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마른장마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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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5   |  발행일 2016-06-25 제23면   |  수정 2016-06-25

모처럼 단비가 내렸다. 장마가 시작돼도 비소식은 남쪽 바다에서만 들렸기에 가뭄을 겪고 있는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애타게 비가 오기를 기다렸다. 여름 장마기간이 시작되면서 연일 비가 쏟아져야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거나 적은 날씨를 마른장마라 한다. 장마전선이 예년에 비해 우리나라에 접근하지 않거나 활동이 약하면 마른장마가 되며 우리나라가 북태평양고기압이나 중위도고압대에 완전히 덮였을 때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 정설이다. 올해는 마른장마가 아니라는 예보가 있지만 며칠째 비가 올 듯 말 듯한 모습을 보여 마른장마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는 예측도 나돈다.

경북 북부지역인 문경은 지난 30년간 평균강우량을 보면 연간 1천260여㎜지만 마른장마를 겪은 2014년과 2015년은 926㎜와 641㎜에 그쳤다. 2013년에도 1천97㎜로 평년보다 적어 3년째 제대로 비가 쏟아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낙동강 상류의 지류로 문경의 젖줄인 영강은 덕분에 풀이 무성한 늪지로 변해가고 있다. 장마철 홍수 같은 거센 물에 강바닥이 뒤집히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던 청소작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마철 강우는 1년 강수량의 40% 정도를 차지하기에 재해 위험성이 높다. 건설업계에서는 농담처럼 장마철 약간의 수해를 입어야 지역 중소 건설업체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만큼 일거리가 부족한 형편에 홍수라도 나면 수해복구 차원의 일거리라도 생겨난다는 농반 진담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잘 정리된 수리시설과 주요 하천의 튼튼한 제방은 웬만한 강우에는 끄떡도 않을 정도여서 건설업계의 소망은 이뤄지기 힘들다.

문경과 예천의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경천댐은 현재 저수율이 50%에도 못 미치고 있다. 다행히 모내기를 앞둔 4월 153㎜의 비가 시의적절하게 내려 봄 가뭄은 모르고 지나갔다. 하지만 백두대간의 깊은 산세에 힘입어 늘 맑은 계류가 넘치던 문경의 계곡은 겨우 물이 흘러갈 정도로 바닥을 보이고 있다. 장마철 시원하게 비가 쏟아져 메마른 대지를 충분히 적셔주길 기대한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나”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아주 흠뻑.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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