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시회를 가진 정진희 소방장은 “조금 늦었지만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다음엔 더 잘 그려서 전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서 부모님께는 말도 못하고 그냥 포기했죠.”
대구시 동구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1층 아트홀에서 달서소방서에 재직 중인 정진희 소방장(여·43)의 개인전이 최근 열렸다. 아트홀 개관 후 다섯 번째 전시회인 이번 작품전에 정 소방장은 고양이 그림과 인물화 등 13점을 출품했다. 창고로 사용되던 곳이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 안전테마파크 아트홀은 전·현직 공무원을 비롯, 미술협회 회원이나 공모전에 입상한 작가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무료로 대관하고 있다.
정 소방장은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미술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정도로 흥미로웠지만 가정형편상 일찌감치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대전이 고향인 그는 소방공무원이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직장생활로 학비를 모은 뒤 26세에 늦깎이 대학생이 된다. 대전 우송공업대학 안전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소방관 특채로 소방공무원이 됐다.
직업을 가지고, 같은 소방공무원인 남편 표세권 소방위(49)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정 소방장은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포기했던 그림을 시작했다. 가까운 문화센터에서 유화를 배웠다. 한 번 시작하면 3~4시간씩 몰입을 한다. 그림에 빠져드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아서 놓을 수가 없다는 그는 한 달에 1~2점을 그려낸다. 이번에 선보인 13점은 그렇게 1년 정도 걸려서 완성된 작품들이다.
정 소방장은 “그림은 인내를 배우게 한다”고 했다. 그림이 잘 안 될 때 그만둘까 생각하다가 참고 꾸준하게 그려 완성이 되었을 때는 쾌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자신에게 엄청난 플러스가 되는 것 같다”고 말한 뒤 “부끄럽지만, 전시회를 연 것은 잘한 것 같다”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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