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둘레길 108㎞ .6] 제4구간 석새미송림길 - 달성 유가면 짐실쉼터∼창녕 안심정류장(8.1㎞)

  • 임훈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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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10   |  발행일 2016-08-10 제14면   |  수정 2016-08-10
울울창창한 송림, 하늘을 찌를 듯한 잣나무숲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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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에 나선 대구트레킹연맹 회원들이 비슬산둘레길 제4구간 석새미송림길 잣나무숲 길을 걷고 있다. 그림 같은 풍경의 잣나무숲을 지나면 가태임도 정상부인 용고개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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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둘레길 제4구간 석새미송림길은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유곡1리 짐실쉼터에서 경남 창녕군 성산면 안심정류장을 잇는 8.1㎞ 코스 둘레길이다. 탐방시간은 3시간 전후로, 오르막길이 많아 체력소모가 다소 있는 편이다. 삼림지역 비중이 높으며, 울창한 송림 코스는 이 구간의 백미다. 빽빽하게 들어선 소나무숲 한가운데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제4구간의 경우 혼자 걷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도심과 가깝지만 깊은 산중이어서 간혹 멧돼지 등 산짐승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해 최소 2명 이상 조를 이뤄 걷는 것이 좋다.

#1. 짐실쉼터~석새미쉼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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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새미송림길 전반부 오르막길에 위치한 작은 계곡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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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무성한 석새미송림길은 삼림욕을 즐기기에 훌륭하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잣나무숲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제3구간 종점인 짐실쉼터를 떠난 일행은 비슬산둘레길의 중반부 여정을 시작했다. 짐실쉼터의 시원한 느티나무 그늘을 뒤로하고 떠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마을 뒤편에 우뚝 솟은 비슬산을 바라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옹기종기 들어선 짐실마을의 민가 사이로 콘크리트 포장길이 나 있다. 이 길을 통과해 250m를 걸으면 어느덧 가태임도 입구다. 가태임도는 대구 달성군과 경남 창녕군을 잇는 산림관리용 도로로 비슬산 자락을 넘는 길이다. 제4구간의 거의 대부분이 가태임도 구간이다. 임도 입구에서 바라본 비슬산과 둘레길은 온통 초록빛이다.


석새미쉼터 가는 가태임도 주변 산세
완만한 능선으로 어머니 품처럼 따뜻

석샘은 산 아래 유곡리 주민의 생명수
가뭄이 심하게 들어도 마른 적이 없어

잣나무는 두 팔 뻗어 길 위로 녹색터널
솔숲 바닥은 양탄자를 깐 것처럼 푹신



가태임도로 진입한 일행은 유가면 유곡리 관음정사 가까운 산기슭에 위치한 석새미쉼터로 향한다. 석새미쉼터로 가는 길은 걷기에 훌륭하다. 둘레길 주변의 산세는 장쾌하면서도 부드럽다. 산은 높지만 그 산세가 험악하지 않으며, 완만한 능선과 험하지 않은 산줄기는 따뜻한 어머니의 품처럼 둘레길을 감싸고 있다. 임도에 진입하자마자 나타나는 울창한 숲길은 왕성한 생명력의 아우라로 가득하다. 아까시나무와 소나무를 비롯해 이름 모를 들꽃까지 온갖 수목과 풀이 무성하게 자라 어우러져 짙은 녹음을 발산하고 있다. 가끔 사찰을 오가는 차량이 일행 옆을 지나치지만, 크게 신경 쓰이는 수준은 아니다. 오르막은 완만하다.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천천히 걸으면 석새미쉼터까지는 무리없이 갈 수 있다.

#2. 석새미쉼터~용고개(2.8㎞)

출발지점에서 한참을 걸은 일행은 첫 휴식지점인 석새미쉼터에 도착했다. 쉼터는 육각 기와지붕을 얹은 정자로 10명 안팎이 쉴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석새미’라는 쉼터의 이름은 돌로 만든 샘이라는 뜻의 ‘석샘’에서 비롯됐다. 쉼터와 관음정사 사이 산기슭에서는 돌로 샘 주변을 둘러싼 석샘을 발견할 수 있다. 물이 솟아나는 석샘 주변으로는 사람이 쌓아올린 돌무더기가 둘러쳐져 있다. 샘을 향한 사람들의 정성 덕분인지 석샘의 물은 마르는 적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이러한 샘의 내력 때문인지 1950년 6·25전쟁 당시 비슬산 아래 이 골짜기로 수많은 피란민이 들어왔다. 한때 석샘은 산 아래 유곡리 주민들의 생명수이기도 했다. 심한 가뭄이 들어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들 때, 석샘의 물은 유곡리 사람들의 소중한 식수로 활용됐다. 석새미쉼터의 이름 유래를 되짚어보며 휴식을 취하다 보니 정자 아래 계곡물이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일행은 석새미쉼터에서 음료를 마시며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이어 쉼터 옆 작은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 둘레길 제4구간의 중심코스로 향한다. 이곳 다리를 지나자마자 본격적인 송림길의 시작이다. 얼마 못 가 급한 오르막길이 펼쳐지는데 사방천지가 소나무다. 급경사의 울창한 송림길을 걷다 지쳐갈 즈음 어디선가 ‘졸졸졸~’ 하는 물소리가 들린다. 둘레길 오른편의 조그마한 바위 협곡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소리다. 수량은 많지 않지만 숲 사이로 고개를 내민 작은 계곡이 사뭇 영험해 보인다. 바위 협곡의 작은 폭포 아래에는 지름 2m가량의 물웅덩이가 있다. 계곡 주변의 바위에 걸터앉아 시원한 계곡물로 세수를 하니 온 세상이 다 내 것인 듯 상쾌하다. 계곡 인근의 벤치에 앉아 물소리를 들으며 일행과 담소를 나눈다. 그동안 오르막길을 걸으며 쌓인 피로가 절로 풀린다. 계곡의 범상치 않은 모습 때문인지 계곡 주변에는 양초를 피운 흔적도 있다. 누군가가 뭔가를 기원하기 위해 기도를 올린 듯하다.

계곡 옆 벤치에서 잠시 숨을 고른 일행은 다시 길을 나선다. 여기서부터는 한동안 자갈길과 흙길이다. 다시 평탄한 코스가 나오는가 싶을 즈음 길 앞으로 빽빽한 잣나무 숲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잣나무 숲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수백그루의 잣나무가 서 있는 모습은 아름드리 숲이 등장하는 유명 제지회사의 광고장면과 비슷하다. 둘레길 양쪽 숲의 잣나무들은 두 팔을 뻗어 길 위로 녹색터널을 만들고 있다.

잣나무 숲에서 삼림욕을 즐기는 것도 좋다. 솔잎이 떨어져 쌓인 숲의 바닥은 마치 양탄자를 깐 것처럼 푹신푹신하다. 숲 사이로 퍼지는 짙은 피톤치드 향 덕분에 청량감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은 채 서 있으면 산과 내가 하나 된 것만 같다.

그림 같은 풍경의 잣나무숲 코스를 지나자 가태임도의 정상부인 용고개에 도착한다. 짐실쉼터부터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져 몸은 고단하지만 해발 400여m 지점에서 산 아래를 바라보니 뿌듯하다. 둘레길이 지나는 산 능선부는 대구 달성군과 경남 창녕군의 경계로 송전탑이 지나고 있다. 서쪽으로 달성군, 동쪽으로 창녕군이다.

#3. 용고개~창녕군 안심정류장(2.3㎞)

용고개부터 둘레길 제4구간 종점인 안심정류장까지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용고개에서 50m를 내려가면 양갈래길이 나오는데, 둘레길 이정표의 안내에 따라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콘크리트로 포장된 임도다. 내리막길 대부분 코스도 송림길이다. 임도변을 따라 곳곳에 서 있는 큰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임도를 따라 삼림욕을 즐기며 내려가니 길 왼편으로 안심저수지가 보인다. 안심저수지를 지나 안심마을이 가까워지자 둘레길 왼쪽으로 안심마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줄기 사이로 옹기종기 자리잡은 민가가 전형적인 산촌의 분위기다. 마을 풍경은 깨끗하면서도 정겹다. 새로 짓거나 고쳐 지은 집이 많아 생활수준이 도시의 그것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아 보인다. 논보다는 밭이 많으며, 밭에서는 주로 콩을 재배하고 있다. 안심마을에 거의 다다르자 마을 아래 월곡저수지가 보인다. 월곡저수지 수면에 비친 두꺼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임도와 이어진 마을길을 따라 걸으면 어느덧 안심마을회관 앞 버스정류장이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창녕이나 청도읍으로 가거나, 비슬산둘레길 제5구간 청도웃음길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 참고문헌= 대구의 뿌리 달성
▨ 동행취재= 대구트레킹연맹 신태문·서태숙·성정열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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