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인디펜던스 데이:리써전스·크리미널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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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4   |  발행일 2016-06-24 제41면   |  수정 2016-06-24

인디펜던스 데이:리써전스
‘족보 있는’ SF재난 블록버스터…20년 만의 귀환


20160624

과학자이자 지구우주방위대 국장인 데이빗 레빈슨(제프 골드브럼)은 우주로부터 온 심상치 않은 신호를 감지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 신호는 지구의 위험을 알리는 또 다른 행성으로부터의 경고 메시지다. 20년 전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과의 전투에서 인류의 절반을 잃은 지구는 이를 각성의 계기로 삼았다. 이후 전쟁에서 습득한 외계의 기술과 지구의 기술을 결합해 하이브리드 기술을 개발했고, 달에 방어기지를 구축하는 등 외계인의 2차 침공에 대비해왔다.


외계인 침공 다룬 히트작 ‘인디펜던스 데이’ 속편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전편 영웅들과 합심 대작
고전기법·첨단CGI 활용 압권…마지막 공중전 백미



하지만 ‘여왕벌’로 불리는 이번 외계인은 훨씬 더 강력하고 파괴적이다. 다른 행성들을 하나둘씩 파괴해가며 힘을 과시하고 있는 이들은 이제 지구를 타깃 삼아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빠트린다. 나름 자신했던 지구의 방어 시스템은 이들의 파상공세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은 없다. 지구 멸망을 계획하고 있는 그들에 맞서 데이빗과 전직 대통령 토마스(빌 풀만), 그리고 과거 영웅들의 핏줄인 전투기 조종사 제이크(리암 헴스워스), 딜런(제시 어셔), 패트리샤(마이카 먼로) 등이 힘을 모은다.

꼭 20년 만이다.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는 1996년 개봉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강타했던 ‘인디펜던스 데이’의 속편이다.

전편에 이어 사령탑을 맡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20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과거와 차별된 압도적인 스케일과 첨단 기술력을 집약시켜 21세기 재난 현장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이번 지구 멸망 시나리오의 주제 역시 우주정복을 꿈꾸는 적대적 외계인의 침공에 의한 절망적인 묵시론이다.

최악의 우주 전쟁을 치른 인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전 세계 연합군’이라는 이름으로 각국 정부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일원화된 것도 언젠가 다시 올지 모를 그들의 침공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2차 공격을 시도한 이번 외계인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가공할 파괴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특히 중력을 반대로 향하게 만드는 ‘자가 중력 기술’은 도시 전체를 일거에 초토화시킬 정도로 그 위력이 대단하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하늘로 솟아 오르고, 거대 우주선의 중력으로 인해 바다는 쓰나미에 휩싸인다. 보는 내내 전율이 느껴진다. 하지만 진짜 공포는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지구 핵 파괴에 있다는 사실이다.

‘재난=지구의 종말’이라는 공식이 피부에 와 닿는 순간이다. 으레 이쯤 되면 장엄한 자기희생적 인류애를 보여주려는 영웅들의 등장을 기대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이번엔 전편의 영웅들이 속편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게다가 전편 못지않게 눈부신 활약도 펼친다. 이를 통해 세대 간, 국가 간 통합이라는 보다 깊어진 주제의식까지 아우른다. 물론 롤랜드 에머리히의 재난영화를 주목하게 되는 건 블록버스터에 걸맞은 화려하고 거대한 액션 볼거리다. 이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고전 기법과 첨단 CGI 기법의 효율적 활용은 물론, 끊임없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 능력은 단연 최고다. ‘스타워즈’의 스핀오프 버전을 마주하듯 짜릿함과 통쾌함을 선사한 외계인과의 마지막 공중전은 그중 백미. SF재난블록버스터는 역시 아무나 만들 수 있는 장르가 아니었다.(장르:SF 등급:12세 관람가)


크리미널
‘나 아닌 당신’…이식된 기억으로 테러조직을 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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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명 ‘더치맨’으로 불리는 얀 스트룩(마이클 피트)이 미군 긴급 지휘 통제시스템인 ‘비질런트 쉴드’를 해킹한다. 미군의 모든 무기를 그의 의지대로 사용할 수 있고 어떤 보안장치나 시스템도 이를 막을 수 없다. 주요 국가들의 전복을 노리는 반정부 테러 조직이 이를 노리기 시작한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얀은 자신의 해킹 프로그램을 CIA에 판매하는 조건으로 천만불과 함께 미국 망명과 영주 여권, 그리고 신변보호를 요청한다.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한 CIA는 얀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하고 런던에 있는 CIA요원 빌(라이언 레이놀즈)에게 그 임무를 맡긴다.

그러나 빌은 얀을 만나러 가는 길에 테러 조직에 납치돼 목숨을 잃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CIA는 런던 지국장 퀘이커(게리 올드만)를 중심으로 해킹 프로그램이 테러 조직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획기적인 방법을 시도한다. 뇌과학 연구 권위자인 프랭크(토미 리 존스)의 힘을 빌려 죽은 빌의 뇌를 살아 있는 사람에게 이식해 그가 지닌 정보와 단서를 활용하려는 것. CIA는 감옥에 수감 중인 강력범 제리코(케빈 코스트너)를 뇌이식 수술 대상자로 선택한다.


CIA요원의 뇌 이식후 혼란에 빠진 냉혈한의 삶
홀로 고군분투 속 과하지 않은 액션·긴장감 재미
라이언 레이놀즈·게리 올드만 등 화려한 라인업



속도와 반전이 운명을 결정하던 대다수의 수사물과 달리 ‘크리미널’은 SF영화에서 주로 다뤄졌던 기억 이식 소재를 동력으로 삼는다. 이야기의 방점 역시 독특한 개성을 지닌 제리코라는 인물의 일거수일투족에 모아진다. 수사물로서 ‘크리미널’의 영화적 재미는 시각적 쾌감이나 두뇌를 자극하는 장르물로서의 그것보다는 “네이비실 영웅 대신 사이코패스를 살려놓았다”는 퀘이커 지국장의 말처럼 감정도 자제력도 없는 냉혈한 제리코가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이식받아 차츰 변화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랭크 박사에 의하면 제리코는 천만명 중 한 명꼴인 전두엽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어릴 적 뇌에 강한 충격을 받아 전두엽이 미발달 상태로 머물러 있기 때문에 뇌이식이 가능하다는 것. 빌의 뇌를 이식받은 제리코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빌의 과거 기억 때문에 혼란스럽다. 이 과정에서 재미난 순간들도 종종 포착되는데, 카페에서 자신도 모르게 프랑스어로 음식을 주문하고, 한층 업그레이된 지능과 액션 능력을 발휘할 때다. 하지만 제리코는 차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빌의 아내 질리언(갤 가돗)과 딸 엠마를 본 후 마음이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면서다. 그에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난생 처음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뇌이식 수술이 과연 옳고 정당한 일인가라는 윤리적인 질문은 애초부터 관심 밖이다. 테러 단체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제리코(영화)의 주된 관심사는 그들에게 납치된 질리언 모녀를 안전하게 구출하는 일이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이 ‘본’ 시리즈와 ‘테이큰’ 시리즈의 기교와 화려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과하지 않은 액션과 스릴러적 긴장감은 제법 쏠쏠하다. 뇌 속에 들어 있는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일이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크리미널’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서서히 조여오는 영화적 재미와 함께 묘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장르:범죄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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