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면 삼척!”…산·바다·강·하늘로 ‘푸른 힐링’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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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2   |  발행일 2016-07-22 제33면   |  수정 2016-07-22
[이춘호기자의 봄여름가을겨울] 2부 여름 이야기-강원도 삼척
원덕읍 임원항∼삼척항 ‘동해의 海金剛’
금강산 같은 기묘한 갯바위에 절로 탄성
20160722
삼척 해변의 아름다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호항 갯바위 지대. 뭉게구름과 해풍을 입에 문 갈매기의 날갯짓을 배경으로 잠시 쉬고 있는 스노클링족의 망중한이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속초~강릉권 동해. 이쪽 바다는 5성급 호텔의 테라스 같다. 허영기도 조금 묻어 있다. 왠지 그 해변에선 허전함밖에 건질 게 없을 것 같은…. 그래서 나그네는 조금은 수줍은 듯 돌아서 있는 강원 삼척으로 간다.

삼척(三陟). ‘세 번 오른다’는 의미의 지명. 어딜 오른다는 건지 그 유래가 궁금했다. 138년 신라의 일성이사금이 태백산에서 산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다. 당시 이사금은 제를 올리기 위해 오십천, 근덕면, 마읍천 등 3개 코스를 이용해 태백산에 올랐단다. 아하, 그 코스 수가 지명에 영향을 준 모양이다. 여기 오면 다들 ‘몰라도 아는 척, 없어도 있는 척, 못나도 잘난 척’이란다. 그래서 ‘척하면 삼척’이라는 속설도 있다. 삼척의 옛 지명은 ‘실직(悉直)’.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삼척의 비경은 극소수 여행가의 몫. 도로망 미비로 접근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대구서 4시간 넘게 걸려 삼척에 도착했다.

7번국도 포항시 북구 화진해수욕장 구간을 지나면서부터 물색이 달라진다. 여기 파랑은 남해보다 더 육중하고 짙다. 검푸른빛이다. 울진권부터는 금강산 같은 기기묘묘한 갯바위가 수석처럼 해변에 나타난다. 삼척에 이르면 원덕읍 임원항~삼척항 라인은 탄성을 연발시키는 해금강(海金剛)으로 피어난다. 동해안에 모두 두 군데 해금강이 있다. 삼척과 고성이다.

삼척의 중심부는 원시림권. 가설된 도로도 별로 없다. 차를 몰다 보면 황제급 소나무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바로 금강송이다. 금강송은 꼿꼿하게 직립한 ‘황룡(黃龍)’같다. 얼레빗처럼 빼곡하게 도열해 있는 금강송 군락이 삼척을 국내 최고의 석탄도시이면서도 에코 힐링도시로 주목받게 했다.

삼척만의 압도적인 풍경미학을 잘 알려준 한 편의 영화가 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란 명대사를 남긴 유지태·이영애 주연의 ‘봄날은 간다’(2001)다. 유지태는 자연을 녹음하는 음향기사. 풍경소리는 근덕면 동막리 신흥사, 댓바람소리는 절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있는 외딴 함석지붕집 뒤쪽 대숲, 파도소리는 삼척에서 가장 긴 백사장을 가진 맹방해수욕장에서 담아낸다. 그 영화 이전에도 ‘삼척 알림이’가 또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몬주익의 영웅’ 금메달 마라토너 황영조다. 그의 고향은 근덕면 초곡리. 마을 어귀에 황영조기념공원이 있다. 오래 기억하자는 의미로 그의 생가 지붕에 오륜 모양을 칠해 놓았다.

2007년 영국의 세계적 사진가 마이클 케냐도 삼척을 알리는 데 크게 일조한다. 그는 원덕읍 월촌리에 있는 솔섬을 찜한다. 기막힌 구도의 흑백 사진은 이후 ‘국내 풍경 사진의 백미’ 중 하나로 불린다. 삼척에도 그런 곳이! 뒤늦게 솔섬을 발견한 국내 숱한 사진 동호회원들이 케냐 톤의 사진을 찍기 위해 삼척으로 몰려왔다.

솔섬과 함께 일몰·일출 촬영을 위해 많이 찾는 명품 촛대바위가 두 곳에 숨어 있다. 애국가에 등장하는 일출바위는 동해시와 삼척의 경계에 있으며, 또 한 곳은 초곡리에 있다.

국내 바닷가 중 가장 아름다운 갯바위 존으로 평가받는 장호항 어촌체험마을에 도착했다. 이럴 수가! 한국에 이런 갯바위 군락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여긴 해수욕장이라기보다 수상레포츠 존이다. 다들 구명동의, 수경, 물갈퀴 등을 품고 스노클링족으로 변해 있다. 투명 카누 대여 코너는 대기 순번을 받아야 할 정도로 인기만점. 수질이 너무 맑아 파랑을 넘어 아예 투명색. 멀리서 보면 고혹한 파랑이다. 여느 해수욕장과 달리 이곳은 파도를 막아주는 갯바위가 두 겹으로 포진해 있다. 그 사이는 천연 갯바위 해수풀장이 됐다. 어디가서 저런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까. 단연 전국 최고급이다. 2003년부터 장호항은 정부로부터 어촌체험이 가능한 수상레포츠타운으로 지원받는다. 갯바위 사이를 이어주는 무지개다리가 이곳의 마스코트. 그 다리를 이용하면 항구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갈 수 있다. 특히 서편에 있는 갯바위존은 ‘천품(天品)’이다. 축소해 놓은 독도, 아니 단양의 도담삼봉 같다. 멀리 보이는 해무에 감싸인 삼척항, 때맞춰 비상하는 갈매기떼, 야자수잎처럼 드리워진 햇살, 파란 셀로판지 같은 수면을 찢으며 유영하는 청춘들. 오 마이 갓, 완벽한 바캉스 사진용 구도였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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