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인물 - 이 세계] 박지훈 봉화 에버로즈 대표

  •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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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30 07:17  |  수정 2016-07-30 07:17  |  발행일 2016-07-30 제10면
보존花에 인생 건 남자 “봉화를 메카로 만들고 싶다”
<이 사람이 사는 세계>
수분 빠진 꽃잎에 유연제 주입
생화의 느낌 장기간 보존 가능
숱한 실패 딛고 특허출원 앞둬
화훼산업 발전 전환점 기대”
[토요인물 - 이 세계] 박지훈 봉화 에버로즈 대표
프리저브드 플라워(보존화)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에버로즈 박지훈 대표와 부인 신동숙씨.

프리저브드 플라워(Preserved Flower).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최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점차 알려지고 있는 보존화(花)다.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생화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장기간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신개념 꽃이다.

봉화에는 10여년 전부터 새로운 고부가가치 화훼산업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보존화의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봉화읍 화천리의 박지훈 에버로즈 대표(44).

봉화가 고향인 박 대표는 젊은 시절 양계를 하던 가업을 이어받아 축산업을 하다 10여년 전 거베라 등 화훼재배를 시작하면서 꽃과 인연을 맺었다. 새로운 화훼재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상주대, 벤처농업대학, 안동대 등에서 전문 분야를 공부했다.

늘 새로운 화훼기술에 목말라하던 그는 2007년 화훼수출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보존화를 접했다. 그때 그는 이것이 바로 자신이 찾던 새로운 고부가가치 화훼산업임을 직감하고 그해부터 본격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출발부터 녹록지 않았다. 박 대표는 “보존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을 수차례 방문했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며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던 중 희소식이 날아왔다. 2009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보존화 제조방법을 특허 출원한 것이다. 박 대표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가 기술 이전을 요구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다”고 말했다.

기나긴 설득 끝에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그는 보존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동안 숱한 실패의 쓴잔을 마셨지만 그건 큰 자산이 되었다. 경험을 바탕으로 이젠 자체 연구개발에도 성공해 특허 출원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보존화는 생화를 알코올과 같은 유기용매로 수분을 뺀 다음, 수분이 빠진 조직에 유연제를 주입해 만든 일종의 가공화다. 신선한 꽃과 같은 부드러운 질감과 형태를 2년 이상 그대로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생화와 같은 느낌으로 장기간 보존 가능해 실내장식을 비롯해 부케, 기념품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박 대표는 보존화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연구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까지 연간 매출을 따질 단계는 아니지만, 점차 찾는 사람이 늘면서 유통구조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자체 생산기술 연구 외에도 홍보·판매를 위한 고유한 디자인을 개발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하고 있다. 또 새로운 소재 개발 시에는 적합한 패키지를 포함한 디자인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보존화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유의 디자인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므로 디자인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며 “고유 디자인은 나아가 상품 브랜드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봉화읍 화천리에 비닐하우스를 비롯한 가공공장, 연구실, 전시실 등을 갖추고 보존화 연구 및 판매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1년 이상 부서지지 않는 안개꽃과 미스티 블루, 보리 등의 새로운 컬러 변신으로 조연 꽃이 주연 꽃이 되는 제조방법과 용액 개발을 완성해 국내외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생화를 활용한 새로운 기법의 보존화 산업이 더욱 활성화된다면 화훼산업이 발전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네덜란드 하면 튤립이 생각나듯 한국의 봉화 하면 보존화가 생각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봉화 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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