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7억 프로야구 선수, 300만원에 승부조작 왜?

  • 입력 2016-07-26 00:00  |  수정 2016-07-26
20대 초중반…물정 어두워, 스폰서 아는 형님에게 당해
팬 자처하며 접근 검은 유혹
한번 발 들이면 협박 시달려
계약금 7억 프로야구 선수, 300만원에 승부조작 왜?
25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서 고개 숙인 유창식.

계약금만 7억원을 받은 선수가 고작 300만원에 야구인생을 망친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사실을 자수한 프로야구 왼손 투수 유창식(24)은 25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출석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유창식이 두 차례 승부조작에 가담해 받은 돈은 300만원이다.

2011년 한화이글스에 입단하며 그가 받은 금액은 계약금만 7억원이며, 올해 연봉은 6천만원이다.

평범한 직장인에게 300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올해 평균 연봉 1억2천656만원인 프로야구 선수가 위험을 무릅쓸 금액은 아니다.

유창식뿐 아니라 앞서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선수도 거액을 받은 게 아니었다. 2012년 고의로 볼넷을 준 사실이 적발된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양심을 저버린 대가로 받은 돈 역시 수백만원에 불과했다.

이른바 ‘2차 프로야구 승부조작 파문’ 시작을 알렸던 이태양(전 NC 다이노스)은 고의 볼넷으로 비교적 거액인 2천만원을 받았지만, 국가대표 출신 10승 투수인 그가 자유계약선수(FA)가 됐을 때 받을 수 있는 돈은 상상 이상이다.

브로커와 연결해준 혐의를 받는 문우람(상무체육부대)은 돈이 아닌 1천만원 상당의 고급 의류와 시계를 받은 게 전부다.

수사 결과 드러난 금액만으로는 이들의 승부조작 가담은 이해하기 힘들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나이와 합숙생활에 익숙해 비교적 물정에 어두운 점, 그리고 ‘아는 형님’의 존재까지 함께 들여다 봐야 설명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강압적 분위기에서 단체생활에 익숙한 이들은 프로야구에 입단하면 적응하기 힘들 정도의 자유를 얻는다. 구단은 선수에게 꾸준히 교육하지만, 모든 일과가 끝난 뒤 술자리를 찾아 나서는 일부 선수의 사생활까지 관리하는 건 쉽지 않다.

보통 ‘스폰서’라고 부르는 ‘아는 형님’은 아직 판단력이 덜 갖춰진 젊은 선수를 주요 목표로 잡고 “평소 팬이었다”라는 말로 접근한다.

‘아는 형님’은 처음에는 술로 선수와 친해졌다가, 나중에는 법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접대를 하는 경우까지 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선수와 팬으로 남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아는 형님’이 ‘무서운 형님’으로 변한다. 감언이설 혹은 협박 때문에 ‘한 번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선수가 승부 조작에 가담하면, 그 다음부터는 헤어나올 수 없다. “승부 조작을 알리겠다”라는 협박 한 번이면, 선수는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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