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5월의 끝에서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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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8   |  발행일 2016-05-28 제23면   |  수정 2016-05-28

#1 가시고기. 암컷 가시고기가 알을 낳고 떠나면 수컷 가시고기는 부화될 때까지 쉬지 않고 몸을 흔들어 알에 산소를 공급한다. 다른 물고기가 알을 노리면 먹지도 잠자지도 않고 죽기살기로 맞서다가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무렵에 생을 마감한다. 어류를 대표하는‘부성애 물고기’다.

#2 연어. 알을 낳은 어미 연어는 알이 부화될 때까지 옆에서 지킨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을 위해 어미 연어는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며 자신의 살을 뜯어 먹게 한다. 결국 뼈만 남은 어미 연어는 소리 없이 죽어가는 가장 위대한 ‘모성애 물고기’라 불린다.

#3 가물치. 알을 낳은 어미 가물치는 곧바로 실명해 먹이를 찾을 수 없다. 알에서 깨어 나온 수천 마리 새끼들은 어미가 굶어 죽는 것을 볼 수가 없어 스스로 어미 입으로 들어가 굶주린 배를 채워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미가 눈을 뜰 무렵에 남은 새끼는 10% 미만이 된다. 90% 이상의 어린 생명은 모두 어미를 위해 희생했기 때문이다. 가물치를 ‘효자 물고기’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우렁이. 우렁이는 제 몸에다 알을 낳고 새끼들은 어미의 살을 파먹으며 성장한다.한 점의 살도 남김없이 새끼들에게 먹이로 주고 조용히 물에 떠내려간다. 어미의 모정(母情)이자 천륜지정(天倫之情)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발행하는 어느 잡지에는 이런 내용이 실렸다. 서울의 어느 명문대학에서 대학생들에게 “부모가 언제 죽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평균 63세”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주된 이유는 은퇴해서 퇴직금을 남기고 바로 돌아가시는 게 좋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다른 유명 대학에서는 베이비부머의 대학생 자녀들에게 “아버지에게 원하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무려 40%가 “돈밖에 없다”고 답했다는 어이없는 얘기도 들린다.

가정의달 5월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부모와 자식,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겨 봤던 5월을 보내면서 우리 인간들은 하찮은 물고기나 우렁이보다 못한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때다. 우리의 가슴을 저미게 하는 가시고기의 부성애, 연어나 우렁이 같은 모성애, 가물치와 같은 효성을 되새겨 봤으면 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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