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를 부탁해!!] (3) 자타공인 수포자들의 하소연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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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18 08:02  |  수정 2016-07-18 08:03  |  발행일 2016-07-18 제15면
“개념도 모르는데 학교선 학생 과대평가 한다는 느낌
기본·단계별 문제를 다양하게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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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학교 학생들이 체험활동을 통해 수학의 개념을 익히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1.“중학교 때까진 수학을 80점대로 유지했는데, 함수·그래프 파트부터 이해가 안 됐어요. 그걸 해결하지 못하고 고등학교에 올라왔는데 기말시험에서 40점이 나온 거예요. 그때부턴 정말 공부하기 싫어졌어요. (기본 개념을 모르니) 선생님도 수업시간에 문제풀이 하면서 ‘지금 모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시고….”(수학을 포기한 대구 고교 A학생)

#2.“수학 시험 치는 날이 오히려 부담이 없어요. 기본문제 5~6개 풀고, 나머진 찍으면 되니까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수학 시험지는 그냥 종이 한 장이에요. 기호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상당수거든요. 문과 학생 절반 이상이 수포자일걸요.”(수학 점수 40점대의 대구 고교 B학생)

수학 교사들 사이에서도 ‘수포자’가 사회 문제가 됐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정부는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각종 수학사업에 예산을 투입하지만 사실상 그 성과는 미흡한 수준이다. 입시 체제와 걸맞지 않아 단순 체험학습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수학 교사 사이에서도 적잖은 것이 현실이다.

‘자타공인’ 수포자들(고교 2학년)을 만나 이들이 왜 수학을 포기했는지, 수학 시간에 바라는 점은 무엇이고 수학에 대한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물어봤다.

◆ 개념 이해해도 활용 어려워 포기

▶왜 수포자가 되었나.

“수포자들은 답안을 봐도 이해를 못하는 학생들이다. 그만큼 공부를 안 한다는 것이겠지만 반대로 어렵다는 뜻도 된다. 고교 들어와서 3년 동안 배워야 할 수학 교과만 수Ⅰ, 수Ⅱ, 미분적분Ⅰ, 확률·통계다. 시험에는 이걸 다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나오는데, 개념조차 이해를 못하고 넘어가면 문제풀이는 아예 못하는 거다.”(C학생)?

“맞다. 여러 개념을 섞어서 문제가 나오니까 어렵다. 수업시간엔 선생님이 이런 개념을 한 5~10분 정도 설명하고 바로 문제풀이에 들어가는데, 기본문제보다는 실전문제 위주로 푼다. 여러 개념을 활용해야 하는 문제가 실전문제니까 앞의 내용을 모르는 학생들은 도통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B학생)

“중3 때까진 그럭저럭 따라왔는데, 고1 올라오니까 수준차가 컸다.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모르는 부분을 반복해서 물어도 이해가 안 되는 문제가 많았다. 겁이 났고, ‘해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A학생)

▶언제쯤 수학에서 손을 놨나.

“고1 겨울방학. 이때가 중요하다면서 학원에서 숙제를 과도하게 냈다. 학교에서 하는 수업은 예습을 전제한 경우가 많다. 수포자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과대평가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는 수학학원을 다녀도 잘 모르는데….”(A학생)

“중3 말부터 수학이 부담 됐다. 아무리 공부해도 모르는 문제가 도저히 안 풀리는 거다. 어느 순간 묻기도 두려워졌다. 부끄러웠다. 영어는 중학교 기본기를 바탕으로 중간 정도 하는데, 수학은 시간을 투자해도 계속 점수가 떨어졌다.”(B학생)

▶수학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거의 수업을 안 듣는다. 엎드려 자다가 선생님이 깨우면 일어나고, 벌로 칠판을 닦는 정도다. 수학은 잘해보고 싶은 의지가 없다.”(A학생)

“나는 수포자이지만 수업시간에 자진 않는다. 문제풀이가 이해가 되는 건 거의 없지만 눈은 뜨고 있는 거다. 바람이 있다면 우리 같은 수포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기본문제나 단계별 문제를 다양하게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잘 못하더라도 기본은 할 수 있도록.”(B학생)

“기본 개념은 알아도 활용을 못하는 수포자들이 많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한 문제라도 많은 시간을 들여 설명해줬으면 좋겠다.”(C학생)

◆ 모르는 지점, 되돌아가 익혀야 활용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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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갑종 대구교육청 장학사

기본개념 예습으로 터득하라!

수업때 개념정리+문제풀이 부담
교과서 정도는 숙지하고 들어야
모르는 문제는 날잡아 집중 지도


이러한 수포자 학생들을 바라보는 수학 교사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수업시간, 수업을 적극적으로 따라오는 학생들도 가르쳐야 하지만, 뒤처져 있는 학생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교사들은 이런 수포자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능인고에서 인기 수학교사로 명성을 떨쳤던 모갑종 대구시교육청 장학사(중등교육과)는 수학의 기본개념을 학생 스스로 터득하라고 주문한다. 예습을 하라는 것. 예습 없이 수업시간에 개념을 익히고 활용문제를 푸는 것은 누구라도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적어도 교과서 정도는 숙지하고 수업을 들으라는 것인데, 한 학기 정도를 선행학습하는 것도 추천한다.

모갑종 장학사는 또 “수학노트를 잘 활용해야 한다. 배운 문제를 노트에 풀면 교사가 확인해주는 과정이 효과적이다. 이는 교사 입장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잘 모르는지 그 지점을 파악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또 학교에서 수업할 때 주기적으로 ‘모르는 문제 풀이하는 날’을 만들어 학생들이 모르는 문제를 물으면 칠판에 적어놓고 그것만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성적 수준을 떠나 아이들이 적극 참여했고 반응도 괜찮았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맞는 강의법을 개발하는 것이 수포자 예방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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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연 덕원고 교사

한 문제라도 제대로 풀어보라!

틀린문제 오답노트로 개념 찾고
다시 익히지 않으면 영원히 몰라
시간이 걸려도 꾸준히 해야 발전


25년 동안 덕원고에서 수학을 가르쳐온 조치연 교사는 오답노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틀린 문제의 답안을 적고, 어떤 개념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해 모르는 개념을 찾아 다시 공부하는 것이다. 조 교사는 “수학은 단계별 학습이다. 모르고 넘어간 것을 다시 찾아가 익히지 않으면 영원히 모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렇게 해야 발전이 있다”고 조언했다. 예습과 복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예습은 무조건 해야 하고, 복습은 충분히 해야 한다. 수포자들이 아니라도 한 시간 안에 한 가지 수학개념을 이해하고 활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감을 갖고 한 문제라도 제대로 풀어볼 것을 권한다”라고 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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