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배찬수 ‘상하이 벨로코’ 대표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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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4   |  발행일 2016-06-24 제42면   |  수정 2016-06-24
서른에 일군 ‘상하이 제일의 친절 서비스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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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가장 인사 잘하는 중국인 직원을 배출해 화제가 된 벨로코 대표 배찬수씨. 동·서양식의 장점을 결합하고 도예가, 플로리스트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매장별 신개념 인테리어와 메뉴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벨로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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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벨로코 2호점 내부 전경. 제1회 벨로코 주최 요리경연대회 입상작을 매장에 론칭할 계획이다.

얼마 전 중국 상하이에서 한 통의 e메일이 왔다. 올해 서른살인 한국인 사업가 배찬수씨로부터다.

그는 상하이에서 ‘벨로코’란 꽤 인지도 있는 레스토랑을 3개나 경영한다. 한식과 이탈리아 음식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엮어낸다. 현지에서 사업을 해 본 사람들은 그게 얼마나 만만치 않은 일인지 잘 안다. 그는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위기의 벨로코를 3년여 만에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무뚝뚝하고 매사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중국인 직원들에게 친절한 서비스가 뭔지도 몸소 가르쳤다.

그런 그가 지난 5월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조리학과 학생 250여명을 위해 흥미로운 요리경연대회를 마련했다. 벨로코 주최 제1회 퓨전한식요리메뉴개발경연대회다. 입상한 삼겹살스테이크, 단호박수프 등 3점의 요리는 현재 벨로코 2호점 신규 메뉴로 편입됐다.

요리경연대회장에서 만난 그를 통해 중국 현지의 음식문화, 한류의 허와 실, 음식개발의 어려움, 중국직원 서비스 교육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27세 때 벨로코 맡아 3년 만에 정상화
맛·서비스 최고인 갤러리급 식당 명성
1호점 화원·2호점 요리연구소 느낌 등
3호점까지 특색부여 문화마케팅 주효

“한식하면 삼겹살·떡볶이 정도로 인식
중국인들 데이트땐 한식당 안간단 말에
음식·서비스·공간 고급화 전략 승부
압구정·이태원의 톱메뉴도 맛보일 것”

친절교육·높은 메뉴 이해 ‘성공포인트’
文·藝·談 있는 식당으로 음식한류 주도
서울서 호텔조리과 학생 대상 요리경연
입상작 신메뉴 개발…수익 장학금 지급



▶중국인이 생각하는 중국 내 한국식당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인가.

“중국에 처음 오니 다들 ‘데이트할 때 절대 한국식당은 안간다’고 하더라. 만약에 남자친구가 데이트할 때 한식 먹으면 서운할 거 같다는 얘길 들었다. 매스(대중상품)·매스티지(준명품)·하이엔드(명품) 단계로 3분했을 때 한국이라는 브랜드는 중국인들에게 아직 매스 단계인 것 같다. 삼겹살 혹은 떡볶이 정도의 인식인 거다. 나는 한식이 꼭 하이엔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매스티지가 가장 좋은 사업군이라고 본다. 한식은 아직 중국인 인식에서 매스 단계에 머물고 있다. 아직 우리가 좋은 음식, 좋은 서비스, 좋은 경험 등을 제공하지 못한 것이다. 실제 한국 소프트웨어는 매스 단계인데 한류 이미지만 결부시켜 매스티지 가격에 팔려고 하고 있다. 아무튼 나는 한식에 대한 인식을 매스티지급으로 도약시키는 중이다. 일식 벤치마킹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일식은 비싸게 잘 팔리고 있고 그 가격에 대해 불만이 있는 사람도 별로 없다. 한식을 주제로는 객단가 2만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

▶현재 한류 바람이 엄청난데 한국인 식당가도 그 영향을 받고 있는가.

“한류는 실존하며 영향력이 강력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다만 이 한류가 외식업에는 오히려 부작용으로 작용한 사례들이 굉장히 많다. 상하이에 온 까페베네는 ‘별에서 온 그대’가 유행할 때 김수현과 광고 모델을 계약했다. 김수현을 끼고 하면 성공이 보장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결국은 안좋은 결과만 남았다. 너무 연예인들의 성공에 편승하려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한 지인은 내게 ‘상하이에서 식당 차리고 한류 스타 사진을 나눠주면 줄서냐’고 묻더라. 한류라는 그늘에 숨어있는 오만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류 상품에 열광하지만 아직 중국인에게 한식은 저가음식으로 인식된다. 일본요리에는 1천위안을 거침없이 쓰면서 한국요리는 100위안이래도 비싸다 한다. 나는 한국 압구정, 이태원 등에서 날고 기는 톱메뉴를 중국인에게 보여주고 싶다. 상하이의 트렌드 리더들이 소비하는 곳은 한국 연예인들이 광고하는 곳이 아니다. 맛, 인테리어, 서비스, 스토리 등이 잘 갖춰진 일본인 오너셰프의 일식 레스토랑, 프랑스인이 직접 운영하는 양식 레스토랑이다. 김수현·송중기가 광고한다고 해도 쓰레기라면 사지 않는다.”

▶중국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는 세계 최하위인 것 같다. 무뚝뚝하고 손님을 배려할 줄 모르는 것 같다.

“한국처럼 손님을 만족시켜야겠다는 생각 자체는 없었다. 그냥 주문 받아 음식을 나르는 것 이상의 마인드를 못 갖고 있었다. 한국과 달리 대체 일자리가 워낙 풍부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보통 직원들은 1년 정도 돈을 벌면 사직한다. 춘제(春節) 때 갖고 갈 돈을 벌면 끝이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젠 중국도 서비스의 중요성을 알아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최근에는 요식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친절한 중국인 종업원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친절교육이 매출에 직결된다는 걸 이미 로컬 사업자들도 깨달아 버렸다. 오히려 ‘하이디라오’ 같은 한국보다 더 서비스를 좋게하는 곳도 생겨났다.”

▶중국직원을 위한 새로운 친절교육은 어떻게 시도했는가.

“사실 한족 직원들은 자존심이 세다. 그냥 친절하게 행동하도록 강요하는 게 불가능했다. 딱히 상명하복의 개념이 없고 수가 틀리면 ‘사직하고 나가지’라는 식이다. 처음에는 무서운 스타일로 인사를 강요하고 인사를 하지 않을 시 해고하는 식으로 운영을 했다. 그런 식의 친절 교육은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중국 직원이라는 무의식적 차별을 없애고 ‘내 직원’이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포용했다.”

▶인사의 중요성을 어떻게 각인시켰나.

“‘성의없이 내민 이 샐러드는 18위안짜리지만 당신이 인사와 함께 공손히 올린 이 샐러드는 48위안이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정말 인간 대 인간으로 정성들여 설명하니 따르더라. 벨로코는 실습기간 2개월 동안 젓가락을 물고 천 번 인사를 해야지 정직원이 된다. 친절한 인사로 가게가 유명해졌고 그로 인해 매출이 상승했다. 매출이 상승했을 때 이걸 직원들에게 의미있게 보상해줬다. 인사가 자기 월급인상에 영향을 줬다는 인식을 하게 만들었다.”

▶문제에 봉착한 식당을 수습하러 왔다가 덜컥 외식업 전문가로 발돋움했다는데 그 과정이 드라마틱할 것 같다.

“처음 매장을 맡았을 때 주방장·바매니저·엔지니어의 영역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게 참 힘들었다. 나는 비전문가였고 상대는 고집이 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전상 홀의 서비스 교육부터 강화시켰다. 우선 한국 유학생을 모집하여 90도 인사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실 한국·일본에서는 흔한 서비스지만 중국에서 4~5년전에는 전무한 서비스였다.”

▶중국인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상하이에서 제일 친절한 식당으로 알려졌다. ‘다종디엔핑’이라는 중국의 독점적인 맛집평가서가 있는데 항상 톱순위를 차지했다. 손님이 줄을 섰는데 이윤이 나질 못했다. 이유는 인건비였다. 아르바이트생들의 경우는 이직률이 매우 높아서 이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 후로 주방과 바에 들어가 소프트웨어에 대한 장악에 들어갔다. 메뉴에 대해 매장 누구보다도 깊은 이해도를 갖게 된다. 어떤 주방장이 와도 휘둘리지 않았다. 이것이 가장 큰 성공 포인트인 것 같다.”

▶여러 전문가와 손을 잡았겠다.

“손님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유지하면서 영업장을 확장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 그 답으로 ‘컬래버레이션(이하 콜라보)을 통한 특색부여마케팅’을 찾았다. 1호점의 경우는 ‘메종 제인’이라는 상하이 현지의 한국 플로리스트와 콜라보를 맺어 화원의 느낌을 강조했다. 메종 제인의 매장이 숍인숍으로 꽃을 판매하고 매장 주변의 오피스 고객들에게 오피스 플라워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호점의 경우는 호서대학교 산하의 호서조리학교와 콜라보를 하게 되었다. 우리는 매학기 호텔조리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벨로코배 요리대회를 개최한다. 우수작품 3명에게 소정의 상금을 제공한다. 이 작품은 벨로코 2호점에서 판매되어 2호점을 요리연구소의 느낌이 나도록 했다. 이 메뉴는 그 학생들의 이름으로 메뉴이름이 정해지며 판매액의 1%가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추가 지급된다. 3호점의 경우는 홍익대 도예과 이인진 교수님과 손을 잡고 도자기공방 느낌의 인테리어에 메뉴도 식재료를 통째로 쓰면서 거친 느낌을 내보였다.”

▶요즘 상하이 중심가 식당의 흐름을 알려달라.

“예전에 벨로코를 열 때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레스토랑 비즈니스가 많지 않았다. 아예 저가 정책으로 가거나 고가정책으로 가야 성공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도 내수시장을 키우기 위해 중산층 형성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자연히 가성비에 민감한 합리적 소비 형태가 많이 형성되었다. 한국식당들이 대부분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가격대를 포지셔닝하고 진출하기 때문에 한국식당이 발을 넓혀갈 수 있는 거 같다. 합리적인 가격과 그를 뛰어넘는 소프트웨어를 갖춘다면 한국 식당들이 계속 입지를 넓혀갈 수 있을 것 같다.”

▶식당과 문화예술의 접목, 이게 앞으로 승부처인 것 같다.

“그냥 삼겹살을 던져주며 고기를 구워먹으라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 같다. 한식이 인정받기 위해선 문화와 예술,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서의 레스토랑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최근 농식품을 중국에 수출하기 위한 통로를 다방면으로 찾고 있는데 이런 것이 외식업과의 콜라보로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한다. 한국 식자재회사와의 콜라보도 계획 중이다.”

▶한국에도 새로운 식당을 열고 싶은가.

“당분간은 한국에서는 열지 않을 것이다. 난 외식업을 통해 벨로코를 기업화하고 싶은데 아직 한국에서는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중국에서 더 즐겁게 싸울 것이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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