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아무거나 주는 식당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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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11 07:44  |  수정 2016-07-11 07:44  |  발행일 2016-07-11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아무거나 주는 식당주인

오늘 점심은 무엇을 드실지 결정하셨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갑자기 마음이 복잡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실제 중식당에 가서 짜장면과 짬뽕을 고른다거나, 치킨 집에 전화를 해서 양념치킨과 프라이드치킨을 고르는 일은 개인 행복과 세계 평화를 선택하는 일보다도 더 어려운 질문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요즘 식당에서는 이런 선택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짬짜면이나 프라이드 반 양념 반 메뉴를 제공합니다. 심지어 제 학교가 위치한 현풍의 한 식당에는 ‘아무거나 정식’이란 메뉴가 있어 이런 선택의 고민을 원천적으로 덜어주기도 합니다.

이런 식사메뉴 선택의 어려움은 단순히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해외 식당에는 ‘Today’s special’ 혹은 ‘Chef Special’이라는 메뉴를 두어 선택의 고민을 덜어줍니다. 단순히 식사메뉴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우린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일상을 살고 있고, 늘 그 선택 앞에서 햄릿처럼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읊조리며 망설이는 일을 반복합니다.

최근 이러한 선택의 어려움에 대한 뇌과학적 고찰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주로 신경경제학(Neuro-Economics)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상품에 대한 선호도 연구를 통해 관련 사업에 연관시키려는 이유입니다. 2015년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신경경제학자인 크리스티안 루프 교수 연구팀은 사람의 선택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합니다. 사람들은 멜론과 체리 중 큰 것을 고르라는 우리의 감각 정보와 관련된 선택은 쉽게 하는 반면, 선호도를 기반으로 한 음식 선택과 같은 결정은 쉽지 않음을 밝혔습니다.

특히 선호도 기반의 음식선택의 경우에는 뇌의 한 부분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전두엽과 두정엽이란 두 부위가 서로 긴밀하게 상의하여 결정한다는 것도 밝혔으며, 이 두 부위 간의 신호교류가 원활하지 않은 실험군은 선택하고 결정하기를 쉽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전두엽은 우리 뇌의 앞쪽에 존재하는 가장 넓은 부위로 계획을 세우고 의사 결정을 하며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등의 고등인지활동을 주관하는 부위입니다. 따라서 이곳이 손상되면 계획을 세우거나 창의적인 활동 등의 복잡한 고등인지활동이 불가능해집니다. 두정엽은 우리 머리의 정수리 부분에 위치한 부위로, 외부로부터 들어온 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부위입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는 간질 등의 질환으로 좌뇌와 우뇌를 잇는 뇌량을 절제 받은 환자들 역시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선택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한꺼번에 모두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살때 빨간 재킷과 흰색 재킷이 맘에 드는데 그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이 환자들의 경우에는 두 색상의 재킷을 모두 선택하고 한꺼번에 두 재킷을 모두 껴입으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우리 뇌가 전전두엽과 두정엽 간에, 좌뇌와 우뇌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지 않으면 최상의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린 여기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선택에서는 뇌가 다양한 부위 간의 소통을 한다는 사실에서 과학적으로도 흥미롭지만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지혜를 배우기도 합니다.

현대인들이 유독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쩌면 현대인들이 혼자만의 세상에 몰입하여 다른 이와의 소통이 줄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오늘은 혼자 식사하지 말고 동료·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세요. “자, 오늘 우리 뭐 먹을까?” 하고 소통을 시작하는 순간, 함께한 모든 이들의 뇌 속 다양한 부위가 활성화되어 여러분의 뇌는 세상에서 가장 맛난 점심메뉴를 선택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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