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밤하늘을 본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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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5 08:50  |  수정 2016-07-25 08:50  |  발행일 2016-07-25 제15면
[행복한 교육] 밤하늘을 본다는 것은
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초등학교 과학교육과정에서 도달해야 할 성취기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4학년: 달 표면의 여러 모습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달의 환경이 지구와 다름을 추리, 지구와 달의 모습을 비교하여 지구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 5학년: 태양계를 구성하는 행성의 특징을 조사할 수 있으며, 지구 에너지의 근원이 태양임을 설명. 태양계 행성들의 상대적인 크기와 거리 비교하기 탐구 활동을 수행하고, 태양계 행성들의 상대적 크기와 거리를 비교. 6학년: 별이 무엇인지 알고, 별들의 연결이 별자리임을 설명.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 자리를 이용하여 북극성 찾아보기 활동을 통하여, 북극성을 찾기. 인류가 우주를 탐사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우주 탐사 계획을 세우기. 밤하늘에서 금성이나 목성, 토성과 같은 밝은 행성을 찾기이다.

이쯤해서 물어보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자신있게 ‘나는 초등 수준을 성취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가. 그러려면 현장에서 관측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다음으로 당신은 천체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한 적이 있는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당신은 밤하늘의 별을 보면 눈길이 가는가’. 문학과 낭만적으로 ‘당신은 밤하늘의 별을 보면 가슴이 떨리는가’. 나는 청송 주산지와 절골 계곡이 아름다운 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밤하늘은 별빛으로 가득 찼고, 평상에 누워서 보는 하늘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는 북두칠성이나 별똥별을 아는 정도였다. 그래서 늘 궁금했다. 하지만 나를 밤하늘의 신비와 아름다움으로 안내해 주는 교사는 없었다. 봄부터 여름 사이 목성과 초승달이 날마다 가까워지다가 상현달이 되면서부터 다시 조금씩 멀어지면 내 첫사랑도 그렇게 멀어졌다. 나는 다시 가까워지기를 기다렸지만 사춘기는 그렇게 지나갔다.

교사가 되고 오랫동안 계절학교를 열면서 아이들에게 별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천체관측 기술이 없었다. 천체망원경도 없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선배를 학부형으로 만나 운동장에서 관측회를 열었다. 학교를 옮기고 나서 더는 부탁을 드리기 어려워 교장을 설득하여 천체망원경을 구입했다. 그다음부터 가는 학교마다 천체관측교실을 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우리나라 최초의 아마추어천문회가 바로 대구에서 생겨난 첨성대라는 것을 알았다. 이 분들 덕분에 나는 아마추어천문지도자 3급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실제로 엄밀하게 나누면 나는 겨우 7급 정도다.

올해 나는 거창한 목표를 하나 세웠다. 20개 초등학교를 찾아가서 아이와 가족들 최대 5천명에게 밤하늘을 안내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다섯 학교 1천명을 넘게 만났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오래 전 약속 때문이다. 25년 전, 보현산천문대를 찾았다가 박병곤 박사님을 만났다. 지금은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장인 박 박사님은 자신의 첫 경험을 들려주면서 “초등교사들이 꼭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아이들에게 천체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것을 계기로 몇몇 아이들은 스스로 더 깊은 공부를 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약속을 수많은 아이들을 통해 지키고 싶다.

밤하늘을 본다는 것은 눈앞의 보이는 것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여 사고를 우주차원으로 점점 확장하는 참 좋은 공부이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담겨있다고 했다. 장회익 선생은 나라는 존재는 나에서 우리로, 더 나아가 우주차원에서 온우리로 이해할 때 온전한 나를 인식하게 된다고 온생명을 이야기한다. 이런 깊은 이야기는 작은 생명을 관찰하는 것과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는 것이 함께 이루어질 때 깨닫게 되는 지혜다. 한여름이 시작되었다. 부모들은 자리를 깔고 누워 목성탐사위성 주노가 목성 주피터를 만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어떨까. 나는 지난 토요일부터 별고을 성주 한개마을에서 별관측을 하기로 했다가 사드를 별뫼인 성산에 배치하겠다는 정부 발표로 그만 별 볼 일 없게 되었다. 사드가 올여름 밤 별을 보려던 군민들의 낭만까지 앗아가 버려 ‘Sad’하게 만들어버렸다. 앞으로 성산포대에 시민천문대가 세워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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