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단석산(해발 827m, 경주시 건천읍 산내면·방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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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03   |  발행일 2016-06-03 제39면   |  수정 2016-06-03
바위서 툭 튀어나올 듯한 보살상…시골아낙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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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사 마애불상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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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석산 정상 단석. 김유신 장군이 칼로 내리쳤다는 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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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에 만난 특이한 참나무. 흡사 만삭 임신부의 배를 닮았다.

경주 最高의 산…수많은 설화·전설
화랑수련장으로 골골이 함성 퍼진 곳
‘국보’ 신선사 마애불群 김유신 기도처
정상엔 김유신이 神劍으로 가른 바위

당고개휴게소 들머리 들자 울창한 숲
만삭 배 같은 혹이 달린 참나무 눈길
내내 연둣빛 그늘에 길섶 야생화 지천

아직은 폭염이라는 단어가 익숙지 않은데 한낮 기온이 30℃를 오르내리면서 늦봄, 때이른 폭염이 찾아왔다. 자연스레 따가운 봄볕을 피해 숲이 좋은 산으로 숨어들 계획을 짠다. 낙동정맥이 부산 몰운대로 향하는 한 구간인 경주국립공원에 속한 단석산을 찾았다.

단석산은 경주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경주국립공원에 속해있다. 경주에는 곳곳에 문화유적이 많은데 대부분 신라와 연관된다. 단석산 역시 신라 장수 김유신과 깊은 인연이 있는 산이고, 수많은 설화와 전설이 서려 있다.

신선사 마애불상군(국보 199호)은 김유신 장군이 17세 때 신라가 고구려, 백제, 말갈을 정복하여 미륵의 용화세계를 이 땅에 세울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한 곳이다. 단석산 정상에 갈라진 바위는 석굴사원이던 이곳에서 김유신이 정성을 다해 기도하자 4일 만에 한 노인이 나타나 인내와 정성을 가상히 여겨 비법이 담긴 책과 신검(神劍)을 주었다는 곳이다. 또 이 칼로 김유신이 무술을 연마하면서 바위를 베었다는 단석(斷石)도 있다.

골골이 옛 화랑들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듯한 기세로 우뚝 선 산세는 주변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525㎞에 달하는 낙동강 굽이를 따라 흐르는 낙동정맥 마루금이 이곳 단석산 허리를 휘감고 남으로 이어진다. 옛날에는 신라 국방의 요충지며 화랑들의 훈련지였으나, 지금은 산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신선사로 오르는 길이 대표적이지만 이번에는 낙동정맥이 이어지는 당고개휴게소를 들머리로 잡는다. 건천읍에서 산내면으로 넘는 고갯마루인 당고개 한쪽에 작은 휴게소가 있고, 그 옆에 안내도와 이정표가 나란히 세워진 곳이 들머리다. 초입에는 침목으로 만든 계단을 오르도록 길이 나있다. 들어서자마자 울창한 숲이다. 나뭇잎으로 빛이 들지 않는 땅에는 작은 풀들이 무성하게 일어서있다. 크고 작은 나무와 작은 풀들이 뿜어내는 푸름은 겹겹이 포개진다.

15분을 오르니 무덤 한 기를 만난다. 무덤 둘레에 둥굴레가 빼곡히 자라고 있고 그 뒤로 쓰러진 나무등걸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다. 10분을 더 오르면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는데 다소 넓은 공간에 ‘단석산 2.4㎞, 당고개 1.0㎞’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낙동정맥을 이어가는 산꾼들이 붙여둔 리본이 주렁주렁 걸려있고, 약 500m마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길 잃을 염려없이 편안하게 숲길을 걷는다. 완만한 오르막을 20분 정도 오르면 ‘단석산 1.9㎞’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조금 더 지나니 지금까지 올라왔던 높이를 다 내려가는 듯 긴 내리막을 만난다.

애써 올라온 높이의 고도를 다시 내려간다. 그렇다면 이후에 더 큰 오르막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가볍게 시작한 산행에 바짝 긴장을 하게 되는 구간이다. 8분가량 내려서니 안부를 만나고 다시 오르막이 이어진다. 길섶으로 눈을 돌리니 은방울꽃이 바람에 딸랑거린다.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는 은방울꽃이며 둥굴레, 애기나리 등 일부러 가꾼 야생화 정원같이 빼곡하다. 완만한 오르막을 20분 정도 오르니 이정표가 또 하나 서있다. ‘단석산 0.8㎞, OK그린연수원 2.0㎞’ 당고개 갈림길이다. 이 지점에서 정상은 직진, 오른쪽은 OK그린연수원을 지나 낙동정맥이 이어지는 갈림길이다.

일행은 정상을 올랐다가 OK그린연수원으로 길을 잡기로 했다. 갈림길에서 50m를 지나면 오른쪽에 특이한 참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밑동에서 약 1m 높이에 불룩한 혹이 달린 나무. 만져도 보고 쓰다듬어보기도 하지만 영락없이 만삭의 임신부 배를 닮았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고작 800m지만 경사가 가팔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끝물인 철쭉이 연분홍으로 길손을 맞는다. 20분 정도 된비알을 오르니 넓은 공간의 정상이다. 가을이면 억새평원을 이루는 정상에는 크고 작은 바위와 돌무지가 어지럽다. 정상표석 뒤편으로 중심부가 쩍 갈라진 높이 1m쯤 되는 바위가 김유신 장군이 잘랐다는 바위로 익히 알려진 단석이다. 그 앞에 최근에 새로 세운 표석과 삼각점, 잠시 몸을 피할 수 있는 긴급대피소가 있다.

계획대로라면 정상에서 조금 전에 지나온 당고개 갈림길까지 되돌아 나와야 하지만 시간적으로 조금 여유가 있어 편도 1㎞인 신선사 마애불상군을 돌아보고 올라와 되돌아가기로 한다.

오르던 길에서 정면 왼쪽의 신선사 이정표를 따르면 억새군락을 지나 약간의 급한 내리막을 20분 남짓 내려서면 닿을 수 있다. 왼쪽, 정면, 오른쪽 ‘ㄷ’자 바위 벽면에 새긴 마애불을 둘러보고 신선사 법당 옆에 있는 감로수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정상으로 올라선다.

내려갈 때와는 다르게 1㎞를 오르는 데 꼬박 30분이 소요된다. 정상에서 당고개 갈림길까지 단숨에 내려와 OK그린연수원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평길과 같은 편안한 길. 간혹 보이는 높이 4m는 됨 직한 철쭉나무가 자라고, 참나무가 주를 이루는 길섶에 각종 야생화들이 지천이다. 한번 야트막한 오르막을 만나지만 크게 힘든 구간은 없다. 50분을 걸으니 OK그린연수원 전망대를 지나고, 예전에 목장으로 쓰였던 초원을 지나면 연수원 입구 작은 저수지인 수의지에 닿는다. 수의지에서 차량이 여의치 않으면 20호 국도변까지 약 1시간을 걸어 내려와야 한다. 하루 종일 탁 트인 조망 한번 없이 숲 속으로만 다닌 산행이어서 마땅한 풍경 사진 한 장 없는 산행. 벌써부터 이런 숲을 찾아 숨어들 계절이 돌아온 것 같다.

대구시산악협회 이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당고개휴게소 -(15분)- 능선 무덤 -(60분)- OK그린연수원 갈림길 -(25분)- 정상 -(20분)- 신선사 -(30분)- 정상 -(20분)- OK그린연수원 갈림길 -(50분)- OK그린연수원 전망대 -(15분)- 수의지

경주국립공원에 속한 단석산은 절골에서 오르는 코스, 천주암에서 오르는 코스, 우중골 신선사로 오르는 코스 등 다양한 코스가 있다. 이번에 소개한 당고개에서 오르는 코스는 낙동정맥 구간이라 길을 잃을 염려가 없을 정도로 선명한 길이고, 하루 종일 숲속을 걷게 되어 무더위 산행에 적합한 코스다. 원점회귀라면 당고개에서 정상을 올랐다가 되돌아 나와도 된다. 능선에는 식수가 없으며 신선사를 들르면 보충할 수 있고, 소개한 코스는 약 8㎞로 4시간30분이 소요된다.

☞ 교통
경부고속도로 건천 IC에서 내려 청도, 운문 방향으로 우회전해 20번 국도를 따른다. 약 3㎞를 가면 송선저수지를 지나고 신선사 입구를 지난다. 약 2.5㎞를 더 가면 산내면으로 넘는 고갯마루에 당고개휴게소(경주시 건천읍 단석로 1256-8)가 있다. 

 

☞ 볼거리

경주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

경주시 건천읍 단석산 중턱에 자리 잡은 신선사 오른편에 거대한 암벽이 ㄷ자 모양으로 높이 솟아 하나의 석실(石室)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인공적으로 지붕을 덮어 석굴 법당을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바위 면에는 10구의 불상과 보살상이 새겨져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동북쪽의 독립된 바위에는 도드라지게 새긴 높이 8.2m의 여래입상이 1구 서 있고, 동쪽 면에는 높이 6m의 보살상이, 남쪽 면에도 광배(光背)가 없는 보살상 1구를 새겨서 앞의 두 불상과 함께 삼존상을 이루고 있다. 이 보살상의 동쪽면에는 400여 자의 글이 새겨져 있는데 이 일대를 국보 199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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