌연변이의 힘을 빼앗거나 강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엑스맨’ 프리퀄 3부작의 마무리를 화려하게 장식하기에 최적의 악당인 셈이다.

연출은 ‘엑스맨’ 시리즈를 탄생시킨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맡았다. 시간여행을 통해 기존의 설정을 파괴하고 유연하게 대처했던 전작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 이어 소수자인 돌연변이들의 삶의 방식과 신념으로 인한 대립과 갈등을 화두로 삼았다. 이 점에서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진정한 ‘엑스맨’의 탄생이자 시리즈를 관통해 온 그들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은 ‘엑스맨’ 결성 이전인 1983년이다. 평화 속에 불안을 표현하기 가장 적절한 시대라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오리지널 엑스맨들과는 다른 타임라인 속을 살게 된 돌연변이들은 최종장에 걸맞게 판을 방대하게 키우고 물량을 최대로 투입한 이 영화에서 시리즈 사상 가장 거대한 액션을 펼치게 된다. 늘 내부의 전쟁에 가까웠던 그들의 투쟁이 재해 규모로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포칼립스는 타락한 인간들의 문명에 분노해 모든 것을 파괴한다. 기존 재난영화의 스케일과 공포감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인류의 종말을 향한 묵시록이다.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아포칼립스를 상대로 하는 만큼 찰스 자비에를 중심으로 한 엑스맨 진영도 한층 강화됐다. 그중 초월적인 존재인 피닉스 포스로 거듭난 진 그레이, 순간이동능력자 나이트 크롤러가 눈길을 끌고, 펜타곤의 주방을 휘젓는 장면으로 전작에서 인기를 모은 퀵 실버의 활약 역시 눈부시다.

파괴를 통한 정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아포칼립스의 사상은 이처럼 엑스맨들의 관계망을 뒤흔들어 놓는 동시에 그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시리즈를 관통해왔던 전통적인 갈등 구도의 확대와 스케일의 확장을 스펙타클하고 흥미진진한 오락영화로 승화시킨 브라이언 싱어의 당당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여러모로 ‘엑스맨’ 시리즈 중 최고 걸작의 탄생이라 할 수 있다.(장르:액션 등급:12세 관람가)


레이스
‘히틀러도 막지 못한 질주’…베를린올림픽 육상 4관왕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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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는 미국의 육상 영웅 제시 오언스의 이야기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차별과 억압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4개를 목에 걸었다. 영화는 그의 인생 중 가장 빛났던 베를린 올림픽을 기점으로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포착한다.

1913년 미국 앨라배마주 오크빌에서 태어난 제시 오언스(스테판 제임스)는 그 시절 대부분의 흑인과 마찬가지로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다.

노예 출신으로 6살 때부터 하루 45㎏의 목화를 따야 했고, 태생적으로 몸이 약해 의사로부터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달리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던 제시 오언스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운동과 공부에 매달렸다. 누구보다 빠른 발과 뛰어난 센스를 타고난 그는 고등학교 육상대회를 휩쓸며 승승장구했고, 전국의 28개 대학에서 러브콜을 받기에 이른다. 결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을 택한 제시는 그곳에서 그의 멘토라 할 수 있는 코치 래리 스나이더(제이슨 서디키스)를 만난다.


인종차별·편견 뛰어넘은 제시 오언스의 삶 다뤄
1936년 올림픽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도 흥미
최고 스포츠 다큐 ‘올림피아’ 제작 모습도 담겨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멸시를 받는 제시에게 래리 코치는 “사람들이 널 사랑하든 증오하든 상관없어. 트랙에 서면 넌 혼자”라며 용기와 힘을 북돋아준다. 그런 두 사람의 목표는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출전이다. 하지만 베를린 올림픽은 히틀러가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선전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짙었다. 따라서 유대인과 흑인을 비롯해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적 분위기가 팽배했다.

당연히 스포츠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 세계인의 움직임은 올림픽 불참운동으로 이어졌다. 미국 내에서도 찬반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정치와 스포츠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미국 IOC 위원 에이버리 브런디지(제레미 아이언스)의 주도로 찬반투표가 진행됐고 그 결과 미국의 올림픽 참가가 결정된다. 이를 통해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제시는 베를린 올림픽에서 무려 4관왕(100m, 200m, 400m 계주, 멀리뛰기)에 오르며 올림픽의 스타가 된다.(손기정 선수도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레이스’는 자신을 향한 세상의 편견과 억압을 이겨낸 시대의 영웅으로서 제시 오언스의 삶과 경기 장면을 주목하는 한편, 올림픽을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로 흥미를 더한다. 미국 올림픽위원회의 실세였던 에이버리 브런디지와 히틀러의 비밀거래,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독일인 육상선수 루츠 롱과 제시의 우정, 여성 영화감독 1세대인 레니 리펜슈탈의 역사상 최고의 스포츠 다큐멘터리로 꼽히는 ‘올림피아’ 제작 모습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다.

특히 에이버리와 나치 정부의 선전 장관 요제프 괴벨스의 대립각은 시종 긴장감을 선사한다. 48년 동안 깨지지 않은 올림픽 금메달 4관왕 기록의 주인공이자 히틀러와 싸워 이긴 유일한 흑인 제시 오언스는 그렇게 21세기와 인상 깊게 마주했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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