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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대결] 이레셔널 맨·무국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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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용섭기자
  • 20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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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셔널 맨
살인으로 활력 되찾은 ‘비이성적’ 철학교수 이야기


철학교수 에이브 루카스(호아킨 피닉스)가 로드아일랜드 근처의 한 대학으로 전임한다. 이상과 다른 현실로 지독한 삶의 염증을 느끼는 그는 과격하고 독창적인 사상가로도 알려져 있다. 일탈을 꿈꾸는 동료 교수 리타(파커 포시)가 그에게 접근하지만 에이브는 생기 넘치고 매혹적인 철학과 학생 질(엠마 스톤)에게 관심이 있다. 질 역시 에이브의 남모를 고통과 감성마저도 로맨틱하다고 느낄 만큼 푹 빠져있다. 그녀는 자신만이 그의 분노와 좌절, 허무를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두 사람. 어느 날 식당에서 부도덕한 판사의 이야기를 엿듣게 된다. 그의 편파적인 판결로 아이의 양육권을 빼앗기게 될 처지에 놓인 엄마의 딱한 사연이다. 질은 무심코 그런 판사가 심장마비라도 걸렸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에이브는 그가 죽기를 바란다면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리고 며칠 후 심장마비로 사망한 판사의 부고가 전해진다.


우디 앨런의 46번째 연출작…미스터리 로맨스
칸트 등 철학자 말 인용해 그 답 찾는 과정 그려
주연 호아킨 피닉스의 불안정한 심리 연기 탁월



‘이레셔널 맨’은 대중에게 공개된 우디 앨런의 46번째 연출작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 ‘로마 위드 러브’ 그리고 ‘매직 인 더 문라이트’에 이르기까지 꿈과 낭만이 가득했던 유럽을 무대로 아름다운 순방길에 올랐던 그가 이번엔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로드아일랜드에 여장을 풀었다. 마법과 판타지를 테마로 삼았던 전작들과도 궤를 달리해 삶의 의미와 존재론, 도덕성과 이성 등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이야기의 토양으로 삼았다.

“인간 이성은 거부할 수도 답할 수도 없는 문제로 괴로워할 운명이다.” 칸트의 말을 인용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한 영화는 시종 이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찾아간다. 에이브의 생각처럼 도덕성, 선택권, 우연성, 미학, 살인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는 고찰의 과정이랄까. 영화는 칸트 외에도 키르케고르, 샤르트르 등 어릴 적 우디 앨런에게 영향을 끼쳤던 철학자들의 글을 소개하며 그들의 생각을 읽고 비교해 해결할 수 없는 명제들에 대한 상반된 접근을 시도한다. 누구보다 자신만의 화법으로 언어적 유희를 즐겨왔던 우디 앨런에겐 매력적인 이야기 화두인 셈이다.

다소 무거운 철학적 주제와 살인사건을 다뤘다는 점에서 전작 ‘매치 포인트’가 연상된다. 히지만 우디 앨런은 좀 더 사실적이고 고전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다. 지치고 무기력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불안정한 상태인 에이브가 활력을 되찾는 순간을 기점으로 흥미로운 장르의 변화를 꾀한 것. 그가 ‘창조적 행위’라고 말한 계획적인 살인을 통해서인데, 에이브는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해충 같은 판사를 제거한 일을 도덕적이고 가치있는 일이라고 여긴다. 그의 극단적이고 비이성적인 선택에 실망한 질은 이후 그와 대척점에서 미묘한 줄다리기를 펼친다.

특유의 번뜩이는 유머와 위트는 줄었지만 가볍고 부담없는 블랙코미디식 화법은 여전히 우디 앨런의 인장이 느껴질 만큼 매력적이다. 로드아일랜드의 아름다운 해변과 고풍스러운 배경 역시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사건의 서스펜스를 배가시키는 기제로 작용했다. 여기에 방점을 찍은 건 에이브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예리하게 포착해낸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다. 그의 연기는 언제나 눈부시고 매혹적이다.(장르:미스터리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 무국적소녀
“학교를 지켜라” 평화롭던 여고서 벌어진 유혈 전투극


고등학교 미술 특기생 아이(세이노 나나)는 교장으로부터 편애를 받는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아이에게는 힘겨운 일이 되고 만다. 같은 반 친구는 물론 담임 교사까지 그녀를 재수 없는 학생으로 취급하며 괴롭힌다. 담임은 “저 학생만 특별히 봐줄 수는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지만 교장은 상부의 지시라고만 말한다. 그리고는 아이가 밤낮없이 만들고 있는 조형물만이 그녀의 무의식 세계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모호한 소리를 늘어 놓는다. 먹지도 자지도 못해 두통과 환청에 시달리던 아이는 어느 날 조형물을 완성시킨다. 그 순간 학교에 정체 모를 군인들이 난입해 선생들과 학생을 위협한다. 아이는 숨겨진 액션 본능이 깨어나며 홀로 군인들과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무국적소녀’는 극도로 절제된 대사와 단순화한 미장센이 눈길을 끈다. 2012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심사위원을 맡았던 단편영화제 출품작 ‘동경 무국적 소녀’를 장편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평화로운 여고에서 벌어지는 유혈 전투극이라 점을 신선하게 여겨 영화를 보자마자 리메이크를 결정했다. 그는 ‘공각기동대’(1995), ‘이노센스’(2004)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재패니메이션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주인공이다.


‘공각기동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실사판 영화
단편영화제서 본 ‘동경 무국적 소녀’ 장편 재구성
세이노 나나의 무표정한 얼굴과 화려한 액션 눈길


오시이 마모루는 ‘무국적소녀’를 기존의 과잉된 이미지와 대사가 아닌 몽환적 느낌의 미니멀한 하드보일드물로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에서만 볼 수 있었던 직설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을 실사영화에 접목시키는 새로운 연출법을 시도했다. 이번 역시 오시이 마모루 특유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이어지는데, 아이가 겪는 현실과 초현실 사이의 정신감응은 더 우울하고 잔혹하게 표현됐다. 특히 여고생들의 섬세하고 조용한 감정의 흐름 속에서 폭발하는 에너지를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표현한 점은 인상적이다. 전작들의 다소 폐쇄적이던 철학의 장을 여학교로 대입해 이를 일본사회의 현실로 대체한 듯한 느낌이다.

청순한 외모로 여느 할리우드 액션 배우 못지않은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 아이 역의 세이노 나나는 ‘도쿄 트라이브’에 이어 강렬하고 신비스러운 이미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단발머리의 무표정한 얼굴, 기계적이지만 파워풀한 액션은 이제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덕분에 ‘도쿄 트라이브’에서 육중한 거인을 때려눕히던 액션 소녀 순미의 모습은 ‘무국적소녀’로 이어져 아이가 15분간 펼치는 마지막 혈투 시퀀스를 매력적으로 장식한다. 이 액션은 무척이나 기계적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아픔과 아름다움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만 엔딩으로 이어지기까지의 모호하고 느슨한 대사들은 다소 지루하고 상상과 상식을 뒤엎는 결말을 기대했던 반전 역시 그 강도가 세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 특유의 과잉된 이미지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장르:액션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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