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대구경북도 탈출구(exit)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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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9   |  발행일 2016-06-29 제31면   |  수정 2016-06-29
[영남시론] 대구경북도 탈출구(exit)가 필요하다
최철영 (대구대 법학과 교수)

외우내환(外憂內患)의 대구경북이다. 정부의 남부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으로 대구경북이 기대했던 하늘길이 닫혔다. 설상가상으로 브렉시트(Brexit)라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결정은 세계 경제를 대혼란에 빠트렸다. 중앙정부도 지역도 메가톤급 경제악재에 초비상이다. 안팎으로 초대형 쓰나미에 직면한 대구경북은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대구경북의 미래가 달려있는 하늘길을 막고 확장된 김해공항이 남부권 신공항이라는 청와대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 남부권 신공항의 이해당사자였던 대구경북과 부산은 물론 별 관심이 없었던 수도권과 타 지역에서도 이런 궤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대구경북의 여론은 분기탱천이다. 대구는 동성로에서 ‘남부권 신공항 백지화 진상규명 촉구대회’도 열었다. 김해공항 확장에 정치적 고려가 7%나 포함되어 있다는 데 격분하고 있다. 아이러니다. 현 정부의 탄생은 아슬아슬했던 대선에서 대구경북의 몰표가 있어 가능했다. 대구경북은 현 정부가 어려울 때마다 맹목적인 콘크리트 지지를 보냈다. 대통령의 뜻이라면 서울에서 내려온 생면부지의 후보자라도 국회의원에 당선시켜왔다. 정치적 고려가 있다면 가장 덕을 보았어야 하는데 정치적 고려 때문에 피해를 당했다는 건 블랙 코미디다.

하지만 남부권 신공항의 백지화에 온 국민이 함께 분노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밀양 신공항에 뜻을 같이했던 4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경남과 울산의 대응은 미지근하다. 중앙의 언론은 경남과 울산이 정부 결정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대구경북이 주도해서 남부권 신공항 예정지로 밀양에 힘을 모아 주었는데 정작 경남은 밀양신공항 백지화에 덤덤하다. 경남과 울산의 지역신문도 점차 남부권 신공항 관련 기사를 크게 다루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의 주요 신문들이 연일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를 비난하고 문제점을 성토하기 위해 여러 지면을 할애하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 수도권 언론이나 다른 지역의 언론은 남부권 신공항 이슈가 일단락되었다고 보는 듯하다. 신공항 유치에 경쟁했던 부산은 도리어 절반의 승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부산시장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가덕도’ 신공항이 아니면 사퇴하겠다고 했다. 부산의 국회의원들은 부산지역 입장에서 가덕도 신공항 대신에 신공항급 김해확장도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무지몽매로는 내우외환을 이겨나갈 수 없다. 우리만 혼신을 다해 신공항백지화 철회를 주장해 봐야 국가적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결정했다는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 사실 이번 정부의 안중에 지역이 없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신공항 백지화로 인한 지역민의 좌절과 아픔에 시장과 도지사가 함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시장과 도지사로서는 한계가 있다. 시도민의 뜻과 의지를 중앙에 직접 전해야 하는 지역의 국회의원은 어정쩡한 모습이다. 신공항 백지화 촉구대회에 참석하고 대책 모임을 하고 있다는 사진은 찍지만 ‘억지 춘향’이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제 대구경북은 출구(exit) 전략을 짜야 한다. 대구경북이 신공항 블랙홀에서 탈출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의 국회의원들도 목숨을 걸지 않는 신공항 백지화 투쟁에 대구경북의 발전과 시도민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민선 6기 시도지사 임기의 절반이 지났다. 권영진 시장과 김관용 도지사가 지역민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지난 2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민선 6기의 후반기 큰 그림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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