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김종석 자전거타기운동연합 회장

  • 이은경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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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17   |  발행일 2016-06-17 제39면   |  수정 2016-06-17
“아버지가 사준 집까지 팔아 20년간 자전거 시민운동…후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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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 자전거타기운동연합 회장이 대구시 수성구 중동 자전거안전교육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김 회장이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적인 조직으로 키운 자전거타기운동연합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학생들 연극지도하며 각국 자전거여행
교통·환경문제 해결에 실질 도움 실감
1996년 전국 첫 자전거 시민단체 주도

이듬해 私費 들여 영호남자전거한마당
동서 교류 봇물 터지듯…‘마중물’역할
98년 대구본부를 전국 조직으로 확대

상주시장 설득 자전거대행진 성공 개최
국내 첫 자전거교육장·자격시험 주역
앞으로 과제는 공공자전거 도입 추진

지난 3일 오전 11시 대구시 자전거안전교육장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자전거타기운동연합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다. 자전거타기운동연합을 만들고 지금까지 이끌어온 김종석 회장은 명실공히 자전거 타기 시민운동의 국내 대부다. 전국 최초로 자전거를 타이틀로 한 시민단체를 만들었으며, 대구에서 태동해 대구에 본부를 둔 단체를 전국 조직으로 키워냈다. 그 세월이 20년을 넘었다. 그러느라 결혼할 때 아버지가 사 준 집 한 채를 다 팔아먹었지만, 후회는 없다. 처음 자전거로 시작한 시민운동의 외연은 넓어져 도시교통 전반을 고민하는 것으로 확장됐고, 이제 그는 지역의 대표적인 교통 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대구가 자전거로는 전국 최고다. 시스템과 인프라, 시민의식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는 김 회장은 “지난 20년간 자전거타기 운동을 꾸준히 펼쳐온 시민단체의 힘이 크다”면서 뿌듯해했다.

▶자전거타기운동연합은 어떤 단체인가.

“1990년대 초 김영삼 정부 당시, 열린 교육을 강조하면서 교실을 벗어난 체험 교육이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당시 나는 학생들에게 연극 지도를 하고 있었는데 체험 교육의 일환으로 자주 여행을 떠났다. 학생들과 함께 제주, 일본, 호주 등지를 자전거로 달렸다.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각국의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니 교통과 환경 문제 해결에 자전거가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를 시민운동으로 해 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996년 6월 20여명이 함께 ‘영남자전거타기 범시민운동본부’를 결성했다. 당시 대구대 박윤흔 총장을 대표로 초빙하고 나는 사무국장을 맡았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인 셈이다. 후에 대구에 본부를 둔 전국 연합회가 되었다.”

▶자전거타기 범시민운동본부는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

“처음엔 초보적인 수준의 시민운동으로 시작됐다. 질서를 지키면서 자전거를 타자, 자전거를 타면 이런 것이 좋다는 차원의 홍보 활동이 주를 이뤘다. 자전거활성화 거리캠페인, 시민 한마음 자전거 달리기 대회, 어린이 금호강 생태탐사, 자전거도로 불법주차 계몽운동, 자전거 무료 강습 등을 펼쳤다. 기억에 남는 행사로는 영호남 자전거 화합 한마당을 꼽는다. 1997년 영호남 갈등이 심하던 시절에 자전거로 교류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다. 대구에서 15명 정도, 광주에서 40명 정도가 남원에서 만나 함께 자전거로 시내 퍼레이드를 했다. 행사는 예상외로 큰 호응을 얻었다. 첫 행사 때는 사비를 털었지만, 2회 행사 때는 정부 예산 지원까지 받았다. 2회는 경주에서, 3회는 광주에서 교류 행사를 가졌다. 이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영호남 교류 행사가 봇물 터지듯 늘어났다. 지리산 풀이 다 닳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너도나도 영호남 교류를 하니 우리는 다른 의미 있는 행사를 하자면서 행사는 막을 내렸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을 꼽자면 어떤 것이 있나.

“1995년 자전거와 관련한 전국 조직을 만들어 자전거 운동을 제대로 해보기로 했다. 1998년 9월 중앙 자전거타기 범시민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창단식을 가졌다. 조직이 전국화 되면서 자전거 운동의 모델 도시가 필요했다. 자전거 축제를 하자고 상주시장을 찾아가서 설득했다. 당시 상주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자전거 인구가 있는 도시였다. 3천만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다. 1회 축제를 그렇게 만들었다. 8천여명이 모여 상주에서 자전거 대행진을 했다. 성공적인 행사였다. 또 하나 자랑하자면 자전거 안전교육 부문이다. 유럽에서는 자전거 안전교육이 학교 교육 과정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영남일보와 교통안전공단 등과 함께 1998년 처음으로 신천둔치에서 어린이 자전거 안전운전 자격시험을 실시했다. 이후 2000년부터 신암공원으로 옮겨 자전거 안전교육을 해왔다. 공간도 협소하고 장소가 마땅찮아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교육을 해야 했다. 도심의 빈 공간에 자전거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목적성 있는 장소를 만들자고 꾸준히 제안해왔다. 국회의원 시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했던 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의 도움으로 예산을 지원받아 국내 최초로 자전거 교육장을 열었다. 창원, 구미, 통영 등 자전거교육장 설치를 희망하는 지자체의 견학이 이어졌다. 생활용, 레저용으로 나눠 여성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자전거 교육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자전거 안전교육, 기본 정비 교육 등도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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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수성구 중동 자전거안전교육장에서 김종석 자전거타기운동연합회장이 교육생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자전거 타기가 활성화되는 데 걸림돌은 무엇인가.

“자전거는 녹색교통의 핵심이며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다. 자전거를 통해 녹색교통과 환경,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관건은 자동차를 덜 타고 대중교통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자동차를 세워놓고 자전거를 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되어야 할 것은 자동차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교통 소통에 우선해서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전거 사고의 95%는 자동차와의 접촉 사고다. 자동차 속도를 10% 줄일 때 도시의 교통 사고는 20% 줄어든다. 유럽은 지속적으로 자동차 속도를 줄이고 있다. 그게 우리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안전하게 걷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어야 한다. 법률 문제도 있다. 규제와 제도 등이 합리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다. 차도로 다녀야 한다. 하지만 네거리에서 자전거는 직접 좌회전하지 못한다. 또 자전거 도로가 있으며, 차로로 다니면 안된다. 버스는 전용차로가 아니어도 달릴 수 있으나 자전거는 못 나가게 만들어 두었다. 편의를 위해 만들어 둔 게 결국은 규제가 되어 버렸다.”

▶시민운동으로서 자전거타기 운동이 거둔 성과도 있을 텐데.

“최근 대구 도심 도로제한속도가 10㎞씩 낮아졌다. 자전거타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주장한 것이 자동차 속도 줄이기였다. 늦지만 하나씩 이뤄지고 바뀌는 것을 보는 것이 뿌듯하다. 이런 맛에 오랜 시간 지치지 않고 시민운동을 한다. 처음엔 자전거만 보였는데 이제는 교통 전체가 보인다. 꾸준히 공부하게 되고 배우는 것도 많아졌다. 덕분에 녹색교통, 환경 등에 관해서는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은 전문지식을 갖추게 되었다. 시민단체는 목적성이 분명해야 한다. 또한 그 목적에 대한 지식과 조직이 필요하다. 최소한 이 세 가지가 기본적으로 갖춰지지 않으면 제대로 된 시민단체로 볼 수 없다. 무조건 자전거를 많이 타야 한다고 주장하고 열심히 자전거만 탄다면 그건 동호인이다.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편성하고 바로 사용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전거를 타면 어떻게 유리한지 설득하는 논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맞는 이론을 정립하여 접근하고 싸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쉬운 부분은 시민단체는 많으나 이론을 갖춘 사람이 적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자전거 운동을 하는 목표는 자전거 운동을 하는 나 같은 사람이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10년 걸릴 것을 5년으로 줄이는 것이 시민운동이 하는 일이다. 10년 파괴되는 것보다 5년 파괴되는 것이 유리하다. 안 되는 미래를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관을 설득해서 미래를 앞당기는 것이다. 환경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 아는 것이지만 누군가 빨리 알고 실천해서 어차피 할 것을 좀 더 일찍 하도록 만들자는 것, 그게 지금까지 내가 꾸준히 해 온 일이다. 솔직하게 자전거가 편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편리하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가야 할 길이다. 그런 점에서 자전거 타기 운동은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행정은 늘 뒷북을 친다. 시민이 많이 타면 시설과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정책이란 무엇인가. 미래를 위해 가야 될 방향을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실현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을 설득하고 함께 가는 것이 아닌가. 유행을 따라 하는 게 정책은 아니지 않은가. 조금 불편하지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면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하고 과정을 실천해나가야 한다. 자전거 문제 역시 환경과 교통, 에너지 문제에서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개인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 공공 자전거를 도입해야 한다. 600억원을 투자하고 매년 50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하면 가능한 일이다. 이를 통해 현재 3%인 자전거 수송분담률을 두 배 이상 늘어나게 할 수 있다. 5년만 지나면 10%로 올릴 수 있다. 도시철도 1·2호선의 수송분담률도 7%에 불과하다. 버스가 20%를 겨우 넘는다. 돈이 없다고 하는데, 도시철도 3호선의 경우 2조5천억원을 들여 운영적자 500억원을 내고 있다. 매년 버스 보조금만 1천억원 들어간다. 자전거, 얼마나 비용적으로 싼 것이냐.”

글=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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