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의 신'들이 빚어낸 감동의 화음…'디어 마이 프렌즈'

  • 입력 2016-06-28 10:05  |  수정 2016-06-28 10:05  |  발행일 2016-06-28 제1면
명배우들 절묘한 연기에 시청률 5% 넘기며 젊은층도 사로잡아

신들이 차려준 만찬이다.


 '연기의 신'들이 내놓는 요리들에 시청자는 웃고, 울고, 가슴을 치다가 감정의 정화를 경험한다.


 배우 각자의 인생과 연륜과 경륜이 배어있는 요리의 향은 마음을 포근하게 하고, 재료의 질감과 풍미를 한껏 살려낸 요리의 맛은 오감을 저릿저릿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감동의 화음이 연출된다.


 요리들이 각자 따로 노는 게 아니라 한 배에서 나온 듯 조화로워 먹는 즐거움이 더욱 커진다. 순간순간 이렇게 융숭한 대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다.


 종영까지 2회가 남은 tvN 금토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뒤로 물러나 있던 60~70대 연기의 신들을 전면에 내세워 놀라운 맛을 선사하고 있다.


 ◇ 다시 보기 힘든 신들의 향연


 '디어 마이 프렌즈'의 주연은 신구(80), 김영옥(79), 나문희(75), 김혜자(75), 주현(73), 윤여정(69), 박원숙(67), 고두심(65)이다. 이들 쟁쟁한 배우들이 이름값에 걸맞게 매회 명치를 대차게 때린다.


 지난 25일 방송에서 배우 영원(박원숙 분)은 한 젊은 여배우의 연기가 별로라는 매니저의 말에 "젊은 애가 저 정도면 됐지. 아니 쟤가 얼굴도 예쁘고 나이도 어린데 연기까지 잘하면 난 뭐 먹고 사냐. 연기는 늙은 내가 하고 젊은 애는 저 정도면 됐어"라고 일갈한다.


 '디어 마이 프렌즈'의 '늙은' 명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가 젊은 스타들을 단박에 무색하게 만드는 현실과 맞물리며 묘한 여운을 주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디어 마이 프렌즈'는 다시 보기 힘든 연기 신들의 향연이다.


 치매에 걸린 희자 역을 맡아 지난 25일 방송에서 그 절정을 보여줬던 김혜자의 연기는 경외감마저 자아냈다.


 "내 아들이 내 등에서 죽었어. 내 아들 살려내. 내 아들이 내 등에서…"라며 힘겹게 악다구니를 쓰는 희자의 모습은 생명이 다해 스러져가는 우리네 엄마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을 쥐어짜게 만들었다.


 아직은 생생하고 '짱짱'한 '젊은 엄마' 난희 역의 고두심은 실제 그 모습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고, 상냥하고 다정다감한 영원 역의 박원숙이 뿜어내는 따뜻함은 시청자를 사르르 녹아내리게 한다.


 평생 소처럼 일하면서도 마초 남편에게 구박받다 결국 황혼이혼을 선언한 정아 역의 나문희를 보면서는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연기에 고개가 숙여지고, 매사 부지런한 '처녀 할머니' 충남 역의 윤여정은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다.


 또 이들 5명의 친구와 보조를 맞추는 두 남자 석균 역의 신구, 성재 역의 주현은 그 능수능란함이 물처럼 유연하고, '왕할머니' 역의 김영옥은 그냥 지금 우리 할머니의 모습이다.


 이들의 앙상블은 희자와 난희의 병이 드러난 지난 24~25일 방송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환자로서는 무너져내리고, 친구로서는 소리 없이 절규한 이들 배우의 연기의 합은 보고 있기가 황송할 정도였다.


 김혜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컷 울어도, 실컷 웃어도 마음이 순해진다"고 강조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이들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는 강렬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게 하면서도 마지막엔 시청자의 마음을 순하게 만든다.

 

 ◇ 시청률 5%…젊은층에 회자되는 '꼰대'들


 물론 드라마의 재료 자체가 신선하고 레시피가 젊다. 늙은이들의 이야기를 젊은 감각으로 그려낸 노희경 작가의 대본이 없었다면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의미는 있지만 관심은 받지 못한 드라마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노희경 작가는 영리했다.
 30~40대를 사로잡는 에피소드와 캐릭터 설정으로 노인들의 이야기를 늙지 않게 그려냈다. 처음부터 노인들을 '꼰대'라고 지칭하고 치고 나간 것부터가 젊은층을 사로잡았다.


 케이블 드라마로서는 대성공인 시청률 5%를 넘어섰다. 지난 24일 13회에서 자체최고인 5.9%를, 25일 14회에서는 5.2%를 기록했다.

 

 젊은이들이 경기를 일으키는 '꼰대'라는 단어를 내세웠지만 이 드라마는 그 단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나이 많은 것을 무기로 젊은이를 훈계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드라마 속 노인들은 지금 현재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젊은층 돌아보고 잔소리할 겨를이 없다. 나의 생로병사 문제가 시급하고 중하다. 심지어이들 노인에게도 돌봐야 할 더 늙은 부모가 있다.


 등장인물들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입버릇처럼 되뇌지만 100세 시대, 과연 어디서부터 노인이고 언제 죽어야 '살만큼 산' 것일까. 이러한 질문과 함께 드라마 속 노인 캐릭터들이 젊은층에 회자되고 있다. 청춘의 로맨스가 아닌, '꼰대'들의 이야기에 젊은층이 감정이입을 한다.


 김혜자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부모에 대해, 내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좋은 영향 미치는 아름다운 작품 하는 게 꿈인 내게 참 감사한 작품"이라며 "어렵고 어렵지만 모든 것을 덮는 것은 결국 사랑임을 이 작품이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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