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미사일 안고 살게 할 순 없어”

  • 글·사진=성주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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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7 07:31  |  수정 2016-07-27 07:41  |  발행일 2016-07-27 제4면
[성주의 목소리를 듣다] 릴레이 인터뷰(3) 주부 배미영씨
20160727

“주부들 채팅방에서 정보공유
평화로웠던 우리동네 지킬 것
사드관련 언론 보도 무서워
사실 그대로만 전해줬으면”


“정부의 사드 불통이 우리에겐 잔인함으로 다가옵니다.” 결혼 11년 차 주부 배미영씨(39·성주읍 예산리)는 성주로 이사온 지 올해로 4년째다. 경주에서 신혼생활을 하다가 남편의 직장 때문에 성주로 왔다. 성주로 오기 전 칠곡 왜관, 대구 다사 등 여러 곳을 둘러봤지만 성주가 그냥 좋아 가족과 평생 살기로 마음먹었다.

작은 봉제작업실을 운영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던 배씨는 언론을 통해 성주가 사드 배치 유력지라는 소식을 처음 접했다. 그는 “사드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 너무 절망적이었다. 위기감에 동네 주부들끼리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서 정보를 하나씩 공유했고, 어느새 사드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배씨는 “사드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니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 그럼 여기서 어떻게 아이를 키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작 정부 관계자들은 사드 앞에 서 있겠다는 등 사드의 안전성만을 강조하며 우릴 설득하려 했다. 일방통행이었다. 그래서 내 가족, 내 이웃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배씨는 “사실 처음에는 전자파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정작 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 사드기지가 있는 성주부터 공격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 무서웠다.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성주군민은 왜 다 희생돼야 하는지, 여기는 가족도 없고 사람 사는 데가 아닌가 하는 억울함마저 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 “사드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고, 평화로운 환경에서 아이들을 살게 하고 싶은 게 엄마들의 마음이다. 아이의 작은 상처에도 마음이 아픈 엄마인데, 아이들이 위험한 미사일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건 부모로서 절대 납득이 안 된다. 왜 행복을 누릴 권리조차 우리에겐 없는가”라고 되물었다.

배씨는 사드와 관련해 사실만을 전해주길 여러 번 당부했다. 그는 “성산포대 반경 1.5㎞ 내에 2만명이 살고 있는데 일부 방송사들은 산 정상만 찍고는 주변에 2천8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봤다. 또 국내 5천만 인구 중 1천4명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사드 찬성이 많다는 보도도 접했다. 그런 걸 보면 정말 언론이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만 전해주면 된다”고 했다.

“이번 인터뷰가 힘이 되는 이유는 이 자리가 단순히 수다 떠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간절한 목소리가 영남일보를 통해 널리 퍼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라며 “며칠 전 비가 온 뒤 성산포대 주변에 무지개가 떠올랐다. 그걸 보고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글·사진=성주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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