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돌탑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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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30   |  발행일 2016-07-30 제23면   |  수정 2016-07-30

자주 가는 동네 뒷산 등산로에 작은 돌탑이 있다. 너무 작아 탑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기단에 해당되는 아래쪽 넓은 돌을 20여개의 작은 돌이 에워싸고 그 위에 탑신인 길쭉한 모양의 돌을 세웠다. 다시 그 위에 작은 돌 몇 개가 얹힌 모양새다. 전체적으로 30여개의 돌로 만들어진, 높이 두세 뼘 길이의 길 옆에 보이는 흔한 형태의 돌탑이다. 하지만 그냥 돌무더기로 치부하기에는 쌓은 사람의 정성을 무시하는 듯해 내 마음속에는 돌탑으로 자리 잡았다.

이 돌탑이 어느 날엔가는 무너져 있고 다음 날 보면 다시 세워져 있곤 한다. 누군가 심술궂게 무너뜨렸거나 밤중에 먹이를 찾아 나선 산짐승에게 부딪혀 넘어졌을 수도 있다. 혹은 비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 견디지 못해 스스로 주저앉았을 법도 하다. 그래도 누군가는 다시 세우고 또 다른 사람은 새로 돌 하나를 보태 항상 탑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탑이라는 것이 그렇듯 이 돌탑을 쌓은 사람은 작은 소망이라도 빌며 세웠을 것이고, 그 위에 돌을 얹은 사람도 자신이나 주변인들의 복을 기원했을 것이다.

간절하게 원하면 이뤄진다는 말처럼 대부분 돌탑이나 석탑 등은 기원을 위해 만들어지고 성사 여부에 관계없이 복을 비는 것이 우리네 풍습이고 문화다. 이러한 탑을 아무 생각 없이 무너뜨리는 것은 어떤 행위일까. 사드로 성난 성주군민들은 대규모 집회든 상소문 투쟁이든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억울하고 부당한 결정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간절한 심정을 알리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이나 수도권 언론, 수도권 주민들은 성주군민들의 간절함을 그저 길 옆에 흔히 보이는 ‘돌탑’ 취급하며 아예 관심을 갖지 않거나 아무 죄의식 없이 발로 툭 차서 망가뜨리는 행태를 보인다.

적선은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는 속담도 있듯이 사드 사태를 남의 일이라고 님비라거나 무지몽매한 처사로 치부하는 것은 쪽박을 깨는 짓이다. 가뜩이나 정치나 행정, 경제, 교육 등 모든 분야가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나라의 편중된 상황이 사드 배치 문제를 보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떻게든 서울로 가거나 수도권에 진입하려는 젊은이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서울공화국 국민이 돼야 인간 취급을 받으니까.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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