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스중독 응급환자 언제까지 他道로 보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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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04   |  발행일 2016-06-04 제23면   |  수정 2016-06-04

지난 1일 고령의 한 제지공장에서 발생한 황화수소 중독사고는 2명의 아까운 생명을 앗아갔고, 1명은 중태에 빠져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번 사고는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업체의 안전 불감증도 문제지만 대구·경북 가스중독 환자의 응급의료체계에 중대한 허점이 드러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가스중독사고는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으로 적절한 치료시설이 갖춰져 있는 전문병원으로의 신속한 이송이 환자의 생명을 좌우한다. 하지만 대구·경북에는 가스중독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고압산소치료기 운영 병원이 사실상 한곳도 없는 실정이다. 이날 사고를 당한 환자도 차량으로 2시간 이상 걸리는 경남 사천 삼천포서울병원까지 가서 겨우 치료를 받았다. 가까운 대구에 대형종합병원을 두고도 치료장비가 없어 멀리 타 도까지 가느라 길 위에서 장시간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지난해 12월에도 대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 23명이 난방기 가동 과정에서 유해가스에 노출돼 이 중 8명이 경남 사천까지 옮겨져 고압산소치료를 받았다.

고압산소치료기는 대기압보다 높은 2~6기압의 고압 환경을 만들어 고농도 산소를 호흡하게 해 잠수병과 일산화탄소 중독 등을 치료하는 의료장비다. 우리나라도 연탄가스 중독이 잦았던 80년대까지만 해도 대형병원 응급실이나 보건소에서 앞다퉈 운영했으나 1990년대 이후 수요가 줄어 대부분 폐기했다. 현재 국내에서 고압산소치료기를 구비하고 있는 병원은 전국에서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미국의 경우 500여곳, 일본은 300여개 응급센터에서 가동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처럼 국내병원들이 시설 도입을 꺼리는 이유는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의료수가 탓이 크다. 고가의 설치비용 외에도 별도의 전문인력을 운영해야 하지만 의료수가가 1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도 대구·경북에는 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저소득층이 적지 않고 작업장 가스중독사고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한해 대구지역에서 일어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는 78건에 달한다. 최근에는 연탄과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시도가 늘면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당국은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최소한 시·도 단위에 1곳씩이라도 고압산소치료기가 설치될 수 있도록 지원방안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지역의 응급환자들이 타 지역의 치료시설을 찾아가다 골든타임을 놓쳐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울러 지나치게 낮은 의료수가의 현실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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