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학교 통폐합 적정규모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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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7 07:53  |  수정 2016-06-27 07:53  |  발행일 2016-06-27 제15면
[행복한 교육] 학교 통폐합 적정규모란 없다

‘인구 절벽’이라는 말이 심각하게 다가온다. 2000년 이후 2014년까지 초·중·고 학생수가 166만명이 줄어들었고, 2020년까지 88만명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이는 농어촌 사회의 위기와 저출산 추세가 가져온 결과다. 그사이 학교는 소규모 학교로 바뀌거나 분교, 폐교된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60명 이하의 소규모학교가 1천753개, 60~200명인 학교도 1천636개가 넘는다. 물론 1천명이 넘는 대규모 학교도 1천838개나 된다. 그런데 교육부는 유독 소규모학교가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 교사를 배치하지 못해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곤란’하다거나 학교가 작아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운영 곤란’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 저해’ 등으로 ‘교육격차 심화’를 이유로 들면서 농어촌 지역 작은 학교의 문을 닫으라고 한다. 이제는 도시의 가난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나 오래 된 주택단지 등 구도심 작은 학교마저 통폐합을 강제하고 있다.

교육부는 소규모학교 통폐합이라는 말을 바꾸어 ‘적정학교규모’라는 개념을 쓰고 있다. 들어보면 그럴싸해 보인다. 적정규모란 교육결손을 최소화하고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소개하는데 그 편차가 춤을 춘다. 초등의 경우 300명 이하가 적정하다는 연구에서부터 201~1천680명, 400명 초과까지 다양한데 도대체 어떤 연구결과를 따라야 할까. 그런데 교육부는 초등을 360~1천80명, 중·고는 450~1천260명을 적정규모라고 정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경북지역 초등학교의 73.4%, 대구의 23.3%인 51개교가 적정규모가 아닌 학교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정하고 교육부는 면·도서벽지 지역은 60명 이하, 읍지역은 120명(중 180명), 도시지역은 240명(중 300명)의 작은 학교는 통폐합하라고 권고기준을 제시했다. 권고라고 하지만 인센티브로 본교를 폐지하면 대구의 경우 초등 60억원, 중·고 110억원을 주겠다고 한다. 여기에다 신설학교 설립을 요청하면 작은 학교 하나를 통폐합해야 허가를 하겠다며 강압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경북 같은 도지역의 경우 교육지원청을 통폐합하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이런 당근과 채찍질에 가장 먼저 답을 한 교육청이 대구교육청이다. 대구교육청이 그동안 작은 학교 43곳을 행복학교로 지정하고 많은 예산을 지원하면서 학교 살리기 정책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자랑을 하다가 느닷없이 입장을 바꾸어 작은 학교를 통폐합 대상으로 밀어붙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펴게 된 것도 이런 것에 원인을 두고 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적정학교규모라는 말은 타당할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적정규모라는 것이 학자에 따라 그 차이가 엄청나다. 300명 이하라는 연구와 400명 이상이라는 연구의 극단적인 차이는 결국 학교라는 곳은 퍼덕거리는 생명들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며, 지역사회와 학부모, 교사, 학생의 상호 관계 속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곳으로 획일적인 적정규모라는 것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임의로 ‘적정’하다는 기준을 정해서 모든 학교를 그 기준 속에 집어넣으려는 것은 교육계 4대강 사업일 뿐이다.

흰수마자 물고기는 내성천 모래강에서 살아야 하고, 잉어는 3급수 물에서 살아간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살지 않지만 강생태계는 핏줄처럼 서로 이어져 하나의 공동의 생태계를 이루는 것이다. 교육을 획일화하면 인간의 생태계는 심각해 진다. 청송 주산지 아래 전교생 22명이 다니는 이전초등학교나 1천400명이 넘는 학생이 공부하는 대구 경동초등학교 학생들은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여도 각자 지구별에서 서로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하나의 생태계라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삶은 이어져있다.

작은 학교 통폐합에 앞서 작은 학교에 대한 교육철학을 점검하고 확인해서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단지 문학적인 수사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학교통폐합은 교육감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 교육주체들과 다양한 전문가 토론과 공청회를 거쳐 시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제 우리 교육의 미래는 지구환경의 지속가능과 알파고 시대라는 커다란 도전 앞에 놓여있다. 그런 만큼 학교 정책에 대한 심사숙고는 더 깊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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