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점, 음악 한 곡에 숨겨진 이야기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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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5   |  발행일 2016-06-25 제16면   |  수정 2016-06-25
愛國 강조한 다비드의 그림…베토벤 교향곡과 나폴레옹
문학·연극·오페라·발레…명작에 담긴 시대의 정신
그림 한 점, 음악 한 곡에 숨겨진 이야기
자크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미술 역사상 가장 성공을 거둔 이 작품은 대중이 이념과 예술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하게 했다. <시공아트 제공>
그림 한 점, 음악 한 곡에 숨겨진 이야기
터키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 537년에 완공된 이 성당은 비잔틴 건축의 꽃으로 평가된다. <시공아트 제공>
그림 한 점, 음악 한 곡에 숨겨진 이야기
예술, 역사를 만들다//전원경 지음/ 시공아트/ 632쪽/ 2만9천원

우리는 살면서 무수한 예술 작품과 마주한다. 물론 각자가 감동을 받는 지점은 다르지만, 작품 속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많을수록 더 큰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뛰어난 예술 작품들은 그 시대의 정신과 감수성을 훌륭하게 표현해 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모르고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반쯤 가려진 작품을 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예술이 보여주는 역사의 위대한 순간’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예술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역사’를 택했고, 동시에 역사를 통찰하기 위한 수단으로 ‘예술’을 택했다. 흔히 영화나 그림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1789년의 프랑스대혁명은 실제로 바다 건너 미국에서 벌어진 영국과의 독립 전쟁에서 영향을 받았고, 미국에서 생겨난 자유, 평등, 인권 등의 이념들이 프랑스로 흘러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예술에서도 그 같은 내용들이 표현되었다.

18세기 중반에 프랑스를 휩쓸었던 장식적인 로코코 경향에 대한 반발로 예술은 사회적 이념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그중 가장 성공을 거둔 작품이 자크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이다. 이 작품은 이념과 예술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시 프랑스 대중이 처음으로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혁명 이후 영웅으로 떠오른 나폴레옹을 지지하던 베토벤이 나폴레옹을 위해 작곡한 교향곡 3번 ‘영웅’의 사연도 흥미롭다. 이 곡의 원래 제목은 ‘나폴레옹과 보나파르트’였지만,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은 베토벤은 크게 실망해 제목을 ‘영웅 - 한 위대한 인물을 추억하며’로 수정했다고 한다.

이처럼 예술 작품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 이야기는 바로 세계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예술은 역사가 되고, 역사는 예술이 된다. 그림 한 점, 음악 한 곡마다 그것이 지닌 사연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세계 역사는 저절로 눈앞에 펼쳐지게 된다.

회화, 음악, 문학, 연극, 오페라, 발레 등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 예술에 대한 넓은 시야를 펼쳐 보이고 있지만, 역사와 예술의 연결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장르 간 구분은 사라지고 삶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지닐 수 있게 한다. 예를 들면 19세기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달라진 여성들의 삶은 드가나 툴루즈로트레크의 그림 ‘세탁부’에서 드러나고,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에도 당시 궁핍했던 젊은 여성들의 생활이 그대로 나타난다.

단순한 예술의 역사가 아닌, 각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그 사람들이 만들어낸 역사와 예술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시대순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고대 이집트를 다룬다고 해서 스핑크스나 피라미드에 관한 내용만 다루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1980년대에 벌인 루브르 박물관 재건 사업에서 거대한 박물관에 뚜렷한 입구가 없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유리 피라미드 이야기, 1791년 모차르트가 마지막으로 작곡한 ‘마술피리’가 고대 이집트를 무대로 했다는 사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이 어떻게 사라진 이집트 문명을 되살렸는지에 대한 이야기 등 역사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시야를 넓혀준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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