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강태용 잡고도…은닉자금·비호세력·로비 추가의혹 못밝혀

  • 박종진,손선우,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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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9 07:32  |  수정 2016-06-29 07:36  |  발행일 2016-06-29 제8면
■ 檢, 조희팔 재수사 마무리
20160629
김주원 1차장검사가 28일 오후 대구지검에서 5조원대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사기 사건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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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검찰이 유사수신 사기로 수만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조희팔 사건의 재수사를 마무리하자 일각에선 ‘알맹이 없는 부실수사’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23개월간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도 비호세력 추가 검거, 은닉자금 확인은 물론 정관계 로비에 관해서도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조직의 ‘2인자’ 강태용을 검거해 이번 사건의 ‘실체’가 규명될 것으로 기대했던 피해자들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23개월간 공탁금 720억에 그쳐
추가 기소 40여명 1차때와 중복
中밀항 조력자 단서조차 못찾아
피해자 단체 “면피용 부실수사”


◆수천억원대 피해금액 규명

대구지검은 이날 조희팔 일당이 2006년 6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건강보조기구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고 속여 7만여명을 상대로 5조715억원의 유사수신 범행을 했다고 밝혔다.

조씨 일당이 챙긴 범죄수익금은 2천900억원대, 실제 투자자의 피해금액은 8천400억원대인 것으로 규명했다. 금융다단계 법인 임직원과 관련자들이 860억여원을 횡령하고, 945억여원의 범죄수익을 세탁·은닉한 사실도 밝혀냈다.

2014년 7월 말 수사팀을 재구성한 검찰이 25개 금융다단계 법인 등 1만7천여개의 계좌에서 2천500만여건의 금융거래 내역을 일일이 확인한 결과다.

김주원 대구지검 1차장 검사는 “방대한 자금 추적 등으로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금융다단계 사건의 전모를 규명했다”며 “특히 피해자들의 실질적 피해 회복에 초점을 맞춘 다각적 수사로 720억원의 공탁을 이끌어 내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각종 의혹 규명은 미흡

하지만 추가 비호 세력의 존재 여부, 정관계 로비 실체 규명 부분에선 수사 결과가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검찰과 경찰은 조직의 ‘2인자’ 강태용 검거 이후 기존 수사팀을 보강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강씨 검거 뒤 40여명을 추가로 기소했지만 조씨의 아들, 내연녀 등 상당수는 1차 수사 때 조사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1차 수사 선상에 올라있지 않은 이들이 기소된 것은 구명 로비 명목으로 조씨 측의 금품을 받은 원로 조폭 조모씨(77)와 사업가 조모씨(63) 정도다. 원로 조폭 조씨는 2008년 8월부터 같은 해 11월 사이 조희팔로부터 수사무마 등의 명목으로 4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처벌된 검찰과 경찰 관계자는 8명에 그친다. 검찰은 조희팔 밀항을 둘러싼 해경 관계자의 비호 의혹 등도 확인했지만, 수사를 진행할 만한 구체적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조희팔이 도피 당시 고비마다 경찰보다 한 발 빨리 대처한 것이 충분히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검·경의 꼬리 자르기식 수사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더욱이 검찰은 정관계 로비에 대해 어떠한 혐의점도 밝혀내지 못했다. 일부 언론 등이 제기한 A 전(前) 방송통신위원장 연루설에 대해선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고, 조폭 조씨 등이 수수한 자금이 정관계 인사 등에게 전달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해자 단체 “정관계 로비 못 밝힌 부실수사”

조희팔 사건 피해자들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수사가 ‘전형적인 짜맞추기식 부실 수사’라고 비판했다.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바실련) 김상전 대표는 “검찰의 수사 결과에서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며 “확신이 없으면 수사를 계속해야 하는데도 검찰은 성급하게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결론을 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조씨의 최측근인 강태용이 붙잡혔는데도 검찰은 4년 전과 같은 결과만 발표했다”며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개연성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조희팔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전세훈 바실련 국장은 “적어도 주범이 잡혔으면 피해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놔야 하는데, 이는 면피용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조희팔에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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