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한여름 동해 광어낚시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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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12   |  발행일 2016-08-12 제40면   |  수정 2016-08-12
“왔다!” “걸었다!” 한껏 고꾸라졌던 낚싯대…다음 순간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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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해돋이낚시 회원들이 개인보트로 오전낚시를 즐기고 있다. 바다가 지척인 이들에게 보트낚시는 일상의 놀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광어 다운샷낚시는 대부분 서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인천에서부터 안면도~태안~보령~서천, 멀리는 군산 앞바다까지가 광어 다운샷낚시의 주무대다. 작은 물고기 모양의 섀드웜을 바늘에 달고 20~30㎝ 아래에 10~30호의 봉돌을 달아 바닥을 끌어주면서 입질을 받는 패턴이다.

광어라는 물고기는 그 성질이 포악하고 식탐이 강해서 자신의 눈앞에 지나가는 먹잇감을 보면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는다. 한여름 활성이 좋은 시즌에는 낚싯대를 확 가져갈 정도의 강한 입질을 한다. 그런데 동해에서도 광어 루어낚시가 된다는 사실은 아직 많은 꾼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강원도 쪽의 동해안은 그 정보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사실 이 지역꾼들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광어 루어낚시를 즐겨오고 있다. 그 주무대는 해돋이 관광명소로 잘 알려진 정동진의 아래쪽, 즉 망상부터 삼척까지의 동해안이다.

꾼들에게도 낯선 동해 광어 루어낚시
열대야 절정의 8월 초 새벽 대장정길

묵호항 앞 수심 10m 바닥 노린 릴링
최소 70㎝급 강한 입질 흥분도 잠시
손엔 매듭 터져 나풀거리는 낚싯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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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현씨가 광어를 노리기 위해 다운샷 채비를 하고 있다.

◆새벽에 강행한 여름 탈출

지난 여름 나는 휴가를 반납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아내는 8월 첫째 주 내내 무슨 연수를 받기 위해 매일 오전에 나가서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유치원 다니는 막내딸을 건사하는 노역(?)은 고스란히 나의 몫이었다. 더웠다. 그리고 지쳐있었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던 지난 5일 새벽, 나는 혼자 동해안으로 떠났다. 오전 1시30분, 경기도 고양시 집을 나설 때 자동차 바깥 기온을 알리는 디지털 온도계에 찍힌 온도는 29℃. 열대야의 절정이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휴게소를 지날 때쯤 다시 온도계를 보니 17℃. 서늘하다.

내가 동해시 북평동 ‘해돋이낚시회’ 사무실 앞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4시40분. 홍기현씨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동해 토박이인 홍씨는 바다 찌낚시는 물론이고, 루어낚시와 은어낚시까지 웬만한 낚시장르는 모두 섭렵하고 있는 전문꾼이다. 홍씨의 소개로 10여명의 해돋이낚시회원과 인사를 나눈 후 나는 이들을 따라 바닷가로 갔다. 낚시회 사무실에서 동해항까지는 5분 거리. 회원들은 둘, 혹은 세 명씩 짝을 지어 각자의 보트에 올랐다. 나도 홍씨의 보트에 올랐다. 수평선 위로 해가 올라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 해를 정면으로 보면서 출항했다.

“광어는 요즘 뜸한 편입니다. 대신 방어가 잘 낚여요. 오늘은 둘 다 노려보죠.”

나는 홍씨의 말이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방어라니? 겨울 제주도 해역에서나 볼 수 있는 방어가 지금 여기서 낚인다는 말인가?

“크지는 않아도 70~80㎝ 정도의 방어가 최근에 잘 나옵니다. 보일링이 보이는 곳에서 지깅을 하거나 파핑을 하죠.”

방어나 부시리, 삼치 등의 어식성 어종이 멸치 등의 먹이 고기를 쫓을 때 멸치나 학꽁치 떼가 물 위로 마구 튀어 오른다. 멀리서 보면 이 현상이 마치 물이 끓는 듯하다고 해서 꾼들은 ‘보일링(Boiling)’이라고 부른다. 농어낚시나 부시리 방어낚시 등을 할 때 꾼들은 특히 보일링을 유심히 살핀다. 그리고 그곳으로 ‘포퍼(Popper·물 위에 띄워 움직여주는 루어)’를 던지거나 메탈지그로 지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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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낚아올린 광어를 들어 보이는 이정호씨.

그러나 이날은 보일링 현상이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네요. 오늘은 전혀 없네요. 갈매기 떼도 안 보이고….”

홍씨의 말대로 바다는 잔잔, 그 자체였다. 바람도 없고, 파도도 거의 없다. 우리는 북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묵호항 앞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해안선을 따라 모래바닥을 뒤져가며 광어를 찾아 나섰다. 원래 동해 광어낚시는 5월부터 6월까지가 제철이다. 산란을 위한 대광어들이 연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그때이기 때문이다. 8월에도 광어낚시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때보다는 입질 확률이 낮다.

◆오전 짬낚시로 광어·우럭·노래미 수확

오전 11시. 우리가 탄 배는 묵호항 앞에 와 있었다.

“여기서는 지그헤드 낚시가 잘 됩니다. 이걸 써 보세요.”

나는 홍씨가 권해준 지그헤드와 웜을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던졌다. 수심은 10m 남짓. 어군탐지기에 찍힌 표층수온은 25℃. 그야말로 물이 펄펄 끓고 있다. 나는 지그헤드를 바닥까지 내린 후 낚싯대를 살짝 쳐 들어주면서 릴링을 했다. 웜이 바닥에서 살짝 떴다가 가라앉을 것이다. 이때 그 부근에 광어가 있다면 100% 입질을 한다.

역시 그랬다. 뭐가 묵직한 것이 내 낚싯대를 확 가져간다. 왔다~! 나는 녀석이 웜을 완전히 삼킬 때까지 기다린 후 힘껏 챔질했다.

“걸었다~!”

제대로 걸렸다. 치켜세운 낚싯대 허리가 U자로 휜다. 릴의 드랙이 풀리면서 끼리릭~ 비명을 지른다.

“천천히 하세요. 급하게 릴 감지 마시고….”

홍씨가 뜰채를 들고 내 옆으로 와서 코칭을 한다.

“드랙을 좀 더 풀어주세요.”

나는 홍씨가 하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 그대로 버티다가는 목줄이나 매듭이 터질 수 있었다. 홍씨는 릴의 드랙을 풀어서 차고 나가는 광어의 힘을 빼주라는 거였다. 그러나 낚싯대를 쥐고 있던 손을 릴 쪽으로 가져갈 여유가 내게는 없었다.

“탁~!”

한껏 고꾸라져 있던 낚싯대가 다시 쫙 펴지고, 낚싯줄이 나풀거린다. 원줄과 목줄을 이은 매듭부분이 터져버린 것이다.

“아~, 그놈 최소 70㎝ 이상급인데….”

홍씨가 나보다 더 아쉬워한다.

이날은 그래도 두 마리의 광어와 30㎝급 우럭 세 마리, 그리고 쥐노래미 몇 마리의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모래에 암반이 섞여있는 바닥에 채비를 내리면 40~70㎝급 광어가 입질을 했다. 해돋이낚시회 회장 조영목씨는 좀 더 멀리 나가서 수심 70m 바닥에 90g 메탈지그를 내려 70㎝급 대구를 걸어 올렸다.

“동네 앞바다에 놀러 나오면 이렇게 뭐든 낚입니다. 새치(임연수어의 강원도 사투리)도 잘 낚이고요.”

홍씨는 이렇게 개인 보트를 타고 나와서 오전에 잠깐 즐기는 낚시를 ‘놀이’라고 표현한다. 어른들이 즐기는 놀이. 오늘 놓친 광어는 내일 낚으면 된단다. 나는 바다를 끼고 있는 현지꾼들만이 누릴 수 있는 그들만의 특권이 그저 부러웠다.

뭍으로 올라와 근처 식당에서 해돋이낚시 회원들과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을 비운 후 나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오니 오후 5시. 유치원에서 막내가 돌아올 시각이다. 고양시에서 동해까지 왕복 운전 8시간, 바다 위에서 6시간…. 그러나 저녁상에 올린 광어회 한 접시가 천근만근 무거워진 나의 몸을 사르르 녹여주었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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