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은 ‘류성룡’ 문재인은 ‘이황’…두 잠룡 ‘유향(儒鄕)의 마케팅’

  • 유선태
  • |
  • 입력 2016-05-28   |  발행일 2016-05-28 제5면   |  수정 2016-05-28
潘, 바쁜 일정 불구 내일 서애 종택 방문
기반 약한 대구경북 파트너맺기 일환 분석
반기문은 ‘류성룡’ 문재인은 ‘이황’…두 잠룡 ‘유향(儒鄕)의 마케팅’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29일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 선생의 고향인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한다.

이곳의 양진당, 충효당, 학록정사 등에서 2시간30분 정도 머문다. 풍산류씨 종택인 양진당에 들르고, 학록정사에서 탈춤을 관람하는 시간은 20여분.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은 서애의 종택인 충효당에서 보내며 서애의 후손들과 점심을 함께하고 충효당 주변에 30년된 주목나무를 기념 식수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요청이라고 하지만 반 총장이 바쁜 일정(25~30일)에도 불구하고 짧지 않은 시간을 경북에서 보내는 까닭은 무엇일까. 왜 안동의 도산서원과 하회마을 등 몇 개의 후보지 가운데 하회마을을 선택하고 두 시간 가까이 서애의 종택에 머물까.

정치권 안팎에서는 반 총장의 경북 방문에 대해 충청 출신인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상대적으로 지역 기반이 약한 영남, 그것도 TK(대구·경북)를 파트너로 선택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방문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굳이 경북을 점지하고 이틀간 방문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서애 종택을 선택한 것과 관련해서는 서애의 리더십을 모델로 내년 대선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서애는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과 4도 도체찰사(조선시대 전시 최고 군직)를 맡아 왜(倭)에 맞서는 한편 명(明)나라 군대의 참전을 이끌어내고 이순신 장군을 발탁했다. 또 명과 왜가 전쟁 와중에 조선 분할 문제를 논의할 때 이를 저지하기도 했으며, 이순신의 한산대첩 승리 직후 선조에게 올린 상소문에서 ‘국가재조지운(國家再造之運·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다)’을 강조하기도 했다. 동인·서인으로 갈려 분열을 거듭한 조선 조정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반 총장의 최근 발언은 ‘국난 극복’과 ‘국민 통합’의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는 서애의 리더십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반 총장은 지난 25일 관훈클럽 초청 간담회와 26일 제주포럼 기조연설에서 “국가 통합은 정치 지도자들의 뜻만 있으면 가능하다”며 통합과 위기 극복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또 “누군가 대통합 선언을 하고 솔선수범하고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반 총장은 국가개조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라를 다시 만들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통일과 국민 통합을 내걸고 내년 대선 출마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