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발달’ 인간의 뇌에서 길을 찾다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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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06   |  발행일 2016-08-06 제16면   |  수정 2016-08-06
대뇌 신피질 작동 알고리즘 분석
생물학적 작동원리 디지털화 노력
“의식 가진 기계, 인간과 동등” 주장
‘인공지능 발달’ 인간의 뇌에서 길을 찾다
인간 뇌의 구조와 기능을 밝혀내기 위한 다국적 대규모 프로젝트인 블루브레인 프로젝트에서 가상공간에 재현해낸 대뇌 신피질 신경망의 한 단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뉴런에 불이 켜져있는 모습과 알파고에 패배할 당시 낙심하는 이세돌. <크레센도 제공>
‘인공지능 발달’ 인간의 뇌에서 길을 찾다
마음의 탄생//레이 커즈와일 지음/윤영삼 옮김/ 크레센도/452쪽/1만9천800원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뇌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우리 뇌가 어떻게 감각을 인지하고 생각하고 추론하는지 이해함으로써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고, 또 인공지능의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뇌의 작동원리를 검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인간의 뇌와 점점 더 닮아가는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선사할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좀 더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미래학자이자 컴퓨터과학자·사업가인 저자가 내놓은 이 책은 인간의 뇌에 초점을 맞추어 인공지능을 이야기한다. 현시점까지는 가장 강력한 지능기계라 할 수 있는 인간의 뇌, 특히 대뇌의 신피질을 분석하고 그것이 작동하는 알고리즘을 추출해냄으로써 인공지능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논지다.

일반적으로 뇌의 구조나 작동방식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뇌를 분석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커즈와일은 이러한 견해를 설득력 있게 반박한다. 인간의 신피질은 동일한 패턴인식기 3억 개가 펼쳐져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패턴인식기의 구조와 작동방식은 한 번만 이해하면 된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인식기들이 계층적으로 연결되면서 말초적인 감각의 인식에서 비유, 유머, 연민과 같은 고차원적인 인식에 이르기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낮은 차원의 감각인지든 높은 차원의 개념적 사고든 모두 패턴인식의 작동 알고리즘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피질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것은 여기서 밝혀낸 생물학적 알고리즘을 디지털 공간에 그대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일까. 첫째, 뇌의 기능을 더욱 깊이 이해함으로써 정신장애나 뇌질환을 앓는 환자를 위한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 둘째, 디지털 공간에 구현한 지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우리 인류가 당면한 수많은 문제를 좀 더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더욱 강력한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고, 인간은 그러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하지만 생물학적 작동원리를 디지털 공간에 구현하는 것은 결국 컴퓨터(기계)에서도 의식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순수하게 물질적 요인에서 출발한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의 의식이 출현하였듯이, 기계 역시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의식이 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커즈와일의 논리적 주장이 다. 이 책에서 ‘지능’이나 ‘뇌’가 아닌 ‘마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마음은 의식을 가진 뇌’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커즈와일은 설명한다. 즉, 인간과 똑같은 감정과 의식과 의지를 지닌 기계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기술의 진보는 인류사회의 철학적·윤리적 관념에 거대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의 후반부에서 커즈와일은 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또 의식을 기준으로 세워진 인간의 보편적인 윤리체계, 자유의지, 정체성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찰한다. 결론적으로 커즈와일의 주장은 의식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기계에 대해서는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결국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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