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일·가정 모두 잡자” 주부 시간제근로 급증

  • 이연정
  • |
  • 입력 2016-05-28   |  발행일 2016-05-28 제12면   |  수정 2016-05-28
1년새 14만여명 늘어 615만명…50∼60대 비정규직의 43% 차지
일부기업 정규직 전환 기회부여…4대보험·퇴직금·학자금지원도
[취업] “일·가정 모두 잡자” 주부 시간제근로 급증
여성구직자들이 일자리박람회에서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영남일보 DB>

주부들이 일터로 돌아오고 있다. 시간선택제 등 비정규직 일자리를 중심으로 50~60대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육아·가사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려는 여성이 늘고 있는 데다 정부도 일·가정 양립을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일부 기업은 여성의 일자리 복귀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부를 타깃으로 하는 재취업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 50~60대 여성 비정규직 급증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615만6천명으로, 1년새 14만4천명 늘었다. 대구는 같은 기간 2천명이 늘어난 27만7천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50~60대의 증가율이 높았다. 60세 이상이 14만7천명(12.3%), 50대는 3만명(2.2%) 늘어난 반면, 30~40대는 각각 3만8천명, 1만7천명씩 줄었다.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중 50~60대 이상의 비중(43.7%)은 절반 가까이에 달했다.

시간제 근로자(222만2천명)는 13만1천명(6.2%) 늘어, 비정규직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 중 남자(60만4천명)는 같은 기간 1만6천명 줄어든 반면, 여성(161만8천명)은 14만7천명 늘었다. 이처럼 시간제근로자 증가세는 정부의 전환형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유연근무 지원 등 관련 정책 추진과 함께 가사와 일을 병행하려는 여성, 여가·건강 등을 이유로 파트타임을 희망하는 고령자들이 늘어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일자리 형태를 ‘자발적 사유’로 선택한 시간제 근로자 중 절반 가까이(42.5%)는 ‘직장이동이나 육아·가사 등을 병행하기 위해’라고 응답했다. ‘근로조건에 만족’한다는 비율도 40.1%에 달했고, 13.0%는 ‘노력한만큼 수입을 얻고, 근무시간을 신축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1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시간제근로자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21.8시간으로 집계됐다. 주 5일 근무 기준으로 하루에 4.4시간 일하는 셈이다. 이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1년8개월로, 여성(1년9개월)이 남성보다 5개월 길었다.

◆ 시간선택제 앞서는 기업들

기업도 3년여전부터 여성을 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마련해 운영해오고 있다. 복리후생 혜택을 정규직 수준으로 제공, 단순히 일자리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용의 질도 보장하고 있다. CJ그룹은 2013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경력 단절 여성 재취업을 위해 ‘CJ리턴십’ 제도를 도입했다.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떠난 이른바 ‘경력단절여성’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주는 것.

특히 2013년부터 계약기간 제한을 전면 폐지, 본인이 희망하는 시점까지 고용 불안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했다. 4대 보험과 퇴직금, 각종 수당과 정규직 수준의 복리후생 정책도 제공한다. 장학금 지급과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으로 안정적으로 학업과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시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제도를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 CGV와 CJ푸드빌, CJ올리브네트웍스는 회사가 정한 일정 기간(최소 3개월) 이상이면 정규직 전환 기회를 부여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전환 비율도 48%에 달한다. 이들 기업은 지난 3월 고용노동부로부터 ‘2015년 고용 창출 100대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체 관리자 중 여성 비율이 80%가 넘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도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 복귀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여성가족부와 2013년 9월 ‘리턴맘 재고용 프로그램’ 협약을 맺고, 출산이나 육아 등의 이유로 퇴사했던 전직 점장·부점장 출신 관리자를 대상으로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한 것. 리턴맘 바리스타는 주 5일, 하루 4시간씩 근무하며 상여금, 성과급, 학자금 지원 등 복리후생 혜택과 인사제도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거주지와 가까운 희망 매장에서 일할 수 있고, 본인이 원할 경우 하루 8시간의 전일제 근무 전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또 출산 및 육아휴직 등 장기 휴가 사용 후 복귀하는 워킹맘 임직원을 위한 재교육으로 업무 적응을 돕고 있다.

올 3월 고용창출 우수기업 대통령 표창 수여식에서 이 같은 경험을 전한 김정미 스타벅스 리턴맘 부점장은 “많은 여성이 육아와 가사로 인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복직과 재취업이 쉽지는 않지만, 기업별로 좋은 제도를 마련해 워킹맘이 전문성을 잃지 않고 일과 가정 모두 돌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 여성재취업 돕는 프로그램

대구여성회관 산하 대구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경력단절로 사회진출에 어려움을 느끼는 여성을 대상으로 집단상담프로그램인 ‘잡희망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취업에 대한 자신감 회복과 구직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수료 이후에도 취업 알선, 사후관리 등의 취업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잡희망스쿨은 상담 내용에 따라‘윈프로그램’과 ‘윈플러스 프로그램’ ‘재복귀 지원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며, 교육비는 무료다.

고용노동부의 ‘주부 재취업 설계 프로그램’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취업을 원하지만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기초직업능력을 키우고 재취업 분야 결정과 진입을 위한 방안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15명 내외의 소집단으로 운영되며, 재취업 직종과 개인 특성 탐색, 재취업 걸림돌 극복, 취업계획 수립, 셀프 마케팅 등으로 진행된다. 고용노동부 산하 대구고용센터(수성구 범어동)는 오는 30일부터, 대구강북고용센터(북구 태전동)는 31일부터 나흘간 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