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가격 폭락…눈물 나는 영양고추

  • 배운철,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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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6 07:31  |  수정 2016-07-26 07:31  |  발행일 2016-07-26 제9면
수입품 물량 공세에 소비량 뚝
정부비축수매 물량 방출도 한몫
최저생산비마저 못 건지는 상황
4년 연속 가격 폭락…눈물 나는 영양고추
지난 24일 김모씨가 영양군 영양읍 하천리 자신의 고추밭에서 햇고추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영양] 영양에서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씨(66)는 고추가격이 예년 같지 않아 고추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고추와 고춧가루 소비가 줄어든 것도 걱정이다.

김씨는 “정부가 적극 나서 고추가격을 안정화시키지 않는다면 수년째 지어온 고추농사는 이제 접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할 줄 아는 거라곤 이것밖에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심경을 털어놓았다.

고추 재배면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경북도가 최근 23개 시·군을 대상으로 올해 건고추 재배면적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해 9천941㏊보다 9.4% 감소한 9천㏊로 나타났다. 평년 1만418㏊에 비해서는 16.0%나 줄었다.

영양군에 따르면 건고추 가격은 2011년 600g기준 평균 1만2천원 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4년 연속 폭락하면서 평균 6천원을 밑도는 등 최저 생산비마저 못 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건 2004년 한·칠레 FTA로 시작된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점차적으로 발효되면서 국내 농산물 시장이 수입 농산물에 서서히 잠식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추의 경우 값싼 중국산 냉동고추 등의 수입이 크게 늘었다.

4년 연속 가격 폭락…눈물 나는 영양고추

정부비축수매 물량의 조기 시장방출도 한몫했다. 특히 국산 고추소비는 전적으로 개인 소비자에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몇 년 새 개인의 소비량이 부쩍 줄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안으로 수입돼야 할 건고추량이 적지 않다는 것. 2016년 건고추 TRQ(저율관세할당) 물량은 7천185여t. 이 물량이 국내로 들어오면 햇고추 가격의 안정적인 가격형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자치단체는 사태 수습에 나섰다. 경북도는 건고추 재배농가의 가격 안정화와 타 작목 전환을 위한 지원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고추비가림재배시설을 지원해 농업경영비를 줄일 계획이다. 또 관수시설 등을 활용해 생산량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는 생산구조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영양군과 영양군의회는 건고추의 생산 원가를 상회하기 전까지 건고추 정부비축수매 물량의 시장방출을 억제하고 TRQ 물량 수입시기를 최대한 늦춰 줄 것을 중앙정부에 요구했다. 고추생산기반 유지 및 수급균형을 위한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나영강 경북도 친환경농업과장은 “외국산 고추의 물량공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고추수급 안정과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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