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계 ‘공황’…기업 해외진출·외자유치 자신감마저 잃었다

  • 노인호,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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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2 07:41  |  수정 2016-06-22 10:06  |  발행일 2016-06-22 제7면
‘물 건너간’ 신성장동력
20160622
공항 인프라는 기업의 물류 유통은 물론 전시컨벤션, 관광산업에 지대한 파급 효과를 몰고 온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또다시 무산되면서 지역 경제의 활로 개척에도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대구전시산업의 메카인 엑스코 전경. <영남일보 DB>

내수시장 포화상태 車·기계산업
美·中 등지로 공장이전 ‘빨간불’
수도권 비해 공항 접근성 떨어져
시간·비용 경제적손실 감내해야
바이어·국제박람회 유치도 난관

정부가 또다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면서, 대구·경북지역 경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자동차, 기계 산업 등은 국내 수요가 사실상 포화상태여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상황인데, 또다시 신공항이 무산되면서 해외 진출은 물론 투자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그동안 수도권과 부산·경남 등지에 밀려 패배감에 젖어 있던 일부 지역 기업인은 신공항 건설이 자신감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는데,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됐다며 정부의 결정을 비난했다.

대구 세원정공의 김중곤 관리이사는 “국내 자동차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미국과 중국 등지에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그런데 공항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기업은 수도권 기업보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지출하고 있다. 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신공항 백지화는 정말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 회사는 이달에 중국 충칭시에 공장을 착공하고, 8월에는 허베이성에 공장을 준공한다.

그는 또 “우리 직원들은 해외 진출 시 시간과 비용을 감내하면 되지만, 해외 투자 유치나 상담회의 경우 접근성이 중요하다. 외국 기업에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대구나 포항, 구미의 산업단지에 투자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신공항이 생기면 접근성 문제가 해결돼 국제 행사 등을 유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IT와 게임 업체의 기대도 날아가버렸다.

게임업체인 KOG의 변준호 홍보팀장은 “밀양에 공항이 생기면 접근성이 좋아져 부산에서 열리는 해외게임박람회 등을 대구에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기고, 해외 바이어들이 조금 더 쉽게 찾아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장기진 애플애드벤처 대표도 “온라인 화상채팅프로그램을 통해 실리콘밸리의 기업들과 회의를 하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IT 관련 기업들이 한 곳에서 모여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너지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는데 접근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자리에 모으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신공항 백지화 자체도 문제지만, 이로 인한 지역 기업인들의 상실감과 패배감이 더 심해질 것을 우려한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구의 경제단체 한 임원은 “그동안 정치적인 힘은 부산·경남에 못 미치고, 규모는 수도권에 밀린 탓에 패배·상실감에 빠져 있는 지역 기업인이 적지 않았다. 그랬던 만큼 밀양에 신공항이 오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을 텐데 이게 모조리 날아가버렸다”고 전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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