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食客열전 제6회-울산 서태일 시인·최영희 블로거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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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17   |  발행일 2016-06-17 제35면   |  수정 2016-06-17
“오늘도 ‘울산 맛 지도’ 그리려 골목 누벼요”

울산에서 두 명의 식객을 만났다. 1976년 현대그룹 계열사인 울산 대한알미늄에 입사해 2008년 노벨리스코리아 울산공장장을 끝으로 자연인으로 돌아온 서태일 시인과 ‘한바다’란 닉네임으로 네이버에서 활동하는 울산의 대표 파워 푸드블로거 최영희씨였다. 둘은 지향하는 외식 스타일이 대조적이다. 서 시인은 고래고기, 오래된 한식당 등 울산의 해묵은 음식을 찾아다닌다. 최씨는 숨겨진 커피숍과 찻집 등 비교적 트렌디하고 젊은 취향의 숨은 맛집을 포스팅하고 있다. 둘의 얘기만 합쳐도 울산맛의 현주소를 대충 감지할 수 있다.

‘고래고기·묵은 음식 심취’ 서태일 시인
‘젊은 취향 먹거리 탐방’ 최영희 블로거
서로 다른 외식스타일 지향 ‘숨은 食客’

10여년째 ‘울산맛집 대표 블로거’ 최씨
매달 자비로 ‘맛집지도’ 제작 무료 배포
서 시인은 고래·불고기문화 줄줄이 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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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공단도시에서 문화관광도시로 변모되는 과정에 동고동락한 원도심 손맛 식당의 족보를 꿰고 있는 서태일 시인. 특히 고래고기를 좋아한다.

◆식객 서태일 시인

서태일 시인은 ‘고래고기광’이다.

32년간 울산 공단에서 잔뼈가 굵었다. 현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문위원이며 2009년 문예지 문학공간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울산의 음식문화 지형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울산의 고래문화 인프라의 발전 과정도 소상하게 알려준다.

“1995년 맨처음 고래축제가 등장한다. 2005년 고래박물관, 이듬해 고래연구소가 등장한다. 2008년 장생포는 ‘고래문화특구’가 된다. 포경업 금지로 인해 울산 앞바다는 돌고래 등 온갖 고래로 들끓기 시작한다. 그래서 등장한 게 ‘고래바다여행선’. 고래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해 2009년 국립수산과학원 소유 선박을 빌려 운항을 시작한 것으로 전국 유일의 ‘관경선’이다. 이어 고래생태체험관과 고래문화재단, 지난해는 실제 장생포 고래마을의 옛모습을 재현해놓은 고래문화마을이 구축된다.”

하지만 울산의 고래문화가 찬반양론으로 분열되는 걸 무척 안타깝게 여긴다.

“지난달 고래축제를 했는데 환경단체에서 남구청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했다. 포획 관계자들이 일부 검거되고 일부 식당의 고래고기까지 압수당했다. 다른 생선과 함께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를 이 바닥에서는 ‘혼획된 고래’라고 해서 합법적으로 팔 수 있다. 하지만 수요를 공급이 따라갈 수 없고 결국 불법포획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쪽에서는 ‘고래 찬성’, 또 다른 쪽에서는 ‘결사반대’다. 솔로몬의 지혜가 아쉽다. 장생포 고래집은 1세대 ‘고래할매’ 때문인지 너도나도 ‘할매’란 단어를 독점하려 한다. 장생포에서 기술을 배운 몇몇 식당주는 포구를 떠나 현대백화점 뒷골목에서 도심파 고래집을 열었다. 고래불, 원조할매집 등이다.”

그가 울산의 상권발전사를 설명해준다.

공단 초창기에는 이렇다 할 만한 식당이 형성될 수 없었다. 임원들은 공단별로 형성돼 있는 영빈관을 이용했고 VIP가 오면 데려갈 고급 레스토랑조차 울산에는 없었다. ‘있는 사람들’은 울산시에 머물지 않고 다들 경주보문단지 호텔현대 등으로 갔다. 심완구 울산시장 재임 때(1997~2002년) 울산이 고향(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인 롯데 신격호 회장에게 제대로 된 호텔과 백화점을 하나 지어달라고 했다. 심 시장의 간청을 받은 신 회장 지시로 울산 롯데백화점·호텔·시네마가 구축된다. 현대백화점도 주리원백화점을 흡수하면서 태어난다. 울산 아산병원 근처에 현대호텔 등도 울산의 면모를 모던하게 만든다. 신 회장은 71년부터 마을잔치를 40년 이상 주도했다.

“울산불고기도 회와 함께 ‘울산공단 회식문화’에 한 획을 그었다. 울산불고기는 도심지나 바닷가 쪽에서는 잘 볼 수 없다. 초창기에는 옥교동 ‘기와집’ 등 서너 집이 있었는데 옛날집 개조한 불고기집 정도였다.”

‘부르주아’처럼 등장한 울산 공단 근로자들. 한 집 건너 한 집이 직원의 집이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울산 식문화는 외화내빈이었다. 화이트칼라가 아니라 블루칼라 중산층이 포진한 도시였기 때문이다.

여건이 좋아지면서 시청 뒤 양념돼지불고기를 파는 ‘농장불고기’ 등이 흥행했다. 2000년대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면서부터는 가족 나들이 먹거리로 언양과 봉계의 불고기 타운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 80년대 중반에 공업탑 근처에 대구뽈찜 전문점이 등장하고 ‘공단복집’(현재는 폐업)은 울산에서 처음으로 대구식으로 복껍질을 무쳐냈다. 중식당으로는 ‘신도반점’, 돌솥밥 전문점 ‘송광정’, 울산 첫 쌈밥 전문점인 ‘청화쌈밥’ 등이 울산 식문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90년대 들면서 곁반찬을 많이 주는 ‘란 스시’ 등 퓨전 초밥집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울주군 울산구치소 곁 ‘감나무집’은 울산 첫 오리불고기 전문점이 된다. 그 때문에 그 동네는 현재 15개 업소가 모인 오리불고기타운이 된다.

▶추천식당

서태일 시인이 안심하고 가도 좋을 25개 업소를 추천했다. 최씨와 중복되는 걸 빼고 나머지만 소개한다.

떡바위횟집(간절곶 근처 삼식이매운탕 전문점, 멍게·성게 비빔밥, 성수기 대기 필수)/ 이조한정식(남구·가격 대비 만족도 높은 코스한식당)/ 이어도(남구·항상 맛이 일정한 아구탕 전문)/ 울산돼지국밥(남구·대표 돼지국밥집)/ 외가집(중구·간편 한식)/ 금강산삼계탕(남구)/ 완도참전복(남구·전복코스요리), 희락복국(남구)/ 란 스시(남구·일식)/ 미진돌곱창(중구)/ 경주식당(중구·보신탕)/ 대감당(남구·일식)/ 만복래(울주군 봉계리·불고기)/ 기와집(언양불고기)/ 진미불고기(언양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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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경력의 파워 푸드블로거인 최영희씨. 그는 매달 자비를 들여 ‘울산맛집지도’를 제작해 무료배포하고 있다.

◆식객 최영희

현재 울산시 중구 성남동에서 ‘감성창고’란 상설 플리마켓을 운영하는 프리랜서 자영업자.

‘울산맛집 블로거’ 하면 그의 이름이 첫손에 꼽힌다. 제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식도락 생활을 시작한다.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서울에서 공부를 할 때도 틈틈이 맛있는 음식을 찾아 헤매었다. 울산으로 돌아온 뒤 본격적으로 울산에서 먹거리 탐방에 나서면서 자료를 정리했다.

2005년에 다음 카페에서 커뮤니티 생활을 하게 되었다. 2006년에 본격적으로 다음에서 블로그 활동을 시작한다.

2006년 울산에서 블로그를 할 때만 해도 블로거는 거의 없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드물어 식당을 다니면서 오해도 많이 받았다. 2011년을 기점으로 블로그 이웃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바비큐 파티도 열었다. 20012년에 처음으로 ‘울산블로거즈’라는 울산에서 활동하는 블로그 모임과 협업을 시작했다. 식당에 얼굴이 알려지는 게 싫어서 블로그에는 철저하게 자기 사진을 올리진 않는다. 공짜로 먹는 것도 싫다. ‘돈이 없으면 안 먹으면 되지’라고 믿는다. 사진 찍는다고 사장님들이 서비스 주거나 공짜로 주는 것도 불편해 한다.

“울산은 공단이 많고 근로자가 많다보니 회식 문화가 압도하는 것 같다. 식문화에 있어서도 다른 지역들에 비해 꽤 뒤처져 있다. 새로 생기는 가게 상당수가 회식이 가능한 삼겹살집이나 횟집이 많다. 맛과 퀄리티보다는 편하게 회식하며 즐길 수 있는 푸짐한 양과 고기 등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다. 그래서인지 외부 음식의 유입도 꽤 더딘 편이다.

울산에서 유명한 일식집이래도 로바다야키처럼 이런 저런 퀄리티 떨어지는 밑반찬 같은 음식으로 채워진다. 양식도 마찬가지다. SNS가 발달하여 예전에 비해 세련된 레스토랑들은 많이 생기고 있지만 비주얼만큼 맛을 따라가는 식당이 적다. 횟집과 초장집이 발달하다보니 퀄리티 있는 일식집이 생겨나도 오래 못 가는 게 현실이다.

요즘 젊은 사장이 오픈하는, 조금 색다르고 서울·부산·대구처럼 트렌드를 따라가는 곳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특색있는 곳이 있다면 현대 계열사가 모여있는 동구에 형성되고 있는 ‘울산의 이태원’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다보니 외국인 겨냥 식당과 펍이 많이 생긴다.”

그는 2016년 1월부터 네이버를 통해 ‘한바다 & 무상훈과 함께 울산맛집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는 또 ‘울산맛집지도’를 매달 1회 발행한다. 자비로 직접 제작하고 200부 정도 인쇄하여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추천맛집

함양집(80년 역사의 비빔밥 전문점)/ 북경통닭(하루 30마리 한정 마늘통닭)/ 거제전통국밥(울진 최고 굴국밥집)/ 미스김떡볶이(중독에 가까운 양념맛 인상적)/ 바투바투(3만원에 6가지 코스식, 하루 5팀만 받음)/ 율리이장집(발효천연조미료 베이스 식단)/ 간절곶해빵(간절곶 대표 빵, 항상 줄을 섬)/ 금장생복집(간절곶 근처 된장물회점)/ 충주식당(닭내장탕 전문)/ 더 데판(데판야키 전문점)/ 하르방밀면(보말칼국수 전문)/ 남산민물추어탕(밑반찬 좋은 추어탕점)/ 강촌잉어찜(30년 전통 잉어찜 전문)/ 그라파 피자리아(울산 방어동에서 핫한 외국인 단골 많은 레스토랑)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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