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童心은 天心”…그 마음 지켜주는 생태 어린이교육에 나서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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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03   |  발행일 2016-06-03 제34면   |  수정 2016-06-03
■ 신효철 <사>방정환 한울학교 추진위원
“童心은 天心”…그 마음 지켜주는 생태 어린이교육에 나서
동학에 심취했고 어린이날 제정을 주도했던 일제강점기 대표적 르네상스맨 소파 방정환. 신효철 추진위원은 그의 정신을 잇기 위해 국내 첫 동학 어린이집 개원은 물론 <사>방정환 한울학교 설립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동학교당인 집서 8남매 중 막내로 나
대학 들어가면서 고향 봉화서 대구로
토막잠 자며 배달·막노동…病만 얻어
빨리 돈번단 말에 다단계…빚만 산더미

IMF 땐 연인 죽고 信不者 공사판 전전
노조 일하다 징역 살고 개인파산까지
삶의 벼랑끝 외면했던 동학 ‘기댈 언덕’
동학 더 정확히 깨달으려 他종교 입교도

수운·백범·소파 통해 실천하는 삶 배워
41세 천도교 입도…민족문제硏 등 활동

야간 학과가 있는 영진전문대 전기과에 입학한다. 이때부터 한동안 내 삶은 막노동꾼으로 점철된다. 대구 시내 여러 노가다 현장을 전전한다. 때론 안경공장에서, 때론 자장면 배달도 했다. 그리 하지 않으면 등록금을 낼 수 없었다. 이틀 동안 고작 8시간 정도 토막잠을 겨우 잤다. 심신은 극도로 피폐해졌다. 너무 혹사해서 급기야 항문까지 빠진다. 어렵게 모은 300여만원의 입학금을 치료비로 다 날려버린다.

다국적기업인 서통 P&G에 근무했으나 전문대 학력 때문에 열등감에 시달린다. 편입하고 싶어서 고시원에 들어간다. 빨리 돈을 벌고 싶어 친구 권유로 다단계 판매업에 뛰어든다. 결과는 뻔할 뻔자. 빚을 갚기 위해 동아출판사 대구지사에서 일하면서 밤에는 룸살롱에서 서빙도 했다. 입에 풀칠한다는 것의 숭고함·난감함·고단함까지 다 맛본다.

IMF외환위기 직전 <주>재림주택에 들어간다. 그 무렵 5개 회사를 다녔는데 모두 부도로 파산된다. 패닉 상태였다. 그때 한 여인을 사랑했지만 그 여인까지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그녀를 돕다가 신용불량자가 된다. 또 공사판에 뛰어들었다. 설상가상 사다리에서 떨어져 5개월 입원을 한다. 산재 보상비조차 채권자의 손에 들어가버린다. 왜 이리도 세상사가 꼬이나.

◆내 삶의 동학과 천도교

혹독한 생의 빙하기를 겪으면서 두 가지를 가슴에 품었다.

동학과 인권이었다. 난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의 척박한 인권을 절감한다. 그 인권을 옥죄는 빈익빈부익부, 그걸 양산시키는 왜곡된 권력·자본의 본질에 대해 분석했다. 내가 느낀 분노는 한말 동학농민운동에 가담한 민초들의 심정과 비슷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위정자의 ‘구조적 탐욕’이 불행의 씨앗이었다.

‘간접신비체험’이랄까.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의 도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자주 경련을 일으켰다.

1860년 음력 4월5일, 관리들의 횡포로 도탄에 빠져 있던 조선 사회를 혁명하기 위해 1854년 수행에 들어갔던 수운이 6년 만에 경주 구미산 아래 용담정에서 ‘득도(得道)’한다.

수운이 쓴 동경대전(東經大全)의 한 구절을 읽어본다. ‘동학은 동쪽 나라인 조선 땅에서 받은 도(道)’라고 표현돼 있었다. 동학은 조선의 도학이었다. 수운은 ‘동학을 실천해야 할 학문으로 창도한 것이지 신(神)을 대상으로 하는 신앙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학에 ‘시천주(侍天主)’란 덕목이 있다. 이는 ‘모든 존재가 심지어 무기물조차도 하늘을 모시고 있다’는 말이다. 모든 사람은 거룩하고 신령한 하늘님을 모신 존재로서 평등할 뿐만 아니라 존엄한 존재다. 시천주라는 평등사상은 1789년 프랑스 혁명을 승리로 이끈 시민의 자유정신과 다를 바가 없었다. 수운은 가솔로 데리고 있던 여종과 노비를 해방시켜 한 사람은 수양딸, 또 한 사람은 며느리로 삼았다.

동학을 빼고는 한국 근현대사를 말할 수 없다. 전 인구의 20%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참가하여 1년 이상 전개되었고 30여만명이 희생된 이런 혁명은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후 3·1만세운동, 4·19의거, 5·18광주민주항쟁에까지 동학의 정신이 스며들어 있다고 난 믿는다.

주변을 둘러봤다. 노동자의 삶이 정말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난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건설노조에 가입한다. 비로소 세상의 현실을 제대로 보게 된다. 2006년 건설노조 파업에 가담한다. 집시법 위반으로 수성경찰서에 체포돼 징역살이도 해봤다. 출소 후 1년간 방황을 한다. 신용상태는 점점 더 말이 아니었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채무가 날 엄습했다. 이때 자살까지 시도해 보려 했지만 집에 계시는 어머니가 자꾸 눈에 밟혔다. 차마 목숨을 끊을 수 없었다. 인권연대를 통해서 개인회생 면책제도를 알고 파산면책신청 1년 후 파산면책을 받는다.

◆나도 방방곡곡 구도행

동학은 내가 기댈 수 있는 생애 가장 큰 언덕이었다.

동학 사상을 더 정확하게 깨닫기 위해 상고사의 백미인 단군학 스터디부터 여러 기성 종교 체험에까지 나선다. 그 과정에 우리 산하를 좀 더 리얼하게 끌어안을 수 있었다. ‘뭔가를 이루려면 책에서 나와 조국산천을 10년 이상 정독해야 된다’는 옛 수행자의 말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민족문제연구소, 국학연구원 등에도 가입했다.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역사책을 잡았다. 맘이 허영해지면 강화도 마니산 단군신전, 태백산 첨성단 등을 찾아가서 철야기도도 올렸다. 어떤 사람은 내가 사이비교주가 되는 수업을 받는 줄로 오해하기도 했다. 한국학 관련 교수와 함께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무장투쟁·고대사·부여사·고조선사 관련 유적지를 순례했다.

서울의 천도교 수운회관도 찾아갔다. 불교를 공부하다가 정토회 법륜스님을 만나 경전반에도 들어간다. 그 와중에 가톨릭·기독교에도 입교한다. 결과적으로 동학이 나한테 가장 맞았다. 41세에 천도교 대구 대덕교구에 입도하게 된다.

41세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녹두장군의 최후 발언은 나를 너무도 부끄럽게 만들었다.

‘탐학하는 관리를 없애고 그릇된 정치를 바로잡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며 사람으로서 사람을 매매하는 것과 국토를 농락하며 사복을 채우는 자를 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냐. 내 너희를 쳐 없애고 나랏일을 바로 잡으려다가 도리어 너희 손에 잡혔으니 너희는 나를 죽일 뿐이요. 다른 말은 묻지 말라. 내 적의 손에 죽기는 할지언정 적의 법을 받지는 아니하리라.’

그의 작두날 같은 기개와 우국충정에 비하면 나의 41세는 너무나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동학과 천도교의 차이점에 대해 궁금해 한다.

시천주·인내천·보국안민·평등사랑을 전파한 수운 최제우·해월 최시형·의암 손병희의 정신을 학문·사상적으로 접근한 건 ‘동학’이고 신앙적으로 접근한 게 바로 ‘천도교’다. 동학과 천도교는 실과 바늘 같은 관계다.

‘동학=전라도’로 보는 이도 많지만 실은 아니다. 경상도에서 시작해 경상도에서 끝이 났다. 수운은 경주에서 득도하고 대구 반월당 근처 관덕정에서 처형됐다. 처형되기 직전 지금의 종로초등학교 자리에 있던 경상감영 객사에서 옥고를 치렀다. 당시 동학교도는 300여만명. 2대 교주 해월의 도움을 받아 몰래 탈출할 수도 있었지만 수운은 ‘이미 내 할 일을 다 했다’면서 스스로 운명을 받아들였다. ‘높고 멀리 날아라’는 수운의 당부를 새겨들은 해월은 그후 30여년간 피해다니면서 동학을 포교했다.

생각해보면 동학에 영향을 입은 민족지도자는 적잖았다. 백범 김구는 1893년 동학에 입교하여 팔봉도소접주로서 동학농민운동을 지휘하였다. 또한 소파 방정환은 해월의 ‘물타아(勿打兒)’ 설법 즉 ‘어린아이를 때리는 사람은 하느님을 때리는 사람이다’라는 사상을 발전시켜 세계 최초의 어린이날을 만들었다. ‘한말부터 지금까지 등장한 각종 민족종교도 그 뿌리는 모두 동학’이란 아버지의 지론을 그제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일제는 조선사편수회를 통해 우리 역사를 끔찍하게 왜곡했다. 단군 조선도 엄존했는데 신화로 만들어버렸다. 환단고기 등에 의하면 단군은 실존 인물이며 무려 47분이 재위하셨다. 단군이 등장한 시기는 샤머니즘·토테미즘을 축으로 한 부족국가시대. 지방은 부족이 다스렸고 중앙은 단군이 통치했다. 지방 부족은 곰·호랑이 부족 등으로 불렸다. 역사적으로 우린 아직도 식민지시대를 살고 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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