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교육부 상대 집단소송 준비 박상연 경북대 총학생회장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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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31 08:35  |  수정 2016-05-31 08:35  |  발행일 2016-05-31 제29면
“총장 공석 더이상 안돼…학생 소송인단 3000명 모집 중”
대학의 자율과 민주주의 지키기
교내 간이 천막서 일주일째 농성
[이 사람] 교육부 상대 집단소송 준비 박상연 경북대 총학생회장
지난 29일 박상연 경북대 총학생회장이 교육부를 상대로 한 대규모 집단소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경북대가 21개월간 총장 공석사태를 빚고 있는 가운데 경북대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교육부를 상대로 대규모 집단 민사소송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총학은 지난 25일부터 경북대 재학생 3천명을 대상으로 개인당 최소 1천원 이상을 받아 피해보상소송인단을 꾸리기로 하고, 경북대 북문 앞과 각 단과대 강의실에서 서명을 받고 있다. 30일까지 동참한 학생은 1천800여명, 모금액은 3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아 700명, 또는 7천명으로 소송인단을 꾸리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학생총회 성사 인원이 1천800여명이어서 3천명을 목표로 했습니다. 대구지방변호사회(회장 이재동)가 행정비용만 내고 변호사 선임비용은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해 적극 추진했습니다.”

박상연 경북대 총학생회장(25·사범대 물리교육과 4년)은 푸석한 얼굴이었지만 또박또박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교내 북문 앞 간이 천막 안에서 홀로 24시간 기거하며 6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1개월이면 군대간 남자친구도 돌아온다는 말로 학우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선전전을 하다 목이 쉬면 단대 학생회장들이나 총학 간부가 대신 연설을 해 어려움은 없습니다. 공대생들이 천막 안에 전구를 달아주고 학우들도 커피나 음료를 사주며 격려를 하고 있습니다. 1만원 이상을 낸 학우도 적지 않아요. 동참한 학우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집단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헌법에 보장된 대학의 자율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우리 대학 선배님들이 독재권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피를 흘리고 감옥에 갔습니다.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민주주의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후배들에게 떳떳하고 당당한 우리 대학의 역사를 물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법원이 교육부의 총장임명제청거부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지난해 일부 교수들이 ‘총장부재사태를 이대로 둘 수 없다. 다시 뽑자’고 한 적이 있습니다. 법을 지키라고 가르치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외면하라는 말이잖습니까. 우리는 후배들에게 ‘싸워봤자 안 되더라. 소용이 없더라’고 변명하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대학본부와 총학 사이엔 큰 마찰이 없다고 했다. 국립대로선 경북대가 유일하게 교육부의 프라임사업(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사업)과 코어사업(대학인문역량 강화사업)에 선정된 것에 대해서도 잘 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총장 공석사태는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학우들이 재정적, 정서적, 교육적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우선 대학이 중·장기 발전 전략을 짤 수 없어요. 현실적으로 총장이 정책을 책임지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없습니다. 매년 당해연도 사업밖에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지요. 등록금인하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총학에선 5%를 제시했지만 0.28%밖에 깎지 못했어요. 정서적인 문제로는 2014~2015년 졸업생 졸업장에 총장직무대리 직인이 찍혀있습니다. 우리 대학 교훈 가운데 긍지가 있는데 이렇게 해서 어떻게 긍지를 갖겠습니까. 교수들은 학생에게 공부 안 하고, 취업준비 안 한다고 탓하기 전에 당신들께서 이룩했던 민주주의 훼손에 대해선 왜 다수가 침묵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현 경북대 총장 선거제도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현행 총장선거제도에서 학생은 1표밖에 행사할 수 없어요. 겨우 2%입니다. 전남대의 경우 1인1표, 즉 교수, 학생, 교직원 등 대학구성원이 각각 1인1표를 요구하고 있어요. 우리 총학에선 교수, 학생, 직원이 각각 30%, 외부 10%를 제안합니다.”

박 총학생회장은 재작년 사범대 학생회장을 거쳐 지난해 총학생회 교육위원장을 했다. 춘천 출신으로 강원대와 동시 합격했는데 경북대에서 꿈을 펼치고자 대구로 왔단다.

“부모님께서 처음엔 총학 일을 한다고 걱정하다 후회없이 열심히 살면 된다고 지금은 격려해 주십니다. 총학 활동으로 교사 임용준비를 할 시간이 없습니다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아요. 대학 내부는 물론 외부 특히 총장선거에 참여해 김사열 후보를 지지했던 대구지역 각 직능·시민단체도 총장부재 사태를 더 이상 방관해선 안됩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죠.”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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