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소음 때문에 고통 활주로 확장되면 못살아”

  • 최우석,박관영
  • |
  • 입력 2016-06-27 07:25  |  수정 2016-06-27 09:31  |  발행일 2016-06-27 제5면
■ 김해공항 주변 르포
20160627
부산시 강서구에 위치한 김해공항의 여객기 이·착륙 모습.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비행기 소음피해 대책마련 요구 등
곳곳 공항확장 부정적 현수막 붙어
추가로 건설될 활주로 인근 주민들
“인구밀집지역에 또…” 목소리 격앙

“소음피해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앞으로 더 시끄러워진다니 한숨만 나옵니다.”

부산시 강서구 주민과 김해시 주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 확장안을 발표해 항공기 이착륙 소음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해공항 확장으로 소음피해에 대한 소송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3일 오전 부산시 강서구 대저2동의 한 빌라에 거주한다는 주부 최모씨(33)는 “지금도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마다 두 살배기 딸이 울음을 터뜨려서 힘들다”면서 “비행기 운행횟수이 더 늘어나면, 이곳에서 거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하소연했다. 아들이 가락초등 1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정모씨(39)는 “가락초등을 비롯한 인근의 학교들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소음피해지역에 포함된다고 들었다”면서 “정부에서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주민들과 함께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공항 추가 활주로 건설로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학교시설은 덕도초등·가락초등과 가락중, 부산산업과학고 등이다.

대저1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54)는 “땅값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식당 등 대부분 편의시설이 공항내부에 있는 만큼 비행기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클 것”이라며 “또 땅값이 오른다 해도 일부 땅주인과 건물주만 이득을 볼 뿐이지 않냐”고 개발호재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실제 김해공항 인근에는 ‘우째되는지 보고싶으면 비행시간연장 강행하라’ ‘24시간 소음공해 없는 가덕신공항이 최적이다’ ‘비행시간 연장 꼭 필요하면 이주생계대책 꼭 마련하라’ 등 김해공항 확장에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현수막만 곳곳에 나부끼고 있었다.

새로운 활주로가 들어서는 지역에 거주 중인 주민들은 이주에 대한 걱정이 컸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심모 할머니(74)는 “50년 넘게 살아온 마을에서 원치 않게 떠나게 된다니까 마음이 뒤숭숭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해공항에 활주로가 추가 건설될 경우 비행기 이착륙 소음 피해 지역에 포함되는 강서구 강동동과 김해시 부원동 등의 주민들은 더욱 격앙된 모습이었다. 김해시 부원동에서 만난 최성환씨(59)는 “밀양이나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주민들의 이착륙 피해가 없어질 텐데 정치적인 이유로 인구밀집 지역에 활주로를 추가로 건설하다니 김해시 주민들은 유권자가 아니라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항공기 이착륙 소음 확대로 인한 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은 김해공항이 확장되면 870여 가구가 추가로 소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소음피해는 더욱 클 것이라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김형수 김해시의원은 “법으로 규정된 소음피해지역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소음 피해는 엄청나다. 새로운 활주로가 생기면 운항 횟수나 시간이 늘어날 테고, 항공기가 김해 도심을 지나가면서 시민들의 생활 스트레스는 가중될 것이다. 김해시가 전담팀을 꾸려 자체적인 소음영향 용역을 진행하고, 용역 결과를 갖고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상을 나서야 한다”며 소송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박관영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