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들끓는 민심 “부산만 좋아진 꼴” “차기정부 떠넘기기” “언젠가 다시 불붙을 것”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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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2 07:28  |  수정 2016-06-22 07:28  |  발행일 2016-06-22 제4면
대통령 고향이라 역차별 받아
밀양 기대했던 지역민들 실망
누리꾼도 관심…비판 글 쏟아내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또다시 무산되자 대구·경북이 큰 충격에 빠졌다.

국토교통부는 불필요한 오해와 정치적 입김을 막기 위해 용역 결과를 받는 대로 지체 없이 발표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입지 평가 결과가 ‘신공항 백지화’로 결론 나자 지역에서 상당히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역 경제계는 단순히 항공 물류 차원에서 신공항을 요구해 온 게 아니라 기업 유치·관광 활성화 등 경제 전반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재경 대구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삼성이 바이오산업에 투자하며 인천을 입지로 선정한 것은 인천공항 때문”이라며 “대구는 신공항 건설이 관광·컨벤션 산업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신공항유치 실패로 실의와 허탈에 빠졌다. 시민 박모씨(38·수성구 범어동)는 “이럴 것 같으면 지난 1년간 연구용역비를 국민 세금으로 왜 투입했냐”면서 “정부도 이미 수요가 있다고 판단한 마당에 이제 와서 백지화한다면 정부의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정부의 발표에 부산만 좋아진 꼴”이라고 비판했다.

달성군 화원시장에서 30여년 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씨(67)는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진다. 영남권 신공항은 당연히 밀양으로 결정돼야 하는데, 정부가 너무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며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한 것은 대구·경북의 발전과 시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도 쏟아졌다. 주부 박모씨(45·달성군 다사읍)도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 대구 달성인 탓에 지역 역차별을 받는 느낌”이라며 “신공항 건설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 이렇게 되면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정부의 신공항 발표 직후 ‘정치권이 지역간 불화를 조장했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진보적인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는 ‘김해공항 확장이 안 되니까 신공항 이야기 나온 거 아니에요?’라는 제목의 글이 누리꾼의 관심을 끌었다. 이 글에는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것. 지역 민심이반이 두려워 이도저도 못했다. 언젠가는 다시 불 붙을 떡밥이다’ ‘밀양이건 가덕도건 안 되는 거였는데, 여당이 억지로 공약 삼은 탓에 이 지경까지 온 것’ ‘김해공항은 24시간 운영도 안 될 텐데, 정치적 결정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게시판에는 김해공항이 확장된다고 하더라도 소음 등의 문제로 24시간 운영이 불가하다며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발표 직후 ‘민원 때문에 저녁 11시부터 새벽 6시까지 운항이 불가한 김해공항에 돈을 투자하는 건 쓸데없다. 김해공항을 확장하려면 24시간 운영 가능한 조건부터 만들어야 한다. 결국 영남지역은 현 정부에 뒤통수 맞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고, 이 글은 누리꾼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았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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