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시 시민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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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9   |  발행일 2016-06-29 제29면   |  수정 2016-06-29
[기고] 다시 시민 곁으로
남유진 (구미시장)

다시 현장이다. 구미시정을 책임진 지 7월1일이면 꼭 10년이 된다. 필자가 택한 곳은 시민들의 생생한 삶이 있는 현장이다.

오는 1일에는 새벽 환경미화원들과 재활용폐기물 수거를 하고, 구미역 광장에서 새마을 대청소를 한다. 그러고 보니 중단됐던 새마을대청소를 다시 살린 지도 어언 10년이다. 그간 매달 첫날을 대청소로 시작하며, 필자는 바쁜 일상에 놓치고 있던 초심(初心)을 다잡았다. 구미의 이른 새벽을 깨우는 시민들, 바로 이 분들이 구미의 오늘을 있게 한 주인공임을 되새겼다.

산업도시 구미에 기업체와 근로자가 빠져서야 될까. 또한 오전에는 ‘이달의 기업 사기 게양식’과 ‘88동산 제막식’을 갖는다. ‘이달의 기업’ 가운데 88곳을 선정해 시청 앞 광장에 회사기를 꽂은 예쁜 동산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구미발전에 큰 역할을 해준 데 대한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앞으로도 늘 기업을 위해 뛰는 구미시가 되겠다는 각오의 상징이다. 이 밖에도 장터와 구미시의회, 금오산까지 각계각층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관내 곳곳을 찾아갈 작정이다.

특히 7월 한 달 동안 공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체들을 두루 방문한다. 10년 전 선거를 준비할 당시 일일이 기업체를 다니며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때의 경험으로 전국 최초로 ‘기업사랑운동본부’를 만들었으며, 기업하기 좋은 도시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제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경영자와 근로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 그들에게 앞으로 구미가 나아갈 미래산업의 길이 있음을 기대하며 말이다.

그러고 보니 구미시장으로 지낸 지난 10년, 결코 짧지 않았던 길이다. 쉬지 않고 달려온 만큼 적지 않은 성과도 있었다. 부족했던 경제영토는 3천300만㎡(1천만평)가 넘는 ‘내륙 최대의 산업단지’로 늘어났고, 이 큰 그릇에는 새로운 먹거리들이 채워졌다. 기존 모바일과 디스플레이산업에서 신재생에너지, 전자의료기기, 3D프린팅, 탄소섬유 등으로 산업지도가 대폭 확대됐다. 일명 구미표 산업다각화 덕택이다. 기업내부설연구소도 올해 6월 기준 400개로 10년 전과 비교해 3배나 늘었다. 이들을 통해 현재 중소기업들은 체질개선을 거쳐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하나둘 업종전환 중이다. 구미경제의 맷집이 제법 탄탄해졌다.

무엇보다 녹색환경도시로 탈바꿈하며 산업도시의 한계를 넘어섰다. ‘일천만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통해 회색도시, 굴뚝도시의 오명을 벗고, 외지인들이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자연환경을 갖게 됐다. 또 한책 하나 구미 운동, 1천억원 장학기금 모금, 낙동강 수변시설 조성 등은 도시의 분위기 뿐 아니라 도시의 가능성마저 바꾸고 있다. 특히 쓰레기 소각장 및 매립장, 시립화장장이 들어선 것은 어느 도시도 선뜻 나서기 힘든 일들이다. 향후 낙동강수상레포츠체험센터가 개장하고 강동문화복지회관과 산림에코센터가 들어서면 이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구미는 또 한 번 큰 변화를 맞게 된다. 10년이라는 시간의 지속력과 43만 구미시민들의 지지가 만들어낸 값진 결과물이다.

10년 전 필자는 첫 취임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시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말이다. 꼭 그 약속 때문만이 아니라 지난 세월 동안 늘 입에 붙어있던 말은 다름 아닌 ‘존경하고 사랑하는 시민들’이었다. 그렇다. 구미시를 만든 건 바로 시민들이다. 구미시의 과거도, 현재도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미래 역시 시민들의 손에서 시작된다. 필자는 그저 그들보다 한 발 앞서 먼저 내디딜 뿐이다. 뒤에서 두 손으로 밀어주고 박수쳐 주고, 때론 이 길이 아닌 저 길이라면서 당겨주기도 한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허균은 저서 ‘호민론’에서 “천하에 가장 두려운 존재는 오직 백성뿐”이라고 했다. 이 말처럼 시민을 향한 기대와 설렘, 두려움과 떨림이 끊임없이 필자를 시민 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지난 10년, 우리는 함께 똘똘 뭉쳐 멀게만 보이던 ‘위대한 구미, 찬란한 구미’의 문을 열었다. 이제 그 문을 지나 필자는 다시 삶의 현장으로 간다. 그러나 이번에는 받기보다는 주기 위한 발걸음이다. 남은 임기 동안 함께 땀 흘려 일군 알찬 열매들을 골고루 나눠드리겠다. 세계 속에 자리한 당당한 구미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끝으로 지면을 빌려 43만 구미시민들에게 인사를 전하려 한다.

“자랑스러운 구미시민 여러분, 진정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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