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인물 - 이 세계] 문경경찰서 오병옥 점촌파출소장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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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3 08:11  |  수정 2016-07-23 10:00  |  발행일 2016-07-23 제10면
코스마다 수십번씩…정상등반 404번 ‘주흘산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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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령산악구조대원이기도 한 오병옥 문경경찰서 점촌파출소장이 2010년 4월 동료 대원들과 함께 황장산 암릉지대에 안전로프를 설치하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주흘산 정상에서의 모습. <조령산악구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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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문경의 진산이어서 자주 오르다 보니 400회가 넘었네요.”


전국의 100대 명산 완등 기록
조령산악구조대 봉사활동 참여
등산때 쓰레기 줍기도 잊지않아
현재는 370㎞ 낙동정맥 종주중
다져진 체력 경찰생활 큰 도움



진산(鎭山)은 어떤 지역이나 고을의 뒤에 있는 큰 산으로 주산(主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문경에는 해발 1천106m의 주흘산이 진산이다. 오병옥 문경경찰서 점촌파출소장(59)은 지난 16일로 404번째 주흘산 산행을 마쳤다. 1999년 1월1일 해맞이 산행을 시작으로 17년 동안 한 개의 산만 400회 넘게 등반한 것이다.

주말이나 쉬는 날 틈나는 대로 찾은 끝에 이 같은 기록을 세웠지만 오 소장이 실제 주흘산을 오른 횟수는 404회가 넘는다. 기록을 세기 전에도 수차례 등산을 했지만 본격적으로 횟수를 세기 시작한 것이 1999년이기 때문이다.

주흘산 중턱에는 대궐터와 등산객이 목을 축일 수 있는 대궐샘이 있다. 여기서부터 능선까지 가파른 길이 계속 이어진다. 문경시는 등산객의 편의를 도모하고 등산로에 의한 훼손을 막기 위해 몇 년 전 이곳에 목재 계단을 설치했다.

이곳을 오르는 등산객은 계단이 몇 개인지 헤아려 보지만 한두 번 오르내려서는 정확히 개수를 알기 어렵다.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거나 아름다운 꽃이 눈에 들어오거나 하면 헤아리는 것을 깜빡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400번을 넘게 다닌 오 소장에게 그 계단이 몇 개냐고 묻자 “903개”라는 답이 금방 튀어나온다. 주흘산의 등산코스는 다양하지만 모두 수십 차례 다녔기 때문에 오 소장만큼 주흘산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도 드물다.

이런 오 소장의 등산 사랑은 1989년부터 시작됐는데 계기가 좀 특이(?)하다.

“원래 테니스를 즐겼어요. 그런데 시합에서 직장 내 상사들이 이기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는 거예요. 이걸 보고 나니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되더군요. 그래서 등산으로 전환하게 됐죠.”

1982년 경찰에 첫발을 내디딘 후 수사형사와 정보형사를 주로 역임했던 오 소장은 등산으로 다져진 체력이 경찰생활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범인을 쫓거나 잠복근무를 할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었습니다. 타고난 체질에 등산으로 다져진 튼튼함은 늘 수훈을 세우도록 했죠. 하하.”

그는 문경지역과 인근의 웬만한 산은 20~50회 정도씩 다녀왔다. 2007년 백두대간을 종주했던 그는 지난 5월 전국 100대 명산을 완등했다. 지금은 한반도 13정맥의 하나로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강원도 태백의 구봉산에서 부산 다대포의 몰운대에 이르는 길이 370㎞의 낙동정맥 종주를 하고 있다.

오 소장은 그냥 무조건 산에만 다니는 것은 아니다. 문경지역 민간 봉사단체인 조령산악구조대에도 가입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2007년 11월 운달산에서 70대 할머니 등 2명이 조난을 당해 생명이 위험했던 때에도 밤새 수색을 해 찾아내는 등 구조활동을 많이 해 왔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은 그의 또 다른 ‘임무’이다. 등산문화 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문경시장에게 감사패를 받는 등 산 사랑을 실천하는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업무에도 충실한 그는 2011년 모범공무원으로 뽑혀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등산은 경쟁이 없는 자신과의 싸움이며 건강을 다지고 마음을 닦는 좋은 방법”이라는 오 소장은 “산에 가지 않고 집에 있으면 술자리를 피하기 어려운데 등산은 술자리를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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