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박기동 한국가스학회장(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 이연정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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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04   |  발행일 2016-06-04 제22면   |  수정 2016-06-04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국내 가스안전 관련 제도·의식 변화 계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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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구에서 한국가스학회 춘계학술대회를 가진 박기동 회장(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대구의 경우 1995년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를 겪은 이후 가스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며, 그래도 안전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고 원칙을 준수해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대구시민 안전의식 자리잡은 듯
'불법행위'신고 타지역보다 많아
   
취임후 대구서 첫 학술대회 개최
국내외 전문가와 세미나·워크숍
참석 인원 400여 명 세계적 수준
불행한 사고 재발않게 노력해야


“1995년 4월28일,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사고는 국내 가스 안전에 관한 제도와 의식이 크게 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제는 대구가 다시 아픈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가스 안전의 중요성을 다지는 장이 되고자 학술대회를 마련했습니다.”

2일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에서 만난 박기동 한국가스학회 회장(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취임 후 첫 학술대회를 대구에서 개최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2일부터 이틀간 열린 2016년도 한국가스학회 춘계학술대회에는 해외 전문가 등 400여명이 참가해 국내 가스 기술·안전분야에 대한 발전방향을 논의했다. 올 1월 취임 이후 대대적인 조직 정비와 학술대회 준비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는 박 회장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올 1월 제11대 한국가스학회 회장에 취임했다. 가스학회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한국가스학회는 가스 안전과 기술의 발전을 위해 1997년 출범했으며,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학술회의 개최와 국제 교류, 기술진흥에 관한 지원, 산·학·연 간 가스기술·안전에 관한 사업 등을 활발하게 추진해왔으며, 국내 가스산업을 대표하는 학회로서의 명성과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한국가스학회 회장으로서 가스분야 산·학·연·관의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을 선도해, 국내 최고의 가스안전 공학과 기술의 산실로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학회 회장 취임 이후 국내 모든 가스인들이 참여하는 대표 단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LPG, 도시가스, 고압가스, 정유 및 석유화학, 제품 제조, 가스 제조, 시공업계 등 모든 분야를 개방했다. 또 조직의 각 분야별 분과를 세분화해 개별적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연 2회 개최하는 학술대회의 규모와 내용을 확대해 학회 활동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노력하고 있다.

▶대구는 가스 폭발과 관련한 아픔을 가진 곳이다. 취임 후 첫 학술대회를 대구에서 개최하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개인적으로 대구는 태어나 유년기, 청소년 시절을 보낸 곳으로 남다른 추억과 감회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개인적 인연을 떠나서라도 대구는 1995년 4월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사고로 많은 어린 학생과 시민이 사망 또는 부상당하는 가슴 아픈 사고를 겪은 곳이다. 한국의 가스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의 수장이 된 지금은 그 아픔과 각오가 더욱 깊고 크다.

늦은 감이 있지만, 가스학회의 학술대회를 대구에서 개최하는 것은 가스산업계 종사자, 대구 시민이 그날의 교훈과 가스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그와 같은 불행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올 춘계 학술대회, 기존과 차이점은.

이번 한국가스학회 춘계학술대회는 학회 설립 이후 최초로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학술발표회와 워크숍, 국제세미나, 연구회, 포스터세션 등을 동시에 개최하게 됐다. 참석 인원이 400여명에 이르며 전문 학술대회로서는 규모·내용 면에서 세계적 수준의 행사다. 행사 이틀간 수소, 수소혼합천연가스(HCNG), 연료전지, 독성가스, 가스시설 내진, 가스연료 추진선박 등 첨단 가스분야 관련 주제에 대해 200여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또 화재폭발사고 예방기술, 가스설비건전성 등을 주제로 하는 특별 세션과 안전포럼을 동시에 개최해 선진국의 우수 사례를 들어보고, 우리나라 가스안전 발전 방향에 대한 실질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친다. 이는 기존 학술대회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것으로, 한국가스학회의 지평을 해외까지 넓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의 글로벌 가스 안전도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지난해 국내에서 118건의 가스안전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는 20년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 기간 가스 사용량이 4배 정도 늘어난 것에 비하면 안전도가 높은 편이다. 후진국형 사고로 안전도가 세계 최하위권이었던 한국이 이제는 2위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100만 가구당 가스안전 인명 피해율이 5.9명으로, 세계 1위인 일본과 0.4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20년까지 1위를 목표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구의 가스안전 의식 수준은.

대구는 상인동 사고 이후 가스안전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통계상으로도 가스 관련 불법행위 신고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을 볼 때 안전철학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올해 단 한 건의 가스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8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스안전 결의대회는 ‘가스사고 없는 안전도시 대구’를 만드는 초석이 되고 있다. 매년 가스 유관기관 및 업계 종사자, 시민이 안전관리 규정 준수를 다짐하며, LPG를 사용하는 소외계층에 안전장치를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한국가스안전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도 가스안전 의식 향상을 위해 LPG판매협회, 도시가스사와 함께 가스안전 캠페인, 공급자 간담회 등을 주기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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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가스학회 운영 방안은.

올해 학회 설립 20주년을 맞아, 국내 유일의 가스분야 총괄 전문학회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학회 임원의 정족수를 대폭 증원하는 정관을 개정했다. 16명의 부회장은 20명 이내로, 59명인 이사는 80명 이내로 늘릴 계획이다. 이처럼 외연을 가스산업 전반에 걸쳐 확대해 향후 학회의 원활한 운영과 사업 추진, 학술 활동을 위한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정기학술대회 이외에도 해외 전문기관과의 상호 협력을 통해 국제 세미나, 심포지엄 공동 개최 등을 추진해 학회의 대내외적 위상을 높이고 가스안전 기술 향상과 가스산업 육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계획이다.

또 학회활동이 학술연구뿐만 아니라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가스 관련 중소 제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국민이 학회에 기대하는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마지막으로 대구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안전은 곧 생명으로 직결된다. 현대 사회에서는 가스, 전기, 교통 등 생활 곳곳에서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각종 재난 사고 등으로 인해 어렵고 힘든 시기이지만, 국민의 안전의식만큼은 지켜져야 할 필수 요소다. 빈틈없는 안전관리 대책이 시행되더라도 사회 전반에 안전문화가 확산되지 않는다면 안전사고는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구 시민도 안전의 중요성을 잊지 말고 원칙을 준수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안전과 행복을 지켜가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당부한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약력

△영천 출생 △대구공고 △경일대 △한국산업기술대 경영학 석사 △한국가스안전공사 공채 1기 △" 고객지원처장 △" 기획조정실장 △" 대구경북지역본부장 △" 사장(현) △1998년 재난안전관리 및 재해대책 국무총리 표창 △2008년 대한민국 산업포장 △2013년 대한민국 국민훈장 목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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